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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늘 아래의 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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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0건 조회 4,566회 작성일 08-01-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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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전 탁오선생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당시 중문학과 어떤 교수가 번역한
탁오의 텍스트를 인터넷에서 눈이 아프게 읽었다.
작년쯤 탁오평전이 책으로 나왔는데, 그 때 나왔더라면 눈을 그리 혹사
시키지 않을 수 있었을 터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 나는 어릴 적 부터 성인의 가르침을 배웠지만,
정작 성인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공자를 존경하지만, 공자의 어디가 존경할 만 한지 알지 못한다.
이것은 난쟁이가 사람들 틈에서 연극을 구경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잘한다는 소리에 덩달아 따라 하는 장단일 뿐이다.
나이 오십 이전에 나는 한 마리 개에 불과했다.
앞에 있는 개가 자기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같이 따라서 짖었던 것이다.
만약 누군가 내가 짖은 까닭을 묻는다면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쑥스럽게 웃을 수 밖에…… 이탁오 ]
성인의 지혜 요결은 고전 경전에서 참으로 권위가 크다.
일단 그것을 진리로 받아들이고 기준점으로 삼는다.
하지만 옛글의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몫은 항상 현세의 몫이기도 하다.
성인의 말은 대체로 다의적 속성을 가진다. 단순히 서술되어 있기에 여러 갈래로
재해석될 여지를 항상 남기고 있다.
문제는 이 해석이란게 그 사람의 정신적 수준이나 믿음에 따라 선명해지기도
하고 미혹의 굴레가 되는 일도 허다하다.
옛 사람의 하잖은 말에 길이 막혀 버릴 수도 있고, 우리가 상식으로 믿는
믿음에 묻혀 버릴 수도 있다.
깨달음은 깨어 떨쳐 버리기 위해 있는 그냥 표시나 상징의 말일 뿐이다.
탁오선생은 유불선의 기화요초 속에 살면서 그 향내와 모양에 흠뻑
취한 듯 하시다.
하지만 그는 언뜩 꽃그늘이 짙어 그 속에 취하다 보니 고개를 한 번 더
높이 올려보면 푸른 하늘이 보인다는 걸, 당신이 오십이 넘어서야 겨우
아신듯 하다.
그리고 그 자신을 '개'로 묘사하여 멋모르고 짖었던 과거를 형상화하면서
부끄러운듯 웃는다.
진리란 결코 교조적으로 될 수가 없다. 그것을 베끼고 읊어 본 들 자신이
소화하고 체득하지 않는 한. 그것은 그냥 멋진 문자 일 뿐이다. 때로는
그것이 독약처럼 작용한다.
탁오선생은 화암개명(花暗開明) 하시고 난 이후에, 유불선 삼교를 독창적
으로 재해석하여 하나씩 혁파해 나가셨다. 그리고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면
자기를 죽이려 들지 잘알고 계셨다.
진리를 확신만하면 종교가 되어 버린다. 그것을 의심하고 회의 할 때
비로소 깨달음을 주체적으로 확인하려고 그 자신이 스스로 움직인다.
진리의 말도 알껍질에 불과 한 것이다. 그것은 깨어야 할 하나의 세계이다.
앵무새와 파랑새가 난무하는 곳에서 홀로 가지에 날렵하게 날아올라
'깍깍'하고 힘차게 우는 까치도 정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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