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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이[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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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자 (218.♡.67.247) 댓글 1건 조회 9,495회 작성일 08-04-0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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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교육 심리학의 영원한 고전, 15년 만에 완성된 한 특수교육 교사의 체험기!

《한 아이 1 One Child》은 1980년 발간되자마자 전 세계 모든 대륙에서 가슴 저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독자들이 어머니에게 버림받아 고속도로에 버려지고 알코올과 마약 중독자인 아버지에게 학대받는 한 어린 소녀, 그 끔찍한 환경 속에서도 놀라운 지능과 용기로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한 어린 소녀 쉴라에게 매혹당했던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한 아이 1》은 발간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아교육, 특수교육, 심리학, 교육학 등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필독서로서뿐만 아니라, 허구보다도 더 생생하고 가슴 저미는 이야기들에 이끌린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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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두려움을 쌓아두고 살아가는 사람들

00.gif youjin0213_357635_1[614340].jpg▲ <한 아이> 겉그림. ⓒ 아름드리미디어
헤이든은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다. 헤이든의 반에는 악성신경질환을 앓고 있는 피터(8), 두 번째로 자살하기 위해 마신 하수구 세척제로 인해 식도가 녹아버려 목에 인공튜브를 단 타일러(8), 유아자폐증을 앓고 있는 맥스(6), 자폐인지 정신지체인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증세를 보이는 거대몸집의 프레디(7), 얻어맞으면서 성적 노리개가 되어 살아온 사라(7), 소아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수잔나 조이(6), 물과 어둠과 자동차와 진공청소기 그리고 침대 밑의 먼지를 끔찍이 무서워하는 윌리엄(9),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아 길모어(9) 등이 공부하고 있었다.

헤이든을 돕는 보조교사로는, 학교측이 배정해준 멕시코계 미국인 안톤과 무서운 엄마 밑에서 자라고 있는 여중생 휘트니가 있다. 특별하고 어수선한 이 반에 저 신문기사의 여자아이, 유괴범이자 방화살인 미수범인 6살짜리 꼬맹이 쉴라가 신입생으로 오게 된다. 주립병원에 들어갈 자리가 나서 수용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관리요청'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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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버림받아 고속도로에 버려지고 알코올과 마약중독자인 아버지에게 학대받는, 말도 하지 않고 절대 울지도 않는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 쉴라는 11월의 추운 어느 날 밤, 이웃집의 세 살 꼬마를 숲으로 끌고 가 나무에 묶은 채로 불을 지른다. 이 전에도 많은 문제를 일으켰었던 쉴라는 이 사건으로 지역 사회에서 완전히 거부당하고 학교와 교사들로부터도 거부당하여 학군으로부터 쓰레기반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는-받아주는 곳 없는 어린아이들이 모이는- 토리의 반으로 흘러 들어오게 된다. 이 이야기 한 아이는 이 꼬마 쉴라와 선생님 토리, 그리고 우리같이 보통 사람이지 못한 여덟 명의 꼬마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우울한 이야기들을 만난다. 누군가가 앙심으로 불을 지른 이야기, 누군가가 누군가를 살해한 이야기, 강간당한 어린 여자 애들, 돈 때문에 팔려 가는 사람들, 소외의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장애자들, 부모에게 버림받고 학대받는 아이들.... 우리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접할 때에 저건 사람도 아니라고, 사람이라면 어찌 그럴 수가 있겠냐고 하면서 가해자를 비판하고 피해자를 동정한다. 그, 사람도 아닌 방화범이고 살해자이며 강간범인 그네는 분명 제대로 된 집안에서 태어나지도 못했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도 못했을 것이며 또한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아니 가진 것이라고는 악한 마음밖에 없는, 나와는 전혀 다른, 우리의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 절대 있을 수 없는 존재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할 때에 그저 불쾌함을 느끼며 자신의 도덕성을 강조할 뿐, 그네의 존재에 대한 의문은 갖지 않는다. 왜 그는 사회로부터 버림받았을까.

왜 그는 따뜻하고 현명한 부모를 만나지 못했을까. 왜 그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까. 왜 그는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어야만 하는가. 이 모든 의문의 답이 사회적 도덕성으로 똘똘 뭉쳐진 우리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우리는 의심해 보았어야만 한다. 사회와 우리의, 나 자신의 방관으로 인해 그들이 버려진 존재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만약, 내 아랫집이나 혹은 옆집에 사는 여섯 살짜리 계집아이가 또 다른 이웃의 꼬마를 혹은 나의 아이를 추운 겨울밤에 납치하여 나무에 묶어두고 불을 질렀다면, 우리는 아마도 눈물을 흘리며 그 악마의 소멸을 주장할 것이다. 그 아이가 어떤 이유에서 그러한 일을 벌였는지, 그 아이가 가진 문제는 어떠한 것인지는 머리에 떠오르지도 않을 것이고 그는 나와는 다른,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다. 우리와 토리가 달랐던 점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모든 것으로 거부했던 그 존재를 토리는 자신의 품안으로 받아들였다는 것, 우리가 보이지 않는 눈을 한사코 추켜올리며 서로 다른 개인들을 우리는 같은 존재라는 착각으로 똘똘 뭉치며 우리와 조금 다른 존재들을 우리의 틀 밖으로 밀어낼 때에, 그는 각기 다른 개인들을 그 차이의 크기에 상관없이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었다는 것 말이다.

토리도 우리와 같이 처음 쉴라의 기사를 접했을 때에 역겨움을 느꼈음을, 쉴라와의 여러 가지 사건 안에서 자신도 한 인간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쉴라와의 처음 며칠 동안이 자신에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던 시간이었는지를, 쉴라가 병원에 있을 때에 많은 사람들이 문병을 가 주어서 자신의 시간을 쉴라 이외의 일에 할애할 수 있었기에 얼마나 고마웠는지를, 쉴라의 행동에서 느꼈던 자신의 절망을, 쉴라를 포기하고 싶었던 그 순간들을 토리는 솔직하게 서술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버릴 수밖에 없었던 존재들, 우리들과 다른 존재들을 토리가 끌어안을 수 있었던 힘이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우리가 나 자신에 대하여 참을 수 없게 고통스러워하고 절망하며 인정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비판하고 반성하며, 그러한 외면하고 싶은 부분까지도 나로부터 분리시키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끌어안고 인정하려 했던 그 힘겨움을 스스로의 의지로 인내하는 토리의 모습은 자신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라는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한낱 가식으로 자신을 무장하고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우리라는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있는 힘껏 자신을 옭아매는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정면으로 응시한 채 투쟁하는 토리의 모습에서 나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는 저렇게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구나, 그 사랑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끌어 않고 고통스러워하는구나, 그리고 자신이 끌어안고 투쟁해야만 했던 고통만큼 나 아닌 타인을 인정하고 사랑 할 수 있는 것이구나....

쉴라와 토리의 대화에서 쉴라의 여섯 살짜리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말들은 아마도 우리 자신의 마음속에서 울려나오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 소리를 그 꼬마 쉴라가 듣고 가슴에 새겨 놓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에서 꼬마 쉴라가 말한 것과 같은 미친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저 그들과 스쳐 지나갈 뿐, 관심을 가지려 하거나 그들을 인정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제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 다시 그들을 만날 때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무언가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 말이다. 처음에는 실패하고 절망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 할, 자신의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완전하게 사랑할 준비를 한다. 그들이 말할, 또 하나의 미친 사람이 될 준비를 한다.

[인상깊은구절]
아이는 잠시 생각에 잠긴 채 손가락으로 책상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여긴 미친 아이들 반이죠?
그렇지 않아, 쉴라.
우리 아빠가 그랬어요. 아빤 내가 미쳤기 때문에 미친 아이들 반에 집어넣는 거라고 했어요. 여기가 바로 미친 아이들 반이랬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쉴라가 잠깐 얼굴을 찡그렸다.
선생님도 미쳤어요?
나는 웃었다. 아니면 좋겠는데.
왜 이런 걸 하세요?
뭐? 여기서 일 하는 거? 난 아이들을 좋아하고 가르치는 것도 재미있거든.
어떻게 미친 아이들하고 같이 지내요?
좋으니까. 미쳤다는 건 나쁜 게 아냐. 그저 다를 뿐이지.
쉴라는 웃지 않고 고개를 저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내 생각엔 선생님도 미친 사람이에요

댓글목록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211.♡.173.117) 작성일

참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셨군요. 읽어봐야겠습니다.

상처의 대물림, 상처의 확대재생산...

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쉴라의 역사는 곧 저의 역사이기도 하죠.
어쩌면 우리 모두의...

어제 추적 60분을 보는데.. 일산 어린이 성폭행 미수범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더군요.
어린 딸을 두고 있는 아빠인 저로서는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그 어린아이를 폭행하는 모습을 볼 때는 분노가 치솟더군요.

그런데.. 사실, 그는 또 하나의 상처입은 어린아이인 것 같습니다.
어떤 상처를 입었을까요.. 그리고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까요..

그 사람뿐일까요.. 뉴스에 오르내리는 수많은 가해자들.. 범인들..
실은 그들도 모두 상처입은 어린아이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에게서 그렇게 심한 폭력이 나올까요..
그래서 뉴스에 나오는 잔혹범을 볼 때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아, 그는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경험을 했을까..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렇게 철저히 가슴을 닫아버렸을까..

혹시 폭력의 대물림, 폭력의 확대재생산은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예슬이 관련 법 제정의 방향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처벌에 주안점을 두는 입법은 사실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범죄의 잔혹성을 가중시킬 수 있지요.

처벌보다는 예방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모든 면에서...
범죄를 예방하는 최선의 길은.. 그들의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길일 것입니다.
적어도 심각한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을 정도로..
우선 심각한 분노와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상담해 줄 수 있는
심리치유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경찰과 사법부 종사자들이 마음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글이 길어져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런 부분들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를 나누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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