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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닮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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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0건 조회 5,025회 작성일 07-09-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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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이집트 컬렉션 회랑을 몇 시간 걸었습니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뺀 유물을 모두 여기에 가져다 놓은 듯, 어떤 전시실에는
작은 신전(神殿)의 돌 하나 남김없이 가져와 그대로 사원을 복원해 놓았습니다.
마치 피라미드 내부의 어두운 미로를 걷는 듯한 착각 속에서
무엇보다 미라를 담아두었던 무수한 목관과 석관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목관과 석관의 두께와 크기도 다양하고 그 위에 새겨진 인물의 얼굴도
제각각 조금씩 달랐습니다.
그러다 문득 나의 발길이 멈춘 곳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떤 연인, 어떤 부부, 아니 어떤 자매 같아도 보이는 한쌍의 남녀 미라가
유리관 너머 나란히 세워져 있었습니다.
목관 위에 새겨진 얼굴과 어깨와 몸과 옷의 정교한 색칠과 양식을 한참
바라보다, 미라의 여자 얼굴이, 그 어느 날 보았던 당신의 눈매, 코, 입술.....
그 어딘가, 그 어떤 모양을 닮은 것 같아 한참을 바라 보았습니다.
참 이상하지요.
여기는 뉴욕 맨하탄의 5번로 85가(Fifth Avenue 85th Street)
메트로폴리탄 미술박물관의 일층
오전 열시 시각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목관 들 중 하나가 당신을 닮은 것 같아.
왜 불.현.듯. 17년전의 당신 얼굴이 그 목관 위로 겹쳐 떠올랐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요.
다정스럽게 누워 손을 잡고 있는 듯한 한쌍의 미라 목관은
어떤 연인
어떤 부부
어떤 남매.......였는지 나역시 몰랐지만요.
그 순간 만큼은요.
나와 당신이 저 유리관 속을 걸어 들어가 함께 눕고요
저 유리관 속의 이집트 남녀는 여기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옆
센트럴 파크를 우리 대신 지금 걸어가게 하고 싶었지요.
까만 빗은 당신 손에
나는 당신의 초록빛 돌구슬 목걸이를 내 가슴에 꼭 안고서요.
저렇게 나란히, 저렇게 다정히.....그리고 또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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