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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미친 사람이 되기도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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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1건 조회 4,457회 작성일 08-01-0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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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간혹 키피와 크림 설탕이 배합된 다방식 봉지 커피를 마실 때도 있다.
누가 권했을 때 조금 마시다가 대부분 버린다.
연말에 '부드러운 블랙'이란 역시 봉지 커피를 우연히 맛보았는데
맛과 향이 그런대로 괜찮아 롯데마트에 가서 작은 박스를 샀다.
새해를 맞아 문득 사온 커피가 생각이 나, 아침에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평소 봉지를 뜯어 물을 타는 게 습관이지만 그 날은 하다보니
머그 잔에 더운 물을 먼저 타고 봉지를 뜯었다.
까만 커피 가루가 물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고 맑은 물이 금새 검은
물빛으로 변해갔다. 그 순간에 하얀 물체가 둥실 떠올랐다.
자세히 보니 구더기였다. 어떤 애벌레인지는 모르겠다. 반짝 말랐다가
더운 물에 닿다보니 부풀어 올라 떠올랐다. 1cm 정도 되는 크기였다.
봉지 커피에 어떻게 구더기가 들어갔는지 당체 모르겠다.
'고객상담실'이란 전화번호가 봉지 끝에 작게 인쇄되어 있길래
그 다음 날 출근하여 전화를 걸었다.
네 고객님 대단히 죄송합니다. 내가 떠듬거리며 설명하고 난 뒤에
들은 답변의 전부이다. 그런데 나는 어떤 답변을 회사에서 듣고 싶어
했을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화들짝 정신이 들어,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담당자에게 불편사항
신고의 메일을 적었다. 일목요연하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남겼다.
전화번호와 메일주소 입력란도 있어 적어 넣었다.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봉지 커피 안에 구더기가 있다고 회사에
알린 나를 그들이 어떻게 보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망상병 환자이거나 공갈사취범 정도. 아니면 정신이 좀 돈 사람?
나는 본의 아니게 약간 미친 사람 처럼 그 쪽에서 보고 있었을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행복과 미소가 가득한 세상과 '품질과 신뢰'에
최선을 다한다는 문구가 나를 놀리듯 반짝이고 있었다.

어릴적 한 겨울에 밀집모자 꼬마 눈사람. 눈섭이 우섭구나~~~동요를
나는 한 겨울에 미친 모자 꼬마 눈사람. 눈섭이 우섭구나로 알고
있었다. 귀의 착청 현상으로 잘못 들었다.
어.....어 나도 모르게 미친 사람이 되어 있었네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을 때 왜 그렇게 말을 떠뜸거렸을까.
듣는 사람이 별 미친 놈 다 보았네 하고 여긴다면
나는 영락없이 미친 놈 밖에 될 수가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았다.

댓글목록

e-babo님의 댓글

e-babo 아이피 (222.♡.103.118) 작성일

우하하하하하......
정말 재미있네예~^^

사람냄새가 푸울풀......
미친 냄새는 안 납니데이~

저도 며칠 전 카쓰 맥주병에서 이상한 쇳가루같은 기 나와서
증거물로 남겨 놨다가 전화를 한다카는기 고마 잊어버리고 못했습니더.

얼마전에 제가 아는 쏘주 애호가 한 분이
쏘주를 마시다가 병에서 쇳가루 같은 기 나와서 당장 전화를 해서
'성분이 알고싶다, 이거 일부는 이미 먹었는데 건강에 지장이 없겠는가?
공개사과해야되는 거 아닌가?
내는 공무원이고 옆에 같이 마신 증인도 있다.' 등등을 말했더니
회사에서 사람이 직접 쏘주 한박스랑 과자류를 들고 찾아와 사과하고
증거물은 가져갔다케서 저도 그랄라켔는데
고마 잊어버리고 증거물로 받아두었던 컵 속의 쇳가루 물을
나도 모르게 개수구에 쏟아 버리고 말았지 뭡니꺼?

뭐 그러면 그런 기고, 이러면 이런기지요 뭐....^^

지는 입만 벌리면 똥냄샌데 자몽님은 자몽한 자몽향이 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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