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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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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시오 (119.♡.124.87) 댓글 8건 조회 7,889회 작성일 15-07-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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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로 난 말년휴가를 나왔다. 말차를 나가기 전, 생각을 하며 판단해선 안 됨을 알면서도 허용했다.ㅎㅎ
전역하면, 어떻게 경찰시험을 준비해야 할지...학원을 가야할지, 간다면 서울로 가야할지 대구서 준비할지.
인강으로 준비할지...온갖 판단이 올라오고, 대가리가 아펐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내 마음의 에너지가
올라오질 않았다. 머리론 아무리 이해가 되어도, 내 마음이 움직여야 하늘의 뜻임을 아는데...올라오질 않았다.
 
며칠간 내 표정이 좋질 않자, 나랑 가장 친한 후임이면서 형이신 대원이 아침부터 날 따로 불렀었다.
 
'루시오 수경님, 뭐가 두려우신겁니까?'
 
이 한 마디에 모든 판단과 분별이 다 녹아내렸다. 그랬다. 두려워했었구나...
지난 8년간의 은둔형외톨이었기에 그 아픔의 생활 속으로 다시 돌아감의 두려움...
그래서 경찰수험생활을 학원에 의지하려 했었구나...
 
그 후임 형은 뒤이어 계속 말해주었다.
 
'공부를 하는 자신에 적응하십쇼. 하루 10시간, 12시간 앉아서 집중하는 모양의 자신..
공부를 하시다보면, 외롭기도 할 거고, 씁쓸하기도 할 거고, 아무튼 젓같은 기분들이 들겁니다.
근데 되려 그걸 즐기십쇼. 그걸 즐겨야 됩니다. 학원이냐 인강이냐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공부하시다 넘 힘들고 외로우면 언제든 우리 경찰서로 놀러오십쇼. 루시오 수경님이라면 언제 놀러오시든
모든 대원들이 다 환영하고 즐겁게 맞이해드립니다. 수험생만의 특권을 누리십쇼.'
 
그래...입대전에 난 군인의 모습인 날 만나러 간다고 혼자 궁시러됬던 게 생각났다.
이젠....공부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만나러 떠나야 할 때구나. 그리고 1년 가까이 공부에만
파묻혀 살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고, 20대 만의 특권이리라. 공부하며 찾아오는 온갖 외로움, 힘겨움
도 다 나 자신이다. 난 그 녀석들이 있기에 결코 외롭지도 않을거고, 힘들지도 않으리라. 두려워 한 이 마음...
다 만나리라. 다 공부할 때가 온 거구나..
 
그리고 비로서 내 마음이 움직였다. 아마 전역하면, 날 만나게 해준 에버랜드 귀신의 집에서 다시 2~3개월간
가야 할 것만 같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리고 서울에서 경찰학원에서 3개월과정 1순환 이론강의를
들어야 할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리고 대구로 내려와 몇 달간 혼자서 공부하는 나의 모습을 만날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온갖 기분의 날 만나게 될 것 같다. 왜 그러한진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하는거다...
하늘의 뜻대로.. 내가 점쟁이는 아니지만, 그리 될 것 같은 마음이 느껴진다...역시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맘 가는대로 가는거다.
 
나에게 이러한 말을 해준, 내 후임이자 나랑 젤 친한 현석이 형.
형, 멋지시구료! 깨달으신 양반이구료!
감사합니다!
 
이제...정들었던 성서경찰서와 진짜 헤어질때가 왔구나. 때가 되어 경찰서에서 벗어나지만, 내
맘 속엔 영원히 남으리...

댓글목록

서정만♪님의 댓글

서정만♪ 아이피 (221.♡.67.7) 작성일

루시오 말년휴가고 이제 곧 전역이겠네 정말 고생많았고
군대에서 일화 넘 잼나게 읽었다~~!
말년휴가 축하하고 너가 전역하는데 내가 뭉클하지?군대 전역할때 울컥하더라~~
루시오~화이팅!!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119.♡.124.87) 작성일

ㅋㅋ 드뎌 전역하네요.ㅋㅋㅋ 감사함당.

형 밑의 게시글 읽고, 저도 감동해서 댓글 달려고 했는데...귀차니즘이 발동대서

'이따 적어야지~'하다 못 적었어요..ㅋㅋ 그래도 '댓글 마니 달렸으니 나 하나쯤이야 패스해도^^'

란 생각으로..ㅠㅠ 쏘리요.ㅎㅎ

전역자들은 다 아시죠? 전 몰랐어요...선임들이 나갈 때, 좋은데 마냥 좋진 않다고...울먹이던

고참들의 모습을...이젠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수님이 알파와 오메가란 말씀 하신 것처럼, 좋은데 넘 슬퍼요...' 2가지 감정이 공존해요.

전역하기 싫고...근데 있으라 함 나가고 싶고..ㅋㅋ 암튼 올 하반기에 꼭 서울 모임서 뵐께요.

늘 고마워요^^

서정만♪님의 댓글의 댓글

서정만♪ 아이피 (221.♡.67.7) 작성일

형의 후광보고 깜짝 놀라는것 아님?ㅋㅋㅋㅋㅋ
형 옆에 있으면 다 오징어 된다 ㅋㅋㅋㅋ

최근에 글 적으면서 쉼,평화에 대한 '상'이 있었구나 했다.
늘 쉬고 싶었고 막 그랬는데 고요하고 쉰 '모습'이 떨어져나간듯 하다.

고요하고 정좌해서 쉬고 그런 사진 모습을 자주 바서 그런지
그런 모습과 비교하니 얼마나 내가 장황하고 가볍고
흔들리는지...

아~나 쉬고 있다 ㅋㅋ 이렇게 되고 싶었는데 안쉬어지더라..ㅋㅋ
무한 강박,영원한 고통 ㅋㅋㅋ 요샌 이상하게 자주 웃는다

고요를 보여주시오!!하면

아~씨 일을 시작하면 멈출수가 없네..
휴~나 정말 고요하다 ㅋㅋ

저게 무슨 고요야?에잇!! 중생!!ㅋㅋㅋㅋㅋ
움직임이고 흔들림이지!!

글을 끝맺을수없네 ㅋㅋㅋ
시도때도 없이 강박이 일어나니 참 고요하구나!!ㅋㅋㅋㅋ

예전에 글 엄청 적을때 그 상상에 힘들었다.
'이렇게 글만 적다가 게시판에서 영원히 글만적다가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고 고통만 받나?'
그땐 디게 심각한 고민이었음..

형과 굳이 비교하면 대부분 나름 다 초연하게 사는걸로 보인다.
무한 강박보단 다 초연하지! ㅋㅋㅋㅋ

아~제게 문제가 있어요~근 한달간 강박에 시달려서 쉴수가 없어요~
내 주변엔 대부분 해봤자 한시간 두시간 하루 이틀인데...
저만 저만 너무 '길어' 보여서 강박시간이...

그 옆에 훈남이 말함.ㅋㅋ
경기도 '강박' 대표 서정만이라고 합니다.
저랑 내기 하시죠?전 근 2년간 강박과 함께 했기에 절 이길순 없을거에요

무슨 소리에요?강박이 문제라서 괴로워 죽겠구만 누가 더 강박적인지
내기 하자고 하고?이게 무슨 장난이고 코미디 인지!

속는셈치고 내기 한번해요~
자!타이머를 돌릴테니 청소를 시작해요 같이 시작!

헐...내가 도저히 이길수없는 넘사벽이네요..제가 졌어요..
앞으론 강박이 문제라고 하지 않을꼐요..님을 보니 도저히
내 친구들이랑 비교하니 늘 '길어'보였는데
님과 비교하니 저의 강박이 '짧아' 보이네요..
늘 강박시간이 좀 줄고 짧아 졌으면 했는데...

괜찮아요~님은 그냥 님이에요....
어떤 기준이나 목표가 없다면 그냥 님은 님이에요..

그럼 님의 비교대상이자 기준이었던 전 그만 갈꼐요~~

그럼...
경기도 대표랑 붙을 다음 참가자 오세요 ㅋㅋ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전부 기권 ㅋㅋㅋㅋ

늘 강박에 저항하고 도망다녔는데 이제 좀 해볼려니
이상하게 싸울 상대가 비교할 대상들이 전부 다 기권이네..

에이 김빠져~~!

정말 나도 고맙당~~!!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119.♡.124.87) 작성일

까짓 거...오징어 되겠슈ㅋㅋㅋㅋ

글 엄청 적을 때의 상상..ㅋㅋ 웃어서 미안해요. 근데 순수한 아이처럼

보이네요^^ㅋㅋ 저도 예전에 그런 상상은 햇었어요^^:

(아니, 내가 게시판에 평생 글만 적을라나?ㅜㅜ 왜 안 멈춰지누...ㅜ)

라믄서..ㅋㅋ 저 역시 그게 한 땐, 고민 아닌 고민이어서 공감되네요.ㅋㅋ

강박에 대한 솔직한 글 고마워요. 전 고향이 경북이니 경북 대표로

나설까요??^^ㅋㅋ

해피 굿 데이!

봉식이할매님의 댓글

봉식이할매 아이피 (175.♡.214.244) 작성일

두려울땐 두려우면 된다.
김기태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 하셨건만 ㅡ,.ㅡ;;;
정말로 그럴 용기가 있어야겠지! 루시오.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119.♡.124.87) 작성일

하잇!!! 에라이~하고 물에 빠져드는게 힘들지, 빠지고 물좀 마셔보면 쉬운것을요..ㅋㅋ

언젠가 다가올 모임에서 뵙겠습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ㅎㅎ

건강하세요!

불꽃님의 댓글

불꽃 아이피 (210.♡.226.237) 작성일

"공부하며 찾아오는 온갖 외로움, 힘겨움도 다 나 자신이다."

제게 매우 인상 깊은 구절입니다. 저도 부대에서 이제 막 영어공부를 시작한 참입니다. 그동안 제게 여러모로 고통을 안겨주었던 영어... 사실 이제 막 시작한 영어공부가 잘 되지도 않고 지루하기도 하지만, 루시오 형과 현석 일경님의 말대로 저 역시 그것을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112.♡.127.215) 작성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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