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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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5건 조회 7,127회 작성일 07-07-20 12:35본문
오늘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 어항을 들어 올리다 깜짝 놀랐다.
톱밥만 깔린 빈 어항에 까만 솜뭉치 같은게 퍼뜩하며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햄스터 새끼 한 마리 였다.
보름전 갓 젓 뗄 무렵의 햄스터 새끼들을 청소해 줄 요량으로 새 집으로
옮겨 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 분명히 새끼가 5섯 마리인 줄 알았는데.....
옮겨 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 분명히 새끼가 5섯 마리인 줄 알았는데.....
작은 놈 한마리가 톱밥 아래 숨어 있었던 것이였다.
한방울의 물도 없이, 톱밥에 떨어진 작은 좁쌀과 옥수수 씨앗 몇알로
보름을 살아 있었다니, 몸은 젖 뗄 무렵 크기 그대로 새끼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였다.
보름을 살아 있었다니, 몸은 젖 뗄 무렵 크기 그대로 새끼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였다.
몸은 여위었는데 까만 두 눈만이 반짝였다.
굶주린 새끼를 다시 한 배의 새끼가 사는 집으로 옮겼더니 그 놈 몸집이
1/3 조차 되지 않는 엄지 왕자처럼 보였다.
1/3 조차 되지 않는 엄지 왕자처럼 보였다.
어떻게 물 한 모금 없이 곡식 몇 알 만 먹고도 그렇게 살 수 있었을까.
가녀린 생명이 잠시 나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가녀린 생명이 잠시 나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냉장고의 야채통 밑바닥에, 까만 비닐 봉지에 싸인 게 있어 풀어 보니
한 달 보름쯤 되었을까. 몸채는 짤라먹고 남은 1/4 정도 크기의
양배추였다. 이미 곰팡이가 피어 몸은 썩어 들어가고 있었는데
그 뿌리 부분에 버섯처럼 파아란 싹과 노오란 새 잎이 그 썪은
몸을 꿰뚫고 자라나고 있었다.
한 달 보름쯤 되었을까. 몸채는 짤라먹고 남은 1/4 정도 크기의
양배추였다. 이미 곰팡이가 피어 몸은 썩어 들어가고 있었는데
그 뿌리 부분에 버섯처럼 파아란 싹과 노오란 새 잎이 그 썪은
몸을 꿰뚫고 자라나고 있었다.
아무런 빛도, 물도 없이 차가운 냉기만을 가지고 자신의 썪어
뭉개진 몸을 뚫고 새순이 돋아날 수 있었을까.
뭉개진 몸을 뚫고 새순이 돋아날 수 있었을까.
한참을 그 보드랍고 여린 양배추 싹을 만져보다가
도대체 생명이란......부끄럽게도
나는 자신도 모르게 내 몸을 더듬거리며 만져보고 있었다.
댓글목록
신성일님의 댓글
신성일 아이피 (203.♡.145.114) 작성일
그 끈질긴 작은 생명속에서 神性을 봅니다.
생명이 다해 널부러진 사체속에서도 神性을 봅니다.
구부러지는 이 손가락에서도 神性을 봅니다.
자몽님의 댓글
자몽 아이피 (210.♡.107.100) 작성일물론 엄앵란에게서도 신성이 보이겠지요?
송재광님의 댓글
송재광 아이피 (211.♡.252.130) 작성일
자몽님의 글은 국어교과서에 실릴 만 합니다.
책을 내어보세요.
자병유몽님의 댓글
자병유몽 아이피 (121.♡.201.28) 작성일
그사람 참.
뭐하는 분이오 ?
백수 ?, 백조 ?
허구헌 날 웬 말씀이 그리 다양하신고 ?
엄앵란은 또 누구요 ?
연애하시오 ? 여기서 ? 카카카카...
재밌는 분이군.
구방미인일세.
신성불이님의 댓글
신성불이 아이피 (203.♡.145.114) 작성일
신성일 -> 엄앵란의 연상이군요,,ㅋㅋㅋㅋ
神性一 로 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