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의 긴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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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0건 조회 5,641회 작성일 07-07-16 16:16본문
저녁 어스럼 내리는 남포동 구두방 골목, 카바이드 등불을 켜고 점을
봐주는 보살네가 항상 몇 분 계시다.
(요즘은 배터리에 연결한 꼬마 전구촉으로 바뀌었다)
낡은 한복에다 왼손에는 염주, 길 바닥에는 관상이나 당사주 보는 책들이
늘려져 있다. 운명을 봐주는 책에는 울긋불긋 동양화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늘려져 있다. 운명을 봐주는 책에는 울긋불긋 동양화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자태고운 여인이 도포와 갓을 쓴 남정네에게 술을 따르거나
수양버들 나무 아래 장원 급제를 하여 나귀타고 고향에 내려오는 남자
부뚜막 한 곁에 옷고름을 훔치며 울고 있는 아낙네
수양버들 나무 아래 장원 급제를 하여 나귀타고 고향에 내려오는 남자
부뚜막 한 곁에 옷고름을 훔치며 울고 있는 아낙네
그런 그림 들이 카바이드 불빛에 어렁거린다.
인생이 그런 그림들 처럼 펼쳐질수 있을까.
인생이 그런 그림들 처럼 펼쳐질수 있을까.
이상하게 점 봐주는 이런 보살님네들의 얼굴을 흘깃 보면
그들의 파란만장한 운명이 어떻게 펼쳐졌을까 오히려 더 궁금해진다.
그들의 파란만장한 운명이 어떻게 펼쳐졌을까 오히려 더 궁금해진다.
박복한 인생, 미간이 좁아 관운이 없으니 서방 덕이 흐릿하고,
인중이 짧으니 명이 국수가락처럼 늘어지다 툭 끊어지고,
광대뼈 툭 불거져 나왔으니 모진 험로 돌아서도 귀인상 못만나겠네.
인중이 짧으니 명이 국수가락처럼 늘어지다 툭 끊어지고,
광대뼈 툭 불거져 나왔으니 모진 험로 돌아서도 귀인상 못만나겠네.
아, 서러운 인생 저도 몰랐는데 남 아린 가슴 속 쏙쏙 꼬집어 낼까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오늘 일진이 사나운지 손금 한 번 봐달라는
사람도 없이 게슴추레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졸고 있다.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오늘 일진이 사나운지 손금 한 번 봐달라는
사람도 없이 게슴추레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졸고 있다.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다리 아래
불빛만 무심히 흔들리고
불빛만 무심히 흔들리고
나도 산대 젓가락을 뽑고, 쌀알도 던져보고, 꽃에게 말도 걸어보고,
아기 소리내며 사탕 한 알 달라고 울어보고 싶었다.
아기 소리내며 사탕 한 알 달라고 울어보고 싶었다.
그 날 바람이 불어 사주 책갈피가 펄럭이듯 넘어가고
카바이드 불빛에 반사되어 어리는 얼굴들, 누구의 얼굴이였을까.
카바이드 불빛에 반사되어 어리는 얼굴들, 누구의 얼굴이였을까.
천변만화의 만다라 그림 속에서도 또렷히 보이는 하나의 얼굴.
희미하게, 흐릿하게 다소곳히 우는 듯 웃는 듯,
희미하게, 흐릿하게 다소곳히 우는 듯 웃는 듯,
그림 속의 한복입은 여인의 얼굴 처럼.
불빛따라 흔들리는 옛 사랑의 긴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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