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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무너지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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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디에이치 (211.♡.166.76) 댓글 3건 조회 7,512회 작성일 16-04-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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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회사에 출근하면서부터 무너짐은 시작되었다.
 
나의 빈틈을 지적하는 무서운 호랑이같은 선배는 오늘은 특히 더 심하게 지적을했다.
 
특히 나의 문제가 굉장히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업무를 처리할때 꼼꼼히 마무리하고 처리해야 되는데 그냥 귀찮아서 대충 넘긴것들을 선배는 아주 귀신같이
잘 찾아낸다.
 
그럴때마다 나는 비참하고 고통스럽다.
 
항상 그렇게 귀찮아서 대충 처리하는 나 자신을 강하게 책망했던거 같다.
 
 
넌 왜다른사람들처럼 꼼꼼하게 못해..일이자나...남에 돈받고 하는일인데 왜  맨날 귀찮아서 마지못해
하고..타성에 젖어서..그러니까 맨날 까이지. 으휴..참.. 이런식으로 항상 자책해왔다.
 
 
 
하지만 원하는 그 꼼꼼한 일처리는 노력으로 되지 않았다. 게으르고 대충 처리하고 싶고. 남들이 보지 않으면
어떻게든 대충 때우고 넘어가고 싶은.. 그 마음은 끊임없이 계속 따라왔고
 
번번히 자책했고.. 또 그런 습관들을 지적받을때마다 항상 초라해했고 자책했다.
 
특히 그런 나의 업무 습관들을 무던히도 고치고자 애를 썼던듯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고칠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힘은 다 빠져버리고 그렇게 완벽하고 꼼꼼하고 성실하게 일을 할수 있는 에너지는 다빠져버리니까
나의 타성에 젖은 모습. 대충처리하고 빨리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마음들이 강하게 올라왔다. 실제로
그렇게 처리하고 있다.
 
 
무서운 선배 팀장님한테 끊임없이 지적을 받고 부끄럽고 수치심이 올라와도 그런 수치심 부끄러움과
하나가 되고자 했다.
 
 
오늘은 아침내내 혼나고 깨지고 다른사람들 다 듣는데서 망신당하면서 너무나도 괴로웠다. 매일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오늘따라 많이 아팠다.
 
밥먹으면서 눈물이 울컥울컥 올라오는걸 느꼈다.
 
그러면서 그들한테 눈물을 안보이려고 애써서 그 슬픔을 억누르는 나도 보인다.
 
그리고 눈물이 울컥울컥 올라오면서 동시에 내 온몸 세포 하나하나가 다 울고 있는것도 느껴졌다.
 
너무나도 슬펐다. 혼자 아무도 안보는데 가서 실컷 울었다. 몸과 마음속에 엄청나게 슬픔이 가득하다는걸
알게되었다.
 
 
 
울고나자 힘이 더 빠졌고 사무실로 들어갔을때 진짜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 상태에서 남아있는 업무에 대한 중압감이 밀려왔다. 또 지적받을까 노심초사하는 내 마음이 올라왔고
 
거기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도 올라왔다. 그러면서 마음은 또다시 무너져내렸다.
 
무진장 괴롭고 힘든 와중에 힘이 빠져서 홀가분한 그런 마음도 함께 있었다.
 
여전히 몸과 세포가 울고 있고 추욱 쳐져있는 게 계속 느껴졌다.
 
 
그런와중에 또 구박을 받았다.
또 너 프로젝트 진행 할때 업체 다양하게 이것저것 알아보지 않고 그냥 하나만  알아보고 처리했지? 라고 물었을때
약간은 뻔뻔하게 네 라고 대답을 했다.
그렇데 대답했는데 왠지 모를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자책하는 마음도 약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상황에서
다양하게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나를 책망하기 보다는
 
그냥 좀 소극적으로 일한 나의 모습을 대수롭지
않게 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도 했다.
 
항상 대충 때우고 소극적이고 무언가 숨기려 하는 그런 나의 모습에 대해서
얼마나 그동안 자책하고 짓밟아왔는지 알수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책망하는 목소리가 남아있다는것도 알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남한테 비난을 살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그건 내 모습이고
 더 이상 남들의 비난이 두려워서 끊임없이 맞추고자 애쓸 필요는 없는것이다.

댓글목록

루시오님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119.♡.124.75) 작성일

디에이치님 글을 읽고 너무 마음이 아퍼요. 얼마나 힘드셨을지...

아마도 제 모습이 공감이 되어서 그렇겠죠? 저도 두 달 전에 공연단 사무실에서 근무했었어요.
어찌나 저에게 업무적이든 뭐든 지적을 하던지...그 중 한 선배는 '널보니 일을 믿고 맡길수가 없다'
라는 말에 속으로 '니가 널 못믿으니까 그딴 말 하는거겠지. 병신. 늬들끼리 술자리에서 내 뒷담화
하는거 안다 개새야'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다 꾹 눌렀던 기억에 아련해지네요.
용기가 없어 한 번 엎을 용기를 못해 비참해 질 수밖에 없는 나...

전 디에이치님 마지막 문장의 반대개념으로, 전 남들의 비난이 두려워서 애쓸 필요가 없는 용기를 못 내서 결국 그들의 비위를 다 맞추었어요. 그리고 언젠가 그들을 보면, 빅 엿을 날리리라~생각하고 퇴사했지만 최근에 많이 아프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들을 맘 껏 미워하되, 본질적으론 저주할 이유는 없다. 그들처럼 뒷담화를 하면, 내가
지저분한 것도 있지만(지저분하면 되지), 말이 돌고 도는 무서움도 있지만(무서워하면 되지)
그들에겐 나답게(사랑으로) 대하면 된다... 구태여 그들을 이길 필요도 없어. 애당초 싸울 대상도 없어.
오로지 나 자신의 저항만이 적일 뿐이야. 그런데 그 저항마저도 본래의 나를 만나기 위한
훌륭한 도구였을 뿐. (양날의 검이란 게 이런 의미겠지?) 라는 생각...그러면, 또 그들을 만났을때
그들에게 비위를 맞춰주든, 못 맞춰주든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더라구요.

디에이치님의 멋지게 남들에게 맞추고자 애쓰지 않으려는 그 맘가짐에 응원합니다!
그리고 후련하게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명도abcd님의 댓글

명도abcd 아이피 (1.♡.139.243) 작성일

그래도 장점이 있을것인데, 장점도 칭찬하면서 질책을 해야되는데
우리문화가 좀 그렇지 못하죠. 팀장 본인도 분명 단점이 있을것인데 말이죠 .....ㅠ ^^

사자님의 댓글

사자 아이피 (39.♡.223.146) 작성일

식물을 자라게 하는건 향기로운 무엇이 아니라 악취가 나는 거름이더군요.

힘든 일들이 지금은 힘듦의 모습으로 님을 괴롭히고, 그래서 비참하고 우울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겪는다면 님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분명 더 자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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