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분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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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식이할매 (175.♡.214.244) 댓글 3건 조회 8,110회 작성일 16-01-19 21:01본문
외로움에 분노하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때 느꼈던 사무치게 서글픈 외로움은 나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어찌나 외로웠으면 이틀 동안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나에게 왜 이리 격한 외로움이 찾아온 걸까? 그 동안 사치라 생각했던, 그래서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솟구쳐 나오는 이유를 나는 아직 모른다.
거리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리고 사람들로 넘쳐난다. 다들 짝을 지어 거리를 가득 메운다. 하지만 그들 틈에 내가 낄 자리는 없다. 그런 현실이 날 더 슬프게 만든다. '아니, 잠깐만 이게 아닌데?' 예전에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있다면 그건 바로 '외로움'이었다. 그래서 나는 고독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외로움을 느낀다고?' 모르겠다. 정말로 모르겠다. 다만 즐거워야 할 크리스마스 캐럴이 내게는 슬프게만 들린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책으로 잠시 외로움을 달랜다. 하지만 엉뚱한 생각이 자꾸 책을 밀치는 바람에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은 거리에서 들려오는 캐럴을 따라 부르면 새벽 3시를 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불을 머리 위까지 당겨 온 몸을 덮고 누워 잠을 청해 보지만, 서글픈 감정은 가슴을 끝없이 요동치게 만들고 온몸을 시뻘겋게 달구어 놓는다. 외로움은 서서히 분노로 바뀌고 순한 양처럼 곱기만 했던 내 마음은 어느샌가 날카로운 가시 털로 뒤덮인 늑대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의 새벽을 뜬눈으로 보내며, 나는 서서히 늑대에게 잠식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한 마리 늑대로 다시 태어났다.
직장, 외모, 건강, 그리고 내성적인 성격이 만들어낸 거대한 벽. 무엇인가 나를 가로 막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나는 그 벽을 당연하게 여겼다. 가진 것 하나 없기에, 그런 나에게 사랑은 사치라 생각했다. 나의 이러한 심정을 시로 표현해본다면,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의 마지막 구절이 떠오른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나를 가로 막고 있던 벽은 다름아닌 내가 사치라 생각했던 사랑의 그림자였다.
오랫동안 나를 둘러싸고 있던 두터운 벽은 늑대의 날카로운 이빨 앞에 힘없이 찢겨나간다. 외로움에 분노하는 격한 감정의 상태가 마음의 기울기를 바꿔 놓았다. 나는 이제 늑대와 같은 울부짖는다. 이제는 외로움에 굴하지 않으리.
댓글목록
햇살님의 댓글
햇살 아이피 (175.♡.55.224) 작성일
외로운 늑대가 돼버린 봉식이 할매님~
따뜻한 여우를 만나 구원받으셔야 될 텐데..희망을 가져보세요ㅎㅎ
3월이나 되어야 볼 수 있겠네요. 그동안 마음 잘 달래며 지내시길^^
봉식이할매님의 댓글의 댓글
봉식이할매 아이피 (175.♡.214.244) 작성일지금 눈이 시뻘개져서 사방을 두리번 거린답니다. ㅎㅎ
루시오님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119.♡.124.75) 작성일
외로움...저에게도 한 평생의 친구죠. 평생을 놀아주지 않아서 철전지 같은 웬수였다가
이제야 조금은 서로 화해하고 안부 정도 주고 받는데..ㅋㅋㅋ 요 녀석과 친구는 하되
올 봄엔 저랑 형님 모두 슬슬 이성친구도 만나서 다른 방식으로 외로움을 풀어보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