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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눌림으로부터의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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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61.♡.184.2) 댓글 0건 조회 6,145회 작성일 07-11-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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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20대 때는 이러한 경험을 많이 했었다.

몸이 경직되고 의식만 깨어나는 이러한 상태에서는 주로 ‘가위’눌리기 일쑤였다.

사람들은 가위눌리는 것을 ‘귀신이 밟고 있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라고들 하는데,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할 ‘경직성’과 ‘공포감’이 동반되곤 한다.

그 ‘공포감’은 외부에서 주워지는 자극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깊은 곳에서

솟구쳐 나와서 내 자신의 존재감을 휘감아 버리기에 더욱 가공한 그것이다.


중고등학교 때에는 1주일에 몇 번씩 가위눌리고 했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리했던

적도 있었다.

한 번씩 가위 눌리고 나면 인생만사가 전혀 다른 각도로 보이곤 한다.

그리고 진이 빠져서 생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곤 했다.


가위눌리는 경험이 계속되었다면 지금쯤은 내 생이 상당히 우울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위눌리면서 느끼던 공포감이 사라졌던 ‘결정적인 계기’를 재수하던 독서실에서

갖게 되었다.


독서실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전날과 다름없이 ‘스르르’ 눈이 떠지는 것이다.

귓속에는 별의별 잡음-환청이 들리고 눈앞에는 오만가지의 형상들이 다차원적으로 교차했다.

그리고 뒷골이 당기면서 누군가 무서운 존재가 지켜보고 있는 듯 한 원초적인 공포감이

나를 엄습했다.

가위눌림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내 뜨여진 눈으로 현실과 접목된 잡다한 환영을 대하며

그 공포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몸을 뒤틀고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몸이 좀 일으켜 세워진 듯 했다가도 다시 보면 그 모습 그대로였고,

소리를 지른 것 같다가도 아무소리도 울리지 않는 상태를 접하며

그 공포 속에 내 자신을 그대로 두는 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하고 내 자신을 더더욱 깊은 절망 속으로 빠트렸다.


특히나 눈앞에 보이는 여러 가지 환영의 변화는 정말로 가공할만한 것이었는데,

기하학적인 모양의 끝없는 반복과 변화는 나를 공포의 극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여차 저차 해서 가위눌림으로부터 해방되었는데, 나는 순간 ‘앗!’하고 탄성을 질렀다.


눈에 보였던 그 공포스러운 기하학적 모양은 독서실 천장의 반복된 모양이었다.

내 내면의 넘쳐나는 에너지가 이성이 추슬러지지 않는 반수면상태에서

불분명한 현실상황을 접하고 나서 그것을 ‘공포스러운 것’으로 해석한 것이었다.


‘공포감’이 외부에서 나를 공격하며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했던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그 공포감을 자처해서 만들어 스스로를 옭아맸던 것이다.


이 통찰 이후로는 가위 눌림이 없어졌다.

이 날까지는 일주일에 서너 번은 가위를 눌리며 허걱거리곤 했었는데

이 후로는 한두 달이 지나도 한번 가위 눌릴까 말까 했다.

이것은 내가 내 내면의 에너지의 흐름의 ‘골’을 새롭게 틔어놓은 결과였다.


내가 그러한 기회를 통해 통찰을 얻지 못하고, 내부적 에너지가 그냥 과거와 같이

흐르도록 놔뒀다면 내 내면의 에너지는 기존의 관성대로 흘러서 시시때때로 ‘공포감’을

자극하고 확대하면서 내 현실적 삶을 방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 중심을 세워서 내 자신을 스스로 관리할 힘이

생기다 보니, 나의 에너지는 보다 현실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투입된 것이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서 초이성적인 대상(귀신 등)에 대한 공포감이 사라진 것만 해도

나에게는 커다란 성과이다.

과거에는 그러한 존재에 대한 공포감이 상당해서 어둑어둑한 길을 걸으면서도 뒷골이

땅기곤 했는데, 지금은 혼자서 산길을 다니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해도 그에 대한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내 자신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그렇게 접한 것이다.


기계적인 효율성의 추종과 맹목적 합리성은 분명 경계되어야할 그것이다.

하지만 내 자신의 감성과 열정, 에너지가 흘러갈 바른 길을 이성의 작용으로 온전히 트여 놓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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