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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아 이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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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211.♡.228.63) 댓글 0건 조회 4,983회 작성일 07-03-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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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판에
보드판에 휘갈겨진 글

‘이렇게 살아보는 것도 어쩌면 큰 행운’이라는 글이 보드판 위에 휘갈겨 쓰여져 있다.

이것은 로또복권에 당첨된 졸부가 진탕 술에 취해 놀던 중에 쓴 글도, 권력의 최고자리에 오른 이가 잠시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유랑의 길 올랐던 말미에 쓴 글도 아니다.

이 글은 ‘장애인 지옥’이라 불리우는 한국 사회에서 1급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이대우씨(50세)가 그가 유일하게 움직일 일 수 있는 왼쪽 손을 이용해서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며 회고한 글이다.

생후 3개월째 심한 고열을 앓은 후에 찾아온 뇌성마비로 그는 자신의 발로 대지를 밟고 설 수도 자신의 목소리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도 할 수도 없는 운명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를 세상과 철저히 단절시키고 여지껏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을 안긴 ‘불편한’ 몸을 가진 그가 자신의 삶을 ‘행운’이라고 까지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 자신이 철저히 스스로를 낮추고 마음을 비울 수 있었음으로 역설적이게도 세상의 모든 것을 그 안에 품어 낼 수 있었던 따스한 포용력에 기인하는 듯 하다.


장애를 가진 이들은 ‘한국사회’에서 극도의 상실감을 가지고 살게 된다.

왜냐하면 유교문화 특유의 ‘곧은 것’?만을 선호하는 사고방식과, ‘성공’과 ‘경쟁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사회구조와, ‘사회적책임감 / 약자에대한 배려심’을 키울 수 없는 한국 사회의 가정과 교육제도는 필연적으로 장애인 차별적인 사회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장애를 갖고 사는 것은 단순히 ‘불편’함이 아니라, 동시에 ‘수치’이고 ‘혐오’인 것으로 끊임없이 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에게 압력을 가한다. 결국 ‘기능의 손상’(장애)은 ‘능력의 손상’(장애를 보조할 수 있는 기회의 박탈)과 더불어 ‘사회적 관계의 손상’(사회인으로서의 대접받지 못함)까지를 불러일으킨다.

초기 교육만 제대로 받으면 평생 동안 제 앞가림은 하면서 살 수 있는 아동들의 70%가 사회적 편견에 힘입어서 아예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결과 평생을 다른 사람의 뒷수발을 받고 살아야하는 사회인데 오죽하랴.

이러한 차별의 현실이 오죽했으면 장애인들에게 [최소한의 이동할 수 있는 권리라도 달라]면서 ‘장애인 이동권연대’ 등의 단체에서는 몇 년 째 거리에서 피흘려 투쟁을 하고 있다.

행복한 세상에 살자
'행복한 세상에 살자'가 아닌 단지 '차별에 저항하자'가 그들의 현실적 구호일 수 밖에 없는 장애인 단체의 깃발


이대우씨 역시 자신이 반세기를 살아오면서 껶었던 무수한 편견과 좌절 앞에서의 아푼 기억을 떠올리며 슬픔에 젖기는 한다. 하지만, 그는 그에 대한 고통과 분노를 넘어서서 그들을 ‘용서’하고, 오히려 세상을 위해 기도 한다.

그는 절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한데, [이웃사랑의 실천]과 [사회적 부정의에 대응]하지는 않고 교세의 확대를 위해서만 노력하며 ‘믿으면 영생을 준다’는 식의 주문만 사람의 머릿속에 주입하고 있는 한국형 기독교의 현실을 통탄하면서, 그들의 믿음이 올곧게 돌아와서 세상의 빛과 속금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실천적 기독교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그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왼 손에 쥐어진 연필로 '다른 기독교인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 그것은 세상에 다시 사랑을 회복하기 위한 실천적 작업이다. 그렇다. 시인인 그는 그의 손으로 담아내는 깨끗한 글들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외친다.

ㄱㄱ
그는 그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왼쪽 팔을 이용해서 세상을 향해 소리친다.

가혹한 신은 그에게 혹독한 시련을 내렸지만, 그는 신을 조롱하듯 그 시련을 자신을 담금질하는 기회로 삼아 1997년에는 ‘ 나의 웃음 이야기’ 2002년에는 ‘영혼의 큰 그릇’이라는 시집을 출판했다.

이 시들은 그의 맑은 영혼에서 울려 퍼지는 순수의 노래이자, 세상 사람들이 지금과 같이 서로 할퀴며 살지 않고, 서로를 사랑하고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그의 고뇌의 흔적이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그의 생활을 돌봐주시는 선생님이 떠 주시는 세수대야에 누워있는 체 얼굴을 대고 씻고, 역시 누워있는 채로 침상 위에 올려 놓여진 밥상의 숟갈을 들며, 각종의 생리현상을 처리한다. 그리고 몸단장이 되면 도우미 선생님의 도움에 힘입어 어렵사리 전동휠체어에 몸을 싣는다.

그의
그의 교회를 향하는 언덕 길은 시지프스의 언덕을 연상케 한다.


휠체어에 몸을 실은 그는 위험하게 지나치는 차들과 그를 이상한 눈으로 지켜보는 사람들 사이를 피해 경사진 도로를 어렵사리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그는 반복되는 그 당혹스러운 사건들에 맞서면서, 오히려 그에게 그러한 가혹한 운명을 선사한 신의 성전에 도착해서 신을 위해 경건히 예배드린다.

'당신께 감사드린다'고...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실천적 삶을 살수 있게 해달라'고...

이런 그가 행운아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그의 파란만장한 질곡의 삶을 거쳐서 현재는 한 여성단체의 도움으로 충북 천안에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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