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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과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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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냥 (222.♡.209.167) 댓글 2건 조회 7,190회 작성일 07-04-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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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벚꽃은 이미 쓰레받기에 실려나가고 있었다.
가을 즈음에도 다갈색 낙엽 역시 있는 그대로 고운 자태는 빨리 눈에 담지 않으면 사라진다.
웅덩이 남은 빗물위에 몸을 누인 벚꽃 꽃잎이 남은 마지막 아름다움을 주고 있다.
비록 곤충들을 위해 저러히 고운 자태를 뽐내는 것이라 하지만 내 눈에는 내 깊은 수심을
달래기 위해서라 위로한다.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으로 아침을 연다.
그냥 문득 듣고 싶었다. 아니 요즘 글이 통 쓰여지지 않아서가 이유이다.
따스한 음률로 감성을 뎁히고 있는 중이나 신통치가 않다.
늘상 의식치 아니하고 마음이 가는 데로만 긁적거리는 습관이다 보니 계속 마음이
개운치 아니하다는 반증이다.

2악장이 개인적으로 마음이 든다.
장중한 호른소리를 바탕으로 뒤이어 잉글리쉬 호른 독주는 귀에 아주 익은 음색이다.
‘꿈속의 고향’이라는 곡의 원곡이다.
다소 마음이 가라앉고 있는 중이다.
관악기와 현악기의 조화는 감미롭기까지 하다.
3악장의 경쾌함으로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의미를 지우고 있는 중이다.

오로지 계획된 일은 딸아이와 탕수육을 먹는 것이다.
근처 중국집 음식 배달 올 때마다 빨간 동백꽃 닮은 동그란 스티카를 정성스럽게 부치고 있었다.
아래께 짬뽕을 시키고 마흔번째 동백꽃을 부쳤다.
선물로 탕수육을 공으로 먹을 수 있는 즐거움으로 일상의 무료함을 지운다.
딸아이와 7시경 탕수육 만찬을 약속하다.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내 존재를 성찰하는 행위가 사치라고, 적어도 생존의 굴레에서
헤메는 민초들에게는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난과 생존의 질곡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어나는 정제되고 절제된 문장과
깨침의 소리는 또 다른 교향곡이다.
적어도 아우를 수 있는 범위가 넓고 커야 비로소 삼라만상이 귀를 기우릴 것이다.

나는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행위를 놓은 지가 꽤나 오래 되었음을 확인한다.
그로 인해 무기공에서 혼침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한때는 CALLING ‘소명’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던 적이 많았지만 결국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바라는 소인배의 작태로 마감 지었다.

생각이나 마음에 많은 것들이 오가며 생채기를 내고 자욱을 남기고 그 잔상이 꿈으로까지
이어져 아픔이 늘 둥둥 떠다니지만 오가는 것들에게 이제 수인사도 하지 않는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그들은 점점 집요하게 나를 흔들지만 더더욱 딴청을 부리다가
종내는 서로가 지칠 때 까지 모른 채하기로 하다.
이제는 그들과 친구가 되는 일이 남았을 법한데 언제 일른 지가 요원하다.

아내가 싸준 노란 콩고물에 범벅이된 쑥떡으로 점심을 떼운다.
날도 점차 밝아진다.
구태여 찾아주는 이 없는 오래된 사무실에 2000원 짜리 꽃화분을 모셔 놓았다.
지난겨울 바깥에서 내 부주의로 동사한 꽃들에게 당시 내 마음이 무척 아렸음을 전한다.
결국 내 놀이터는 자본주의가 아니고 내 여린 마음과 감성으로 뛰놀 수 있는 낭만주의이다.

지금 여기 이런 모습으로나마 존재케 해주신 그 무엇에게 작은 경배를 드린다.
신세계 교향곡이 이제 끝나가고 있다.
봄도 곧 저물어 갈 것이고 나도 조용히 스러져 갈 것이다.

댓글목록

길손님의 댓글

길손 아이피 (218.♡.206.92) 작성일

아름다운 감성 함께하고 갑니다. 감사함니다.

메루안나님의 댓글

메루안나 아이피 (218.♡.38.103) 작성일

나눔은 덕 중에 큰 덕성 이라봅니다   
글과함깨 잔잔하고 쉼이있는 좋은 명상시간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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