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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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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03.♡.106.18) 댓글 0건 조회 4,943회 작성일 07-12-30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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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고 젊었을 때 항상 시간보다 앞서가고 빨랐던 것 같습니다.
어느 새, 나이 들고보니 팽팽 도는 시간 뒤를 허겁지겁 쫓아가다
나중에는 그 흐름에 휩싸여 떠내려 가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봄과 여름이 엊그제 였고 낙엽 지는 가을이 어제 같았는데
오늘 밤, 참비와 아롱이를 데리고 함박눈 내린 아파트 밤 길을
자정 너머에 걸었습니다.
정말 세월 참 별 것 아닌 것 처럼 휘릭휘릭 지나갑니다.
눈쌓인 밤의 정취는 이상하게 고요하고 또 밝아 보이고
숨겨진 소리가 들리는 듯, 텅 비어 있으면서 그득한 느낌입니다.
또 한 해를 부질없이 보내버렸다는 자괴감도 몇년전부터
미안해서 없어져 버렸고, 그 대신 오늘 목욕하고 방청소 하고 일부러
정갈한 마음으로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산다는 것이 허물이란 껍질을 계속 벗어내며 탈바꿈을 해야 하는데
껍질이야 늘상 바뀌는 것이지만 그 속에 든 삶의 알맹이와 자신은
꼬리가 없어졌는지, 날개가 말린채라도 돋아났는지 더듬거려 보지만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많은 분들이 '도판을 떠도는 외로운 영혼들'을 기억 하나 봅니다.
기실 그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소묘는 타인의 군상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내 안의 또 다른 '나들', 나 자신의 여러 相을 그려내었던 것 같습니다.
상처 받은 영혼
채우고 채워보지만 여전히 남는 공허
사랑과 이해를 갈구하는 외로움
그런 것들을 숨기며 사람들은 경전과 마스터가 그려낸 추상 속에 갇혀
자기 실상을 들여다 보지 않고 자신이 채 알지도 못하는 진리의 문구를
축어적으로만 옹알이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내 말은 참 괴팍하고 옹졸하며 제멋대로식의 거만함으로
비쳤을 것 같습니다. 죄송하구요. 섬기고 노래하는 대상 그 자체보다,
항상 그 만큼을 자신에게 돌려, 자기가 중심되는 자중자애를 하라는 뜻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어여삐 여기고 보살펴 주시는 후의가 없었더라면
경거망동해져 우행과 실수로 삐긋거리다 추락할 뻔한 한 해 였는데
그래도 자신을 지키는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깊은 사랑과 이해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다가오는 새해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기 기원 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2007.12.30. 오늘 명상을 마치고. 夷江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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