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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문 밖에는 갈 잎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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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2건 조회 5,023회 작성일 07-11-2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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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대단히 좋아하시나 보네요?

주로 어떤 음악을 들으시나요?
저는 음악을 안듣습니다.
???........
가장 좋은 선율은 마음 속에 있겠지요.
마지막 나의 대답은 좀 멋쩍어 그냥 해보는 말일 뿐이다.
3년전 나는 식당 앞에서 쓰러졌고 119 구급차에 실려갔다.
30일 이후 나는 회의실에서 또 쓰러졌다.
119 구급차를 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기초응급의학을 전공한 사람도
없고, 그것은 그냥 국가가 제공하는 무료 택시 정도로 여겨야 실망을
덜하실 듯 하다.
온갖 현대 의료 장비의 검사를 다 받아 보았고, 나중에는 귀에 호스를 박고
더운물과 찬물을 번갈아 가며 넣는 고문에 가까운 검사도 치루었다.
병에 사람 이름이 붙는 병이 고약한 법이다. 나는 메니에르씨 라는 진단을
받았다. 현상은 드러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치병에 가깝다. 즉, 나는
세반고리관에 물이 차는 순간이면 홀로 지구를 떠나 우주에 로케트를 타고
올라가는 체험을 하는 사람이다.
구토와 탈수와 한기에 빠져 전신을 쥐어짜는 듯한 극한 고통을 겪게 되면
무신론자인 나도 '하느님 살려 주세요'하고 메달리는 추한 모습을 보인다.
내가 이런 질환을 앓는 부분적 이유에 음악이 있다. 나는 대체로 창자를
끊어 놓는 듯한 애절한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을 듣는 순간이면 사람이
완전히 변한다. 시공을 벗어나 마음의 무한경계에서 짐승처럼 날 뛴다.
<터미네이터> 영화를 보면 액체금속의 메탈 로봇이 용광로에 빠져 여러가지
괴이한 모습으로 변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아마 내 모습이 그러했을 것이다.
음악은 나에게 마약이자, 비상 같은 독약이며, 심마가 엄청난 힘을 받으며
팽창한다. 그리고 내 몸과 마음이 그만 상해 버린다. 그러면서도 그 달콤한
유혹을 어쩌지 못했다. 지금은 내 마음과 몸의 상태를 알기에 두려운 마음에서
일부러 음악을 멀리하고 있다.
어제. 요가 세션을 끝내고 난 뒤, 선생님이 오랜만에 만트라 정화법을 해보자고
하였다. 요가는 몸이 풀어지면 마음도 덩달아 풀어져 정신이 차분히 깨어나
집중도가 훨씬 높아진다는 걸 이전에 체험하였다.
엄마야, 누나야 CD 음반을 틀 테니까. 여러분은 사바 아사나에서 목청으로
음음음 하면서 음을 따라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라고 하였다.
순간 나는 두려운 마음이 덜컥 생겼다. 그냥 이 자리를 빠져 나올까. 갑작스런
그런 행동도 이상하게 볼까 염려되어 그냥 어두운 방에 누웠다.
여성 보컬의 노래가 잔잔한 배경 음악에 맞추어 벽면에 울려 퍼지고 모두가 만트라
합창을 하였다. 이상하게 만트라는 혼자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고 분위기에
맞추어 여럿이 명상하듯이 하면 신비한 느낌이 든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빛 모래 빛 .........
이까지 나는 그냥 조심스럽게 남들과 함께 따라 하였다.
하지만 뒷 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부분에 들어서자, 내 속 안의 그 무엇이
또 끼.......얏 하고 울부 짖는 것이다. 창틀과 문을 손톱으로 긁어며
피가 나도록 벽을 두들기며 그 짐승이 나를 풀어다오하고 외치는 것이였다.
갑작스레 두 눈에서 눈물이 폭포수 처럼 쏟아져 내렸다.
오, 예수님 불쌍한 나를 궁휼히 여기시어 저에게 자비를 내려 주소서 하고
마음 속으로 외쳤다.
사람들은 내가 무척 냉철하고 이성적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본래 감성적
감각형인 사람인데 정반대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주체하지 못하는 광기(狂氣)를 실날 같은 이성으로 겨우 붙들고 위태롭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모르는 듯 하다.
나는 내 속안의 심마(心魔)와 광기가 가장 두렵다.

댓글목록

송재광님의 댓글

송재광 아이피 (211.♡.160.206) 작성일

자몽님 앞으로 좋은 일 많이 있을 겁니다.

자몽님의 댓글

자몽 아이피 (210.♡.107.100) 작성일

송재광님에게도 좋은 일 많아졌으면 합니다.

 다음 달에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을 수 있겠네요.....
 이 시즌이 되면 마음이 어찌 그리 흔들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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