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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태 (211.♡.100.23) 댓글 0건 조회 7,272회 작성일 06-09-1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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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둥글이님.
세상과 사람의 계몽(啓蒙)을 위해 힘들지만 갈 수밖에 없는 그 길을 오늘도 묵묵히 걸어가시는 둥글이님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데 며칠 전 님께서 올리신 너희는 왜? 나를 박대하느냐!!!라는 제목의 글에 대해서 제가 그렇게 분노했던 것은, 님 안에서 '나는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커다란 오만을 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오만 때문에 또 다른 모양으로 너와 나를 구분짓고 가르고 있는 '자신 안의 칼날'은 보지 못한 채 온통 '너'만을 탓하고 있는 둥글이님의 모습이 몹시도 안타깝게 비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 님이 올리신 이 글 속에서 (비록 처음 글이 많이 수정되어 있긴 하지만) 둥글이님은 제가 평면적이리라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깊고 입체적으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둥글이님은 제게 저는 김기태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모순을 느낍니다. 아예 목석 같이 존재하시려면 그렇게 존재하시면 될 것을, 이런 저런 심리적인 갈증을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일부로 찾아가기까지 해서 그것을 해소해 주시고는 '기쁜' 내색을 하십니다. 그리고 '행복'해 하십니다. 선생님께서 느끼는 그 '기쁨'과 '행복'의 의미와 분별과 간택의 수준이 무엇인지요?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그렇게 기뻐하고 또 감사해 하는 것은, 그분들이 조금이라도 자기 자신의 마음의 상처와 아픔과 무거운 짐으로부터 걸어나와 조금씩 세상과 자기 자신을 향하여 웃기 시작하며, 또 그렇게 자신과 삶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갔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저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저는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온갖 모양의 마음의 구속과 힘겨움에 짓눌리며 살았습니다. 그 짐이 얼마나 무거웠느냐 하면, 적어도 제게 있어서 그것은 우주보다도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무겁던 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고, 저는 그 가벼움에 비로소 웃기 시작하며 마냥 행복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또한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의 짐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짐이 없으니 그분들의 마음의 짐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아,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무거울까, 얼마나 아플까……저건 낱낱이 내가 졌던 짐들인데……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자꾸만 그분들의 힘겨움이 저의 힘겨움이 되어갔습니다. 그래서 인연되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그 마음의 짐들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분들의 마음자리에서도 그 무거웠던 짐들이 사라져버리곤 했습니다.
한 인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존재한다는 것은 곧 온갖 마음의 상처와 아픔들로 뒤범벅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 상처들은 너무나 깊고 또 지울 수 없을 만큼 선명히 우리의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각인되어, 살아가는 내내 온갖 순간에 온갖 모양으로 나타나 우리를 왜곡하고 뒤틀며 한없이 지치게 하고 힘들게 하지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짐이 느껴지지 않거나 그 짐으로부터 한참을 걸어나와 이미 자유하고 있는 자신을 문득 발견하게 되면, 아! 그보다 더한 기쁨이 어디 있겠으며, 그보다 더한 감사와 전율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또한 그들과 그 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요!
님은 또 제게 왜? 선생님은 '개인의 문제'에만 집중해서 세상과 자신이 하나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시고, 스스로 그런 활동을 잘 하고 있으시면서도 불구하고 오히려 다른 사람이 그 길을 가는 것을 막는 것인지 참 의아스럽습니다.라고 하셨는데, 아뇨,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합니다. 님의 말씀처럼 '세상'과 '나'는 둘이 아니라 '하나'인데, 그 '진실'을 깨닫고 진정으로 자기 자신과 세상을 위해 살아갈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합니다. '빛'은 그 무엇으로도 감출 수 없듯 '진실'과 '자유'와 '진정한 행복' 또한 한 개인 안에 갇혀있지 않을진대, 그것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쓰임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쓰임받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만 그 '쓰임받는 모양'들은 각각 다를 수 있겠지요.)
둥글이님.
님과의 인연에 감사를 드립니다.
땅에 떨어진 씨앗이 자라 무성한 잎과 열매를 맺듯 우리의 영혼도 자라 이윽고 세상과 자기 자신을 향해 더 많은 것들을 드리우겠지요. 그러면 지금보다는 더 풍성히 품고 또 깊이 쓰임받을 것입니다. 제가 인생에 대하여 안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사랑하며 사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生)의 시간이 다하는 날까지 세상과 사람을 더욱 더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언제나 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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