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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온기...(사진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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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211.♡.206.11) 댓글 4건 조회 13,332회 작성일 06-11-1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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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하나만을 벗 삼은 외로운 발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캠페인 첫 두 달 동안은 이래 저래 노숙의 기술을 몸에 익히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딴생각할 여유가 없었는데, 이제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조용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다.


중학교시절... 고개를 들어서 그 검디검은 밤하늘에 초롱초롱 박힌 빛나는 별을 보는 순간 나를 찾아온 외로움... 그렇게 수줍게 반짝이며 나를 찾아온 외로움이 새삼스레 오래된 연인의 표정을 하고 나타나 내 옆에 어깨동무를 하고 앉아서 이제 나에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싸늘한 바람을 얼굴에 뿜어 낸다.


눈을 가늘게 뜨고 앉아서 조용히 내 홀로있음을 바라보고 있을 때는, 약간은 서글픈 감정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그것은 다음날 아침에 캠페인 하면서 만날 아이들에게 좀 더 밝게 웃으면서 대할 수 있는 마음의 열매를 열리게하는 양분을 빨아내는 작용이기 때문에 나는 그대로 그 홀로있음에 나를 맡기곤 한다.


누가 그랬던가?

처절한 고독을 맛본 만큼 인간과 생명을 사랑하는 깊이가 생긴다고...


그 덕분인지 이 외로운 인간의 마음속에는 생명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이 늘 가득 차 있다.


일예로 개만 보면 환장하고 달라드는 습성이 있다.

물론 사마귀, 메뚜기, 지렁이, 지네, 애벌레, 민달팽이 등이 내 가는 길 앞에서 위기에 처해있을 때면 언제나 그들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친구로서 만사를 제쳐두고 다가가서 그 위태로운 상황을 벗어나게 해주고, 가끔 갑작스럽게 날아와 몸에 달라붙을 때는 우정의 몸 짖을 먼저 보이지만, 천성적으로 인간이라는 족속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이 생물들은 나에게 눈길 한번 제대로 주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들에 대한 애착은 크게 자라나지 않는다.


하지만 개라는 녀석들은 좀 다르다.

지배욕이 유달리 강한 이유로 자신의 사적인 영역이 침범당한 것에 대한 격렬한 항의를 하는 녀석들과 부른배와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눈동자가 풀어진 녀석들을 빼고는 인간의 호의에 대해서 호의로 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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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1234yz.cafe24.com/picture/20061116x.jpg

[‘너이 자식 왜? 내 영역에 침범했어 빨리꺼져’라고 40m떨어진 언덕 아래에서 지나치는 나그네에게 경고하고 있는 개녀석.]


물론 호의로운 눈빛을 하고 미소를 짖는 개들의 경우에도, 꼬리를 치는 경우는 있더라도 모종의 경계심을 갖고 몇 발짝 떨어져 있거나, 손 닿을랑 말랑한 거리까지만 다가와서 조바심을 부추기곤 한다.

풀려 돌아다니는 녀석들 열 대여섯 마리 중에 한 마리 정도가 고개를 조아리고 다가와서 쓰다듬어 달라고 목을 내민다. 줄에 묶인 녀석들은 그 억압된 영혼이 간절하게 사랑을 그리고 있어서인지 너덧 녀석들 중에 하나는 목을 내밀고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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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1234yz.cafe24.com/picture/20061116xx.jpg

[철조망 안에서 길러지는 개 한 마리... 온기가 그리운지 다가와서 머리를 내미는 모습.]


길을 가다가 개가 보일 때는 어김없이 눈을 마주치고 ‘어여여여~~~’하며 주의를 환기시킨다. 그것은 그 녀석들에게 사랑을 주고 달래려기보다는 내 자신이 위로받고 싶은 이유인 것 이다.


특히나 삐쩍 말라 영양실조에 있는 상태에 있는 녀석들에게 배낭에 늘 상비되어 있는 마른멸치를 꺼네 좀 집어던져주거나, 줄에 묶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관심한 주인에 의해서 바짝 마른 물그릇을 갖고 있는 녀석들에게 생수통 주둥이를 숙여 물을 쏟아 준다. 이런 때 녀석들은 더욱 총총한 눈과 더욱 격렬히 흔들리는 꼬리를 보이면서 나와 더 가까워진다.


그때마다 외로운 길 동무를 할 친구녀석을 하나 동반하고자하는 간절한 심정이 들곤 한다. 하지만... 끼니도 제대로 챙겨줄 수 없고,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질펀한 고생만 시킬 이 길을 함께 가자는 것은 나만의 욕심인 것 같고 더구나 그 길동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달라붙었던 그 정을 함께 떼어가지고 저승으로 간다면 견딜 수도 없을 듯 해서 그 바램을 멈추고 그냥 개들의 머리를 좀 더 격렬히 몇 번 더 쓰다듬어 주고 자리를 털고 일어서 저의 갈 길을 간다.


조금 더 있다가라고 애원하는 눈빛을 한 개들에게 몇 번이고 몸을 돌려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지만, 늘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 밤에도 길을 걷는 중에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

조만간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이 냉기가득 한 가로등 불빛이 거리를 비추는 싸늘한 초겨울 밤의 을씨년스러움을 개 한 마리의 온기가 녹여줬으면 한다.



댓글목록

아리랑님의 댓글

아리랑 아이피 (222.♡.195.135) 작성일

둥글님 열심히 다니시고 계시네요.
저도 언젠가 무작정 지리산까지 걸어가 지리산을 한바퀴 돌고 온적이 있습니다.
햇빛이 따스하게 내릴때 였는데 저는 시골 장터에 꼭 들르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허름한 막걸리 집입니다.
운이 좋으면 시골 사람들과 맘껏 먹다 그 근처 벤치에서 자기도 했습니다.
비어있는 집에서 자기도하고
일하는 농부들과 함께 일하다 그곳에서 자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따듯한 기억들이 제 삶을 지탱하는 지도 모릅니다.
맘껏 다니시고 맘껏 경험하다
둥글님에 삶이 더욱 풍족해지길 바랍니다.
길 떠나는 자의 아픔은 떠난 자만이 안다고 누군가 말하더군요.
부디 따뜻함이 식지 않고
늘 좋은 추억과 기쁨이 넘쳐나시길 바랍니다.
둥글님 화이팅 입니다.

둥글이님의 댓글

둥글이 아이피 (211.♡.108.129) 작성일

허걱~ '무작정' 지리산을 한바퀴 돌고오실 정도의 내공이라니... ㅠㅜ
더군다나 '허름한 막걸리 집에서의 한잔~'
술을 잘 안먹는 저지만 그정도 운치있는 공간에서는  먹어줄만 하군요.ㅎㅎ
중간에 막걸리 한병들고 들리도록 합죠.

아리랑님의 댓글

아리랑 아이피 (222.♡.195.138) 작성일

내 오늘은 술자리에서 늦게 들어와 이곳에 문을 열어 보았습니다.
전국 도덕경 모임에 한번 오시길 바랍니다.
내 좋아하는 시원소주 가지고 가겠습니다.
서로가 글로 접하는 것보다 얼굴 마주보고 함 이야기 한번 하며 마주 보십시다.
저는 만나는 사람마다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산에서 만나는 분들이나 내가 알고 있는 후배나 선배들에게 선생님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곳에 오거나 오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선생님을 접하고푼 사람들에게는 어김없이 이야기를 합니다.
아내도 선생님을 좋아합니다.
선생님에 글을 접한 사람은 질문을 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난 선생님에 가르침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글로 만나는 것보다 직접 함 만나 보십시오.
님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모임때 꼭 오세요.
좋은 분들이 수두룩 합니다.
님이 만나 하고푼 이야기나 속내도 한번 풀어보고 살아온 이야기도 해봅시다.
내 시원소주를 가지고 갈테니 시원하게 한잔 합시다.
난 이곳에 선생님 덕에 만난 이들이기에 선생님과 함께 만나는 것이 편안합니다.
그러니 전국 모임에 오십시요.
꼭 시원소주 가지고 가겠습니다.

둥글이님의 댓글

둥글이 아이피 (124.♡.33.52) 작성일

헛~ 이렇게 환대해주시다니... ㅠㅜ

어제는 고흥지부 공무원노조 천막에서 쳤습니다.
자리에 누웠는데 네시까지 잠을 못 이뤘습니다.
왜냐하면 저녁에 공무원노조에서 FTA반대투쟁마련 바자회를 하는데...
끼어서 말씀 나누다가 권하는 향주를 두잔 정도 마셨는데... 그게 머리를 자극해서 흥분시켰던 듯 합니다. ^^'
(커피마셔도 잠 못잡니다. ㅠㅜ )

사실 막걸리 한잔 했으면 하는 말씀을 드렸지만, 저 술 못합니다. ㅋㅋ
그러니 나중에 함께 만나뵐 자리가 있으면 술권하시면 안돼요. *^^*(물은 마십니다.)
기회가 되면 찾아가지요.

그리고 쓸만한 칭호가 없어서 '선생'칭호를 붙이신 것은 아시지만,
자고로 그런 칭호는 자신을 비워서 누군가를 가르칠만한 사람에게 쓰여져야하는 칭호입니다.
김기태 선생님 처럼 말이죠.

제가 인터넷 상으로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고 한다고 시건방지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ㅠㅜ
저는 다만 저를 희생하고 비워서 누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그럴 맘도 없는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경험과 이해를 통해서 제가 할수 있는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둥글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적절'합니다. ㅎㅎ
물론 그 '말'들이 좀 치열하기 때문에 반발이 생기곤 하지만...
(둥글이의 의미는 http://howcan.or.kr 의 '소개'란에 정리되있읍죠. ㅋㅋ)

암튼 마음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빈손으로 와서 정말 많은 것을 받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가 합니다.
건강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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