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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3건 조회 5,272회 작성일 07-06-1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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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국내 명화로서 지금껏 TV에서 재방영해준 영화 중에서
[길 :La Strada, 펠리니 감독]보다 더 많이 보여준 영화는 없는 것 같다.
하.여.튼. 이 영화는 삼년 마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것 같은데
텔레비전에서 대략 일곱 번 정도를 살면서 보았다.
오랜 흑백류의 필름이 그러하듯 영화는 항상 회상의 터늘로 나를
이끈다.
장돌뱅이 차력사 잠파노(안소니 퀸)와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가
나오는 떠돌이 삶 '길' 이야기는 인류 영화사의 걸작이자 지상에서
단 한편만을 남겨라 하면 이 작품을 손꼽는 분이 아직 꽤나 된다.
줄리에타 마시나의 백치 연기. 천재가 한 바보의 연기. 정말 둘의 간격은
종이 한 장 차이 일까.
영화의 초반부, 잠파노는 동네 창녀와 눈이 맞아 또 젤소미나를 길에
내버려두고 신나게 오입질 하러 간다.
길거리에 버림받은 젤소미나는 보도 블럭에 앉아 밤을 꼬박 세운다.
아침에 되자 동네 꼬마와 지나가는 아줌마들이 거지 보듯이 쳐다본다.
슬프고도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한 젤소미나.
젤소미나는 또 길을 걷는다.
그 날 동네 마을에는 미사순례가 있었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수난상이 스쳐간다. 카메라는 로우 앵글로 큰 십자가가 서서히 움직이는
장면을 장엄한 음악과 함께 찍었다.
뒤이어 거대한 화환상이 행진한다. 여기에서 카메라는 군중의 얼굴을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비추어 준다. 여러 사람들이 미사순례의 행진을
따라가거나 길 한 옆에 서서 이 행진을 바라본다.
이런 군중들 틈속에 파묻혀 도대체 이게 무엇일까 하고 천치같은 젤소미나가
그녀의 작은 몸과 얼굴을 드러내며 행렬의 군데군데에 나타난다.
다시 한 번 더 웅장한 음악과 함께 십자가와 화환이 움직이고
군중의 물결 속에 휩싸인 젤소미나가 위를, 하늘을, 아득한 십자가를
바라본다.
저게 뭘까. 저것이 무엇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였을까.
어쩌면 이 한 컷의 장면이 '길'이라는 영화의 모든 것을 압축하여
보여 준다고 하면 과언일까.
아득한 십자가를 올려다 보는, 이 세상에서 지리멸렬할 정도로
못난 여자 젤소미나가 바라보는 하늘의 길.
도저히 닿을 수도 없을 것 같은 길. 훌륭한 마을 사람들이 엄숙히,
황홀할 정도로 바라보는 저 엄청난 하늘의 길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보 젤소미나는 그 길을 올려다 보지만 그녀의 몸은 작고도 연약하다.
불꽃과 물결 :
이 영화의 상징은 獸性인 잠파노의 불꽃과 神性인 젤소미나의 물결이
극한적 대비를 이룬다. 잠파노가 젤소미나를 때리고, 학대하며, 강간 할 때
마다 불꽃이 일렁이며 탄다. 젤소미나는 속량할 길 없는 인간의 마음
獸性에 괴로워 하고 울부짖으며 눈물로 지새운다.
그녀 자신이 한 방울의 聖水가 되어 대속(redemption)의 길로 가는 그녀.
가장 미천한 자에게 구현되는 섭리. 그 아득한 하늘 길은 바로
그녀 자신이자 길의 삶이였다.
마지막 영화 장면에서 짐승같은 잠파노가 해변에서 목놓아 운다.
젤소미나의 영혼이, 물결이 파도처럼 흘러와 그에게 와닿자
그는 아이처럼 쩔쩔매며 우는 것이다.
나는 젤소미나가 미사순례를 따라가며 바라보는 하늘 길과 그녀의 작고 동그란
얼굴을 볼 때 마다.
마치 나 자신이 거대한 성당 속에 홀로 앉아 神과 대면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 순간은 부끄럽고 죄많은 생각이 들어 진저리가 처진다.

댓글목록

길님의 댓글

아이피 (125.♡.4.146) 작성일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이란 영화를 수 십년전 딱 한번 보고
너무 슬프고 안쓰러워 더 이상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님의 생각처럼 부끄럽고 진저리가 쳐져서 그래서 일지도 모르겟네요.

그런 느낌의 영화가 하나 더 있지요.
구스 반 산트의 아이다호,
죽은 리브피닉스와 키아누리브스의 어릴때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이 길과 똑같은 길은 한번도 본적이 없어.
세상의 길은 모두 다르니까..

않 보셨다면 꼭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길님의 댓글

아이피 (125.♡.4.146) 작성일

하나 더 생각나네.
블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저는 이 영화를 보고 펠리니의 길을 미국식으로 표현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 두 영화에 나오는 주제 음악도 유명하지요?

자몽님의 댓글

자몽 아이피 (210.♡.107.100) 작성일

영화를 좋아하시나 보네요. '아이다호'는 한 번 보고 싶네요.
영화 음악은 '부베의 연인'과 '하오의 연정'을 좋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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