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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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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냥 (121.♡.214.46) 댓글 1건 조회 5,234회 작성일 07-11-2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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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 차반이 아니 보임에도 소주 두어잔을 저녁 참 때 걸치는 일이 잦다.
첫모금보다 두어모금째 푸른 알콜이 목젓을 건드릴 즈음 나는 경계를 비로소 해제한다.
넉잔을 넘기지 않고 베란다로 찬바람을 쏘인다.
진종일 숨어있던 내가 긴 숨을 토하며 걸어 나온다.

어둠은 깊은 검은빛 아래에 푸름을 안고 있음을 안다.
져미는 슬픔도 진행형의 고해 항해도 잠시 쉼을 어둠이 내어준다.
생각은 늘 쉬지 않고 투덜댔고 마음은 스펙트럼 이었다 밝음 속에서...
목 언저리로 큰 벼게를 대어 사지를 바닥에 늘어놓자마자 혼침에 빠진다.

방일한 삶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그 이후로 사는 곳 사거리 대각선 방향으론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생각 없이 사선으로 시선이 머물라치면 흠칫 고개를 애써 돌려야 했다.
그 곳은 내 강아지들이 미용할 때나 아플 때 시나브로 들리던 동물병원이다.

7년을 키워온 강아지 테리를 11월 16일 그곳에서 수술 중에 하늘나라로 보냈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눈 주위가 무거워 온다.
나보다도 더 나를 사랑했던 놈이다.
입 주위가 간지럽다. 그 놈이 혀로 핥던 그 자리가...

애써 태연한 척 일주일을 보낸다.
아내에게 그 놈이 없음으로 인해 불편함이 성가신 일이 줄어듦을 고할 때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사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시키며 그 놈의 주인사랑에 대한
내 작은 정성을 다하였다.

내가 자주 가는 절 근방 남향받이에 묻고 돌아오던 날
나는 덤덤하였다.
고해의 바다를 건넜다고, 개는 죽는 날이 행복의 시작이라고 웅얼거렸다.
이제 하루 종일 목을 빼어 주인인 나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좋을 것이라고....
생각은 그러 하였으나 마음은 싯퍼런 파도가 일렁거림을 손이 가끔 떨림을 숨길 수 없다.

시절인연을 지은 업보로 그리 그리 지내어 하루를 보낸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개 한마리 죽은 것가지고선...
맞는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한갖 개자슥 한마리로 년배 듬직한 사내가 휘둥대기는...
다만 살음에 대한 경의와 나를 좋아했던 존재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다.

그러하니 인연을 짓지 말라 라는 소리는 개뼉다귀로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연줄을 곱드릴 것이다.
내가 제일 잘 그리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 때문 이다.

T_Free_162297[1].jpg

댓글목록

라임님의 댓글

라임 아이피 (211.♡.101.54) 작성일

그냥님 안녕하세요.  마음 참 아프시겠습니다...
저는 그 상실감이 너무 커서 서러워서 속으로 몇달을 울었습니다.
때로는 무서워서 잘 못 울었습니다. 그 슬픔이 하도 커서 나를 어찌할까 겁이 났었던것 같습니다.
쓰다보니 또 눈물이 나려하네요...하이구나,,^^&
사진속에 강아지가 테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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