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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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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냥 (221.♡.43.169) 댓글 5건 조회 5,722회 작성일 07-05-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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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사랑
2000년 kbs 20부작 미니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최근에 배종옥 김희애 주연 내남자의 여자를 듬성 보는중 배종옥이 눈에 띈다.
배종옥의 백치미를 나는 '바보같은 사랑'에서 발견 할 수 있었다.
뒤이어 이재룡의 은근히 세련된 연기도 떠올랐고...

당시 2000년도에는 허준광풍으로 다른 채널의 드라마는 말그대로 죽을 쑤었다.
같은 시간대에 노희경작 표민수연출로 방영된 이 드라마는 시청률이 고작 3%대 였으나
당시 종영이 되고난후 아이러니컬하게도 민언련이 선정한 올해의 좋은 방송으로 선정되었고
방송기자단에서도 드라마부분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뽑혔다.
시청률 = 좋은 드라마라는 공식을 뒤집어 놓은 작품이다.

7년이나 지난후 다시 20회분을 사나흘에 걸쳐 보는 동안 나는 정말 행복하였다.
요즘 드라마는 대부분 큰 정원이 딸린 집을 배경으로 명품을 걸치고 사랑타령하는
결말과 구성전개가 뻔한 스토리에 질려가고 있던 나에게 산소같은 드라마가 바로 이 작품이다.

노희경작가에 대해 아는게 전무하며 또한 감성적 통속적 소설류에대해 전혀 관심이 없던터라 새로운 호기심 충족으론 그만이다.
98년도 거짓말이라는 드라마도 노희경 작가 작품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고 방송사상 처음 드라마 팬까페가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재래 시장통의 어물전 그리고 이동식 즉석 커피수레, 지하실 봉제공장 그리고 흑석동 7부능선에 자리잡은 스레트집...
이모든 배경을 통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생존과 단지 행복하기위해 사랑을 하는 그들을 통해 진솔하게 사는 모습 그리고 사랑이 무얼까하는 살가운 여운이 남는다.

불륜이라는 소재는 드라마의 단골메뉴이다.
이 드라마 역시 바람기가 넘치는 상우(이재룡)와 옥희(배종옥)의 불륜이 메인 카피이지만
그들의 불륜을 통해 상처받는 상우의 아내 영숙(방은진)과 옥희의 사실혼 관계의 영배(김영호)에 대해
그다지 동정표가 쏠리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사랑은 단순하고 명확하며 불륜을 미화한다기보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또한 나도 그러한 사랑을 한번쯤 해보았으면하는 바보같은 대리만족을 충분히 소화해 주고 있다.

드라마든 소설이든 영화든 나는 내용및 스토리 구성이 탄탄하지 않으면 아무리 극중 배우의 연기가 좋다 하더라도 외면해버린다.
요즘 방영되는 '내남자의 여자'는 온통 배우들의 자극적인 극중 대사와 배경의 화려함외에는 어떤 잔잔한 메시지가 없다.

'바보같은 사랑'중 상우의 극중 대사이다.

세상을 살아보니까, 사랑도 돈 있는 놈들 하는 짓거리더라구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사랑도 못해. 우리 여편네도 엄마도 나한테

주접 떤다는데, 뭐. 난 돈도 없고, 똑독하지도 못하고, 마누라까지

있지만 그래도 나랑 멀리 가서 바보처럼 그냥 서로 보고만 있어도

좋으니까, 그렇게 살아 볼래요? 옥희씨.

씨니컬한 멘트도 아니고 근사한 구애의 세레나데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서로 보고만 있어도 좋은 사랑은 불장난이며 오래가야 3년을 못버틴다고 한다.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결국 바보같은 사랑은 아이들 소꿉놀이로 해지면 손털고 집으로 가는 그렇고 그런 결말로 끝날 줄 알았다.
상우가 다시 정신을 차려 부인인 영숙에게 돌아가고 옥희와 상우의 사랑은 결국 바보같은 허무함으로 결말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상우는 독백을 한다.

세상사람 모두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 해도 바보 같은 짓이라 해도 우리도 한번쯤은

행복해지고 싶었습니다.

그게 정말 바보같은 사랑이라해도....

내가 너무 감성적인 걸까... 이 마지막 장면 독백으로 내가 본 드라마중 최고의 감흥을 나는 느낀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나는 노희경 작가와 배종옥 이재룡의 매니아가 될 듯 싶다.
결국 대리만족이지만 구성의 탄탄함 인물들 하나하나의 입장이 너무나도 절절해서 누구하나를
딱 대놓고 지탄할 수 없는 그런 상황으로 몰아간다.
당신이라면 어쩔 수 있었겠는가?
불륜이 성공하여 완성되는 엔딩이 아름답게 느껴지기가 쉽지는 아니하다.

또한 중간 중간에 사용되어진 서정적인 OST는 드라마와 너무도 궁합이 잘맞아 음악만으로도
내용이 연상되는 즐거움을 준다.

글이 길어졌다.
그만큼 개인적으로 감흥을 받았고 그 소감을 아니 써면 손가락이 근지러울 것만 같기 때문이다.
5월 30,31일 도네이션 드라마로 다시 배종옥과 노희경이 손을 잡는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이라는 드라마로 출연진 모두 출연료 없이 드라마를 통한 수익금 전액은 국제난민구호단체 JTS를 통해 북한 및 제3세계 어린이 돕기에 쓰여진다.
기부 드라마를 위해 1000배를 한 노희경 작가에 대해 작은 박수를 보낸다.

댓글목록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122.♡.11.190) 작성일

그냥님 오랫만에 글을 올려주셔서 반갑게 읽었습니다. 또한 오래전 드라마라서인지 제겐 기억조차 없는 드라마지만 언뜻 스치듯 잠시 본 것같은 드라마인데 그렇게 괜찮은 드라마란 걸 일깨워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냥님의 글을 읽으며 또 그 드라마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며, 6월 서울모임에 그냥님을 뵐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일어납니다.

놀부님의 댓글

놀부 아이피 (58.♡.108.37) 작성일

말씀이 좀 지나치구려.
그냥 공감의 뜻이나 위로라고나 해야 맞는 말이지요.
내말도 그게 그건가 ?  쏘리 입니다.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122.♡.11.190) 작성일

ㅎㅎㅎ 방금 올라왔다 지워진 글에 제가 아부가 지나치다는 말씀을 하시니 한말씀 드리지요....
실은 제가 그냥님 펜이걸랑요. 글도 좋고 입담도 좋고 형님같이 편안하신 분이라, 제가 지난 서울모임에서 뵙고는 걍 뿅하고 맛이 갔드랬어요. 그리고 놀부님 말씀맞따나 제가 동년배로서 그냥님의 글이 참 공감이 가고 그러다보니 님들 보기에 역겨울 수 있는 쪽글을 달아대는군요. ㅎㅎㅎ

아큐제로님의 댓글

아큐제로 아이피 (58.♡.114.91) 작성일

동시대의 정서를 공유하시는 두 분의 '정'이 부럽군요
이 게시판 보다,
개인적인 오붓한 자리를 만드셔서 귀한 시간을
자주 즐기셨으면합니다.

아큐제로님의 댓글

아큐제로 아이피 (58.♡.114.91) 작성일

사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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