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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서평 : 몰입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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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1건 조회 5,225회 작성일 08-01-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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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즐거움”미하이 칙센트미하이 / 해냄 출판
토요일 오후, FM 라디오 방송이 울려 퍼지는 작은 자동차 정비소에서 겨울의 햇살이 비춘다.
신문을 뒤적거리며 기다리다 무료하여 정비하는 모습을 본다. 벽면에 어지럽게 나열된 공구를
날렵하게 낚아채어 차 바닥을 훑더니 볼트를 풀고 부속을 갈았다. 본넷을 제치고 오일을
점검하고 필터를 끄집어낸다. 일사불란한 동작이 양생도(養生道)에서 나온 소 잡는 포정을
떠올린다. 한 낮의 고요, 기름 묻은 손과 스패너의 움직임, 음악만이 세상에 가득 찬 듯
보인다.
시중에 나온 심리학 서적이 자아나 성격분석, 내면 아이 치료법, 게슈탈트 요법보다
골치 아픈 상사와 일하는 법, 분노 다스리기, 우울한 감정 털기 같이 가벼운 실용서가
주를 이룬다. 한편 행복, 의사소통, 인간관계 같은 주제 하나를 깊숙이 파고드는 책도 있다.
“몰입의 즐거움”은 후자에 속하면서 또한 행복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
‘몰입(flow)’은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 흐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을 일컫는다. 몰아일체의 상태이다. 세상살이 근심 가득 찬 우리 어머니들이
한 밤중에 일어나 바늘에 침 발라 한 땀 한 땀 꿸 때 어느 듯 바늘귀 사이로
수심이 사라지고 내일을 준비하셨다. 고달픈 인생을 바느질 꿰매듯이 살면서
생활의 지혜를 스스로 터득하신 것은 아닌지.
그런 과정을 칙센트미하이는 현대인의 삶 속에 조명하고 있다.
왜 바느질 같은 몰입이 욕망을 정화시키고 불행을 견뎌내며 행복의 조건이 되는지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보인다. 그는 정확한 목표와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이룰 수 없는 목표와 과정은 몰입에 방해가 된다. 아니 포기나 도피이다.
풀 수 있는 문제에 혼신을 다하여 쉬고 또 다른 몰입에 빠지다보면 희열이 생기고
불안의 매듭은 어느 듯 풀리고 내면의 무의식과 일치하여 현존하는 자신을 낳는다.
한편 “몰입의 즐거움”이 동양 정신을 뒤흔들어 놓는 면도 있다.
욕망의 근절, 초인적 수행, 구하거나 찾지 말라는 무위법이 오히려 사람을 멍청이로
만들고 삶을 허랑방탕하게 보내게 한다고. 저자는 이것이 동양 진리를 후인이
잘못 해석하여 왜곡했기 때문이라 진단한다. 구체적 목표, 분명한 숙제, 정확한 집중이
행복의 열쇠라고 귀띔한다.
달리,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고 서는 곳마다
참되게 하라”는 임제의 설법에 주석을 단다. 도인(道人)의 경계는 수많은 일과 생활 속에서
한 마음을 모우고 범부의 경계는 한 마음이 수많은 일을 다 쫓아다닌다는 말을
그는 에둘러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댓글목록

둥글이님의 댓글

둥글이 아이피 (211.♡.228.4) 작성일

아하하~~ 안그래도 방금 전에 구멍난 양말 바느질 하면서 몰입하는 즐거움을 느껴봤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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