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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일도 사랑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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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시오 (118.♡.153.88) 댓글 4건 조회 8,315회 작성일 15-11-2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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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와 며칠 전 크게 싸운 뒤로, 그녀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저의 24년간 자리잡은 상처가 저 뿐 아니라
여자친구까지 상처를 준 것 같아서 편지 한 통을 적었는데..그 편지 속에 '내 마음 속 자리잡고 숨어 있던
괴물이 널 아프게 했어' 라는 문장을 스스로 적으며, 많이 통곡했어요. 제 여동생처럼, 어려서 어머님에게
버림받던 10살의 아픔이 올라와서 제 방에서 새벽 내내 울었는데...그 아픔이 채 사라지지 않더라구요.
 
다음 날, 무작정 용인에 올라갔습니다. 여자친구에게 미안하단 말을 직접 하고 싶어서..
그런데, 고속버스 안에서 마저 또 날 버리고 날 무시하며 비난하던 어머님, 주변인들 그리고
스스로의 아픔에...버스 안에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주변사람들이 쳐다보기에, 그 시선마저 들 수 없고
창가쪽으로 고개를 돌려 흐느끼는 스스로의 모습에 더...
 
그리고 스스로 되내었어요.
 
'난 내 24년의 아픔이 재작년에 날 체험하면서부터 다 치유된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었어.
평생을 외면한 내 아픔들을 이제야 맞이할 법을 알았을 뿐야. 다 만나주께. 미안했다 주환아.
난 지금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게 아니라 아픈 나 자신을 만나러 가는거야. 그 뿐이야' 라고...
 
그리고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저의 괴물같던 모습에 여친은 절 무서워 했지만..실은 제가 용인에 없는 요 며칠간
여친은 또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이별을 통보해오기에, 수락하고 헤어졌어요. 그리고 대구에 내려와 또 한 번
대성통곡했어요. 울면서 '아프다, 아퍼.. 너무 힘들어... 그래 아플께...아플께..슬퍼할께..이렇게
또 버림받았지만 이번엔 제대로 버림 받을께..슬플께...근데 너무 힘들다' 라며 이번엔
남 눈치 보지도 않고 큰 소리로 대성통곡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보였어요.
 
그 슬픔과 하나되며, 계속 슬픔 속으로 들어가니 그 안엔 하얗고, 끝이 없는 에너지만이 느껴졌어요.
'저 하얀 에너지..그게 참 나구나...근데 그 에너지는 슬픔 속에 들어있었구나...슬픔을 통해 날 만나고 있었구나..'
그리고 그 하얀 에너지는 '아프면서 성숙해지고 크는거야. 괜찮아' 라고 위로해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전 여자친구를 보내는 일도 사랑인 것을 알기에..그녀를 맘 속에서 보내렵니다.
그리워하는 내 맘은 놔둔 채... 그래도 내가 그녀에게 상처만 주고 떠나보낸 거 아닌가 싶을 생각할 즈음
마지막이라며 전 여친에게서 이런 문자가 왔어요. '난 평생을 홀대받고 살았는데, 그래서 스스로도
난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오빠를 만났는데, 오빠는 내가 참으로 소중한 사람이란걸 알려줬어.
그리고 오빠가 날 사랑해준걸 진심으로 느껴졌어. 고마웠어' 라는 문자에...
 
내가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단 사실이..그리고 나 역시 그녀 덕에 내 아픔을 다시
만나게 해주어 고마웠을 뿐입니다.
 
건강하게, 행복히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을 보내며...
다음 게시글은 도덕경 게시판에서도 작별 인사를 고하겠습니다.
모두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

댓글목록

햇살님의 댓글

햇살 아이피 (175.♡.55.224) 작성일

루시오님
좀 괜찮아지셨어요? 먼저 따뜻하게 한번 안아드리고 싶네요. 대성통곡 했을 루시오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오네요.
유년기 버림받음에 대한 기억은 너무나 아프고 괴로운 상처임을 저 역시 경험으로 절절히 알지요.
아픈 기억들을 눈물로 보내주자고요. 진한 눈물과 통곡들이 아픈 상처에 특효약이 되어 낫게 해주니까요.
버림받은 상처는 금방 아물지 않더군요. 오랫동안 달래주고 안아주고 울어주다보면 더 이상 아프지않더라구요.
마음 고생 많았어요. 그래도 씩씩한 루시오님이니깐 항상 잘 치루어낼거라 믿어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118.♡.153.88) 작성일

ㅎㅎ 햇살 선생님^^ 마음만은 햇살 선생님께 따스하게 포옹받은 것 같아 넘 감사하네요^^!!!
그렇게 3번이나 통곡을 하며 많이 울어주고, 많이 아퍼해주니 괜찮긴 한데..
아직은...아직은 약간의 아픔이 가슴안에 남아 있는 거 같아요. 계속 아퍼해주려구요..
전 참으로 복 받은 놈 같아요. 햇살 선생님의 따스한 위로를 받으니..ㅎㅎ
굿밤 되세요^^

사자님의 댓글

사자 아이피 (39.♡.223.146) 작성일

잘 표현하는 만큼 잘 우는구나. 좋다^^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223.♡.173.57) 작성일

잘 울고 잘 자고... 이게 행복이었네요ㅎ 감사해요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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