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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 고흥 - 봉두산 - 제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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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125.♡.210.14) 댓글 6건 조회 11,270회 작성일 06-12-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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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량 캐페인 하는 중에 이런 저런 분들을 많이 만나뵙게 됩니다.

봉두산 제석사라는 곳에는 관일스님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20여년 전부터 쓰러져가는 절을 혼자 일구신 분이신데...

그곳에서 했던 몇일을 사진과 함께 올립니다.

참고로 그곳은 아무나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니 어디로 훌쩍 떠나서 하루 머물고 싶다면은 이곳에 연락을 하셔서 청하셔 보시기 바랍니다.

제석사 http://www.jeseoksa.org/

- 제석사에서 묵기 -


고흥분들이 소개를 해주셔서 제석사에 이틀 묵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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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사 들어가는 입구 안내표지]


오후 5시 경에 그 입구에 도착해서 마지막 죽음의 오르막길을 넘어서니 돌로 쌓은 축대들위에 세워진 절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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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사를 받치고 있는 축대]


들어서서 보니 스님과 몇 분 들이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계셨다.

100% 황토 목제방인 ‘처사님방’에 들어가서 여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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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사님방 내부 - 달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공간이 21세기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없을 정도]


그 바로 옆방에는 수술 후 이곳에 들어오셔서 요양을 하는 어르신 내외가 함께 하고 계셨다.

여사님은 하루 세끼 공양을 준비하시면서 안살림을 맡아 보고 계셨다.


고무신을 신고 공양방으로 가서 100% 유기농 반찬으로 만들어진 저녁 공양상을 받았다.

식사를 하고 잠시 후에 저녁에 스님이 부르셔서 차방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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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사 차방-명칭이 정확한지는 모름, 그 공간에서는 주로 차를 마셨기에...]


이곳 제석사는 곳곳에서 출토되는 자기조각을 통해서 고려시대에 세워진 절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때 부터인가 스님들이 떠나고 거의 무너져 가는 건물 하나 있던 것을 현재 주지스님인 관일 스님이 들어오셔서 축대를 쌓고 건물을 세우고 하면서 점점 그 절로서의 모양새를 다듬어 오고 있었다.


스님은 일반 스님답지 않게 ‘논리’와 ‘객관적 이성’을 다듬어야할 필요성을 설파하시면서 ‘사이버’를 벗겨내고 진리에 이르는 길로 닿기 위해서 끝없이 정진해야 함을 강조하셨다.

바로 그러한 관점이 세상의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요가교육을 통해서 일반인들의 심신 수련을 독려하고 있는 듯 했다.


항시 외부에 개방된 ‘처사님 방’은 속세에 지친 사람들에게 언제나 와서 쉬어갈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종종 제석사를 아는 이들이 한차례씩 모여서 술도 마시고 얘기를 하면서 왁자지껄한 놀이판을 벌일 수 있는 기회까지를 제공하고 있었다.

상당수의 스님들이 ‘너를 버려라’ ‘모든 것이 공이다’는 말 한마디로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현실을 외면하는 점이 있는데, 석관일 스님은 세상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그득하면서도 그에 집착하지 않고 덤덤히 대할 수 있는 심성의 소유자이신 듯 했다.


직접 우려주시는 차를 나눠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는 중에 나의 ‘성깔 있음’에 대한 얘기를 들으시더니, ‘화를 가라앉히고’ ‘일의 과정 속에서 만족을 얻으라’는 말씀을하셨는데, 논리적으로는 알고 있었던 얘기였지만, 직접 말씀을 들으니 마음에 더 와 닿는 듯 했다.


삶의 문제와 진리의 관점 등에 대해서 좀 더 치열한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반박의 반박을 거듭하고 싶었지만, 괜히 논쟁하면서 분위기만 싸해질 듯 하고 스님도 별로 그것은 좋아하지 않는 듯 해서, 해 주시는 얘기 주로 들으면서 가끔씩 이의 없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들만 한마디씩 건넸다.


넓고도 적막한 공간에서 40여분 간을 계속 차를 나눠 마시면서 이 말씀 저 말씀 도란도란 나누다 보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혀졌다.


황토방이 잘 만들어져서 그런지 저녁에 땐 장작불이 새벽녘에 열기가 올라오는데 비몽사몽간에 신기함을 금할 수 없었다.


다음날은

하루 종일 장작 패고 산에서 통나무를 나르고 하는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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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뗄나무로 쓰는 통나무가 쌓여있는 모습]


원래 이 날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발에 잡힌 물집 때문에 하루를 쉬어가야 할 듯 했다. 말씀 드리니 스님은 쾌히 승낙을 하셨는데(승낙의 표현보다는 하루 더 쉬어가던지 말던지 맘대로 하라는 듯한), 절밥 공짜로 얻어먹기도 그래서 식사 후에 밖에서 일하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서 도와주기 시작하면서 작업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쌓여있던 통나무 전기톱으로 자르는 일을 했고, 식사 후에 뒷산에 가서 통나무들을 밑으로 들어 굴리는 작업을 했다.


작업으로 인해서 옷과 신발이 지저분해 져서 작업을 끝내자마자 빨아서 방에 군불을 때고서 빨래를 바닥에 널어 말렸다.(이로 인해서 밤중에 더워서 얼마나 몸을 뒤척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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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사님방의 아궁이에서 불이 타오르는 모습]


저녁에는 이곳에서 요양하시는 어르신들의 인상 좋게 생긴 막내아들이 방으로 찾아 들어와 얘기를 나눴는데, 조직생활이 싫어서 시골에서 기쁜 마음으로 농사 짖는(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농사 짖고 싶었지만, 부모님들의 반대로 쫓겨 났다는...) 신선한 기질의 소유자를 접했다. 나이는 37세이고 아직 장가를 못가서 절에서 요양을 하시는 어르신들로부터 많은 원성을 듣는 장본인이었는데, 사회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과 순수한 마음이 참으로 밝은 빛을 발하는 사람이었다.


다음날은 아침은 녹초가 된 상태에서 잠을 깼다.

고흥에서 걸어오면서 쌓인 여독이 무리한 작업과 병행해서 몸의 균형을 깬 상태였다. 삭신이 어디 안 쑤시는 곳이 없었다.


밥 먹고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스님이 차나 한잔 하고 가라는 것이다. 차를 나눠 마시는 중에 감사하게도 전날 일했던 것을 일당으로 챙겨서 봉투를 건네셨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으시더니 벌교 쪽에서 묵어갈 수 있는 교회를 소개시켜 주셨다.


강한 바람이 산등성이를 타고 불어 올라왔는데, 맞바람을 맞으며 터덜거리며 내리막 길을 밟아 내려왔다.


좋은 경험과 인연들... 언젠간 이곳을 또 찾을 날이 있겠지...

차분히 가라앉은 마음으로 제석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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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사 입구 하단에서 보이는 전경]


- 둥글이는 전국유랑캠페인 중 http://howcan.or.kr -

댓글목록

선장님의 댓글

선장 아이피 (222.♡.190.224) 작성일

수고하십니다. 둥글님의 땀방울 하나하나가 지구를 살리는 큰 밑거름이 될것입니다.
저도 언젠가는 저를 먹이고 살리는 지구에게 내나름의 보답을 해야할텐데
고민해봐야겠습니다.
배경만 찍지말고 주인공 얼굴도 좀 찍어서 올려주세요.~!

둥글이님의 댓글

둥글이 아이피 (125.♡.210.14) 작성일

캬캬~ 주인공 얼굴 찍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닙니다.ㅎㅎ

급작스럽게 얼굴에다 들이대고 찍는다고 찍을 수도 없고...
사실 저 장면들도 시간적으로 거의 다른 시간들에 찍힌 사진입니다.
그나마 부지런히 디카를 들고다니니 가능한 것입죠.

화질은 좀 떨어지지만 손바닥만한 디카 사기를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늘상 가지고 다니면서 일상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죠.

ㅎㅎ

청산님의 댓글

청산 아이피 (222.♡.169.111) 작성일

논리 쪽 보다 순수한 기행 법담을 들으니 좋네요. 자주 이런 글 올려 주시길....

- 관일 스님이란 곳이 아니고  ㅡ분-이 맞고  농사 짖는 아니고  <짓는>이 맞죠?  ㅎㅎ

둥글이님의 댓글

둥글이 아이피 (125.♡.210.14) 작성일

지송합니다. 제가 소리나는 대로 쓰는 버릇이 있어서. ㅠㅜ

...님의 댓글

... 아이피 (211.♡.21.90) 작성일

__()__

정리님의 댓글

정리 아이피 (221.♡.118.202) 작성일

둥글이 님 올리신 사진풍경에 가슴이 싸~해 져 옵니다.


가난한 정갈한 풍경.
내가 정말 좋아하는 풍경. 풍경.

글은...넘 길어서..시간도 너무 늦었고 시간내어 꼭 한 번 꼼꼼히 읽어보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몸 상하시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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