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인생이 좀 멍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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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디에이치 (203.♡.217.230) 댓글 2건 조회 8,842회 작성일 15-12-13 18:37본문
요즘 느끼는건데..
정말 인생이 좀 멍해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주말에는 항상 여자와의 데이트약속을 잡거나 안되면 클럽이나 나이트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항상 실력(?)을 늘리기에 여념이 없이 보냈습니다.
그때문에 금요일만 되면 주말의 달림이 두근거려졌고..일요일 밤만 되면 가기싫은 회사때문에 잠을 못이루었습니다.
실험을 통해서 깨어남에 대한 기대를 했을때도
내가 깨어나면 주변에 나를 따르는 사람도 많아지고 나의 카리스마와 매력에 반해서 나한테 구애를 하는여자도 많아지고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내 인생은 진짜 풍요로워질거라는 어마어마한
기대를 했습니다만
진짜 깨어나고 났을때의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친구를 만나고 싶은 욕구 여자를 만나고 싶은 욕구 인정받아야 된다는 욕구 등등이 그냥 사라져버렸다고 할까요
그러니까 주말에 약속도 굳이 왜 잡아야 되나..여자를 내가 꼭 찾아나서야 하나..하는 등등
너무 싱겁게 변해버렸습니다.
주말에 그냥 집에만 있었네요..저번주말도 그렇고 이번주말도 그렇고..
그렇다고 이렇게 집에만 있으니까 아 답답하다. 나가서 약속을 잡아야 되겠다는 생각도
안들고 그냥 우두커니 바보처럼 앉아있다가 티비 소리 들리면 나가서 티비 좀 보다가 다시
침대에 와서 드러눕고...노래잠깐 들었다가..다시 그냥 잠을 자고..
내가 이전에 했던 행동은 결핍에 따른 보상행동이였다고 할까
근데 그 결핍이 사라져버리니..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는 몰라서 그냥 멀뚱멀뚱 있는
꼴이 되어버린거 같습니다.
요즘은 항상 그러네요..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는 거랑 그냥 예전부터 다니던 체육관 가는거 말고는 딱히 무얼 하는 게 없네요
예전에는 항상 무언가 보람있게 보내기 위해서 애를 썼고 할게 없으면 책이라고 봤는데
애를 쓰는마음에 사라지니..굳이 보람있게 왜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럼에도 무기력한게 아니라 마음속은 충만하네요..
솔직히 이대로 평생 그냥 아무생각없이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생겼지만
뭐 하고 싶은게 안생기는데 뭘 어째야 되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그냥 또 멍해집니다.
인생은 이렇게 확실히 결정된 거 없이 멍 속에 떨어진 느낌입니다.
화제를 돌려서
며칠전 친구와 술자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친구 왈.. 너도 이제 결혼해야 된다. 진짜 사랑하는 여자 만나서 가정도 꾸리고 해야지..결혼생각없다고
맨날 그냥 대충 만나고 그러면 나중에 후회한다. 나중에 나이 사십오십 먹어서 외로워져서 그때 결혼안한거
후회하면 늦는거 아니냐
어릴때 부모말 안듣고 공부안한것도 나는 엄청 후회한다. 앞으로 더 후회하기 싫어서 가급적 어른들 말 가슴에 새기고 말 들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말을 듣는 나는 일단 처음 드는 생각이 내가 결혼할 생각이 별로 없는데
왜 나한테 결혼 이야기를 자꾸 하지..라는 생각과 더불어 나중에 외로워질거를 왜 미리 걱정해야 하는지
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과거를 후회한다고 이야기하는 친구한테 현재가 중요함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 등등이 들었다
또한 내가 결혼에 대해서 마음을 너무 닫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운명이 자꾸 결혼하라고 친구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런이야기를 듣게 만드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이런생각을 한번에 하나씩 했다는건 아니고 복합적으로 떠올랐다.
근데 결론은 없다.. 걍 모르겠다. 중요한건 지금 그런 괜찮은 여자가 없다는것이고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는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친구와의 그 주제에 대해서는 대화가 잘 안통하는
느낌이었다.
이 주제도 역시 결정된 거 없이 멍 속에 떨어졌네요..결국..
항상 무언가 모호하고..결론이 나지 않는듯한 느낌...이게 무엇인지를 참 설명이 안됩니다
댓글목록
서정만♪님의 댓글
서정만♪ 아이피 (221.♡.67.7) 작성일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욥기 8장 7절)
저는 이전에 이 구절을 보고 오해 했었어요.
제 스스로의 시작이 참 작게 느껴졌고(헷갈리고 혼란스럽고 모르겠고)
그래서 나 자신을 만나면 끝이 창대하겠지? (다 알고 명백하고 )
하고 '모습'의 창대를 상상했었는데..
눈 떠보니 시작한 그 모습 그대로 임.
그 시작 그대로 끝이고 '창대'임을 모르고 따로 '창대'한 모습을 구했기에
늘 초라하고 작게 느껴졌다는걸 눈 떠보니 저절로 자명해지네요.
모호하고 애매하고 헷갈리는 그 모습이 진정한 창대라고 하면
알아듣는이가 참 드물거라 생각이 들어요.
그 있는 그대로의 모습 '시작'으로 돌아오면
동시에 시작도 끝에 물들지 않는 계속되는 '지금'을 감사하고 누리며 사니
얼마나 좋은지 모름!
생노병사속에서도 생노병사에 물들지 않는 진정한 자유와 평강이 임해서
저절로 감사함이 나옴.
Don't Worry Be Happy!!
글 재미있게 공감하며 읽었어요!! 화이팅!!
매순간님의 댓글
매순간 아이피 (124.♡.13.157) 작성일
그 멍을 느낀지 3년이 되가네요~
아직도 멍합니다. (ㅎㅎㅎ 그렇다 바깥일에 기민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안의 모든건 자연스럽게 아무걸림없이 흘러 갑니다.
내마음의 것을 세우려고 힘쓰고 갈고 닦음이 없으니 어찌나 편하고 좋은지요
근데 멍도 안 좋은 세움이라는 생각도 간혹 듭니다.
그냥 현재 이대로인데 그냥 이대로 충만한데 뭘~ 이러다 보면 ( 선생님 말씀을 빌리면 받아들이는 모양만 있다? )
꼭 일이 터지더라구요. !!
다만 그런 줄 알고 감내하고 받습니다.
스트레스는 받죠!! 하지만
잘 될거라 늘 확신에 차있고 내자신에게 거짓됨이 없어 편합니다.
신나게 인생을 삽니다.
누군가 핀잔을 듣고 경멸하기도 하고, 욕하기도 하고
도를 아는냥 떠드는 척도 하고
누군가를 가르쳐주고 잘난척하고 싶고
짜증나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멍하기도하고, 어느땐 혼란스럽기도하고
모든것이 어우러져 내안에 있고 그 하나하나를 있는 그대로 받는게 너무 재미있습니다.
늘 있는그대로 자유롭길 바랍니다.
'멍'이라는 한글자 보고 공감되어 댓글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