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8 (토) 산청모임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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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토토 (59.♡.103.209) 댓글 0건 조회 8,227회 작성일 18-11-29 21:58본문
다들 잘 지내시는지요.
모든것이 충만한 지금 여기 오늘입니다.
세상일이 움직이는것을 가만히 보고있노라면 정말 신의 손길이 닿지않는곳이 없는것 같습니다.
우리회사는 아침까지만 해도 사업장폐업을 검색하며 절차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날 오후에 몇십억 공사가 낙찰이 되서
다시 기사회생했습니다. 그러면서 삶은 다시 시작되고 이와 관련된 개개인에게 하나씩의 과제를 내어주며 운명의 수레바퀴는 굴러가지요.
이번 나의 배움은 긴장감과 압박감이었습니다.
폐업직전의 회사사무실에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위에 책임자들은 모두 퇴사하거나 현장으로 나가있고, 본사에 오래있던 제가 엉겁결에 책임자가 되어버렸습니다.
계약 낙찰이 되면, 적격심사라고 보게되는데 이 서류가 통과가 되어야 공사를 할 수 있습니다.
왠만하면 다 통과하고 서류도 약소했지만, 내가 책임자가 되서 하다보니 쉬운게 하나도 없더랍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공무원에게 물어가봐가며, 혹시나 내가 제출한 서류에 문제생겨 낙찰이 취소될까 하루에도 수십번 롤러코스터를 탔지요.
서류 준비부터 통보까지, 꼬박 열흘을 밥도 못먹고 잠도 못자고 . 꿈속에서조차 똑같은 긴장감속에서 일을 하다가 눈을 떴더랬죠.
보조로서만 업무를 하다가. 처음으로 주책임자가 되어 내가 판단하고 결정하고 지시하는, 그로인한 결과또한 내가 책임지는.
그 두려움과 긴장감, 압박감은....와... 정말로 매일아침 눈뜨기 싫고 사장님실에 들어가기 무섭고. 으으으~~ㅎㅎㅎ
아마, 이게 어른의 삶이었겠지요.
아마, 이게 밥벌이의 어려움이었을겁니다.
아마, 이게 우리네 아버지가 밖에서 겪어왔던 회사생활이었을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분이 그랬습니다.
이제서야 내가 어른으로서의 삶을 사는거라고.
나는, 지난 30년 넘는 세월을 아이로서 그저 찡찡대며 사랑을 달라고 조르기만 했던 아이였거든요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나 안좋아하나에만 신경썼고, 상대방 마음에 들기위해 일했고 노력했고 애썼고.
그저 누군가의 사랑을 받기위해, 그거 하나에 목숨걸고 살다보니. 내 삶을 제대로 들여다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때도 분명 내 바깥에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났었을겁니다. 하지만 몰랐지요.
내 눈과 귀는 오로지 나를 좋아해주냐 아니냐, 내 말이 맞냐 틀렸냐 뿐이었으니까요.
이제야, 나는 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 삶의 실상을 봅니다.
허둥지둥, 쩔쩔매는, 긴장감과 압박감, 쪽팔림, 믿고 따르던 사수에 대한 동료들의 시기 질투, 그로인한 좌천. 불명예.
헤어짐에 대한 두려움, 거기에 대한 인간관계의 회의감까지.
나는 할줄아는게 우는거 밖에 없어 오늘 하루에도 몇번을 울었더랬습니다.
이제까지 늘 남 눈치만 보며 살다보니, 사실 내 감정을 보는게 익숙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내 감정을 잘 모릅니다.
억울함도, 분노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울음은 참으로 서럽게 나와서, 울면서도 왜 우는지도 모른채, 그저 서럽게 웁니다.
그런데, 하나는 압니다.
이 모든것들이, 아무 문제 없다는것을요.
6년넘게 동고동락한 내 사수가 궁지에 몰려있는 이 판국에, 그 갑갑함과 두려움에 울면서도.
내게 주어진 새로운 일들에 대한 두려움과 초조함, 긴장감속에 정말 기절할것만 같은 그 압박감 그 모두가.
이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꽃이 피고 , 그러다 구름이 끼고 다시 햇볕이 짱짱했다가 또 비가오다가.
그 모든것들이 아무 문제가 없듯이, 지금 이 고통과 슬픔도 아무 문제가 없음을.
그저 슬프고 힘든 일이 인연따라 왔고, 그래서 슬프고 힘들 뿐임을.
기쁨과 슬픔, 외로움과 두려움, 이 모든것이 모두 하늘아래 공존하는, 가득찬 충만함,
그저 어제와 똑같은 오늘일 뿐이라는 걸.
모든것이 충만한 지금 여기, 2018년의 어느날,
열두번째 모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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