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진통제
페이지 정보
작성자 봉식이할매 (14.♡.227.32) 댓글 0건 조회 878회 작성일 24-06-06 20:55본문
사람은 궁하면 찾는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게 난 7~8년 만에 김기태 선생님의 온라인 모임에 다시 참석하려 한다.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몸 상태가 어떤지부터 살폈다. 혹시나 모임 시간에 불청객인 두통이 오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고이 모셔둔 진통제를 먹어야겠다. 책상을 뒤져본다. 진통제가 담겨있는 약통을 찾는다. 한 손에 꼭 잡히고 쉽게 눈에 띄는 흰 통이다. 뚜껑을 열어 좁은 입구로 손가락을 밀어 넣어 나오기 싫다고 바닥에 딱 붙어 버티는 노란색 진통제 한 알을 억지로 끄집어냈다. 한 알을 그냥 먹기엔 왠지 아까웠다. 진통제가 떨어지면 병원에 가서 다시 처방 받아야 한다. 병원에 간다는 건 외출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밖(버스를 타야 함)으로 나가야 하는 거다. 이건 히키코모리에겐 정말 극악 난이도 미션이기 때문에 그래서 최대한 아껴 먹어야 한다.
불쌍하지만 진통제를 잔인하게 엄지손가락으로 툭하고 반으로 쪼갰다. 진통제는 둘로 갈라지며 흰 속살을 드러냈다. 반쪽 하나는 다시 집어넣고 나머지는 입에 털어 넣었다. 통 속으로 고꾸라진 진통제는 반쪽이라도 살았다는 감격에 플라스틱 바닥으로 떨어지며 느꼈던 충격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저 흰 심장만 두근거릴 뿐. 당장은 운이 좋았지만 반으로 쪼개지며 드려난 흰 속살 덕분에 다시 뚜껑이 열리면 자신 차례란 걸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다. 죽고 싶지 않다. 계속 살고 싶었다.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반쪽 진통제는 통 속에 가만히 하느님께 기도한다. '저 멍청한 손가락이 나를 찾지 못하게 보호해 주시옵고, 나 말고 옆 친구를 데려가게 해주시옵소서'
햇살이 따뜻하다 느껴질 때면 이젠 자연스럽게 광합성 하는 나무처럼 햇볕 쬐며 몸을 조금씩 풀고 있다. 하나 고백하자면 몇 년 동안 쬔 햇볕의 양보다, 최근 며칠 사이 햇볕을 쬔 양이 훨씬 많다. 시계를 봤다 12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2시 모임이니 얼른 광합성으로 해 둬야 한다. 나는 집 밖(문에서 3m 거리)에 나가 등으로 온전히 햇볕을 느끼며, 가슴 높이 정도의 화분에 양 판을 걸친다. 몸에 힘을 최대한 뺀다. 발뒤꿈치를 살짝 들어 종아리 근육을 활시위 마냥 팽팽하게 당겨본다. 오른쪽 엉덩이에서 느껴졌던 통증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어느새 왼쪽 엉덩이로 도망쳐 숨어있다. 다행히 조금씩 움직이니 몸에서도 반응이 온다는 건 희망이다. 이제 막 6월이지만 한 여름 햇볕이라 해도 믿을 만큼 뜨거웠다. 나는 온전히 햇볕을 만끽하며 눈을 지그시 감고, 2시에 선생님을 다시 뵐 수 있다는 설렘에 빠져있다.
불쌍하지만 진통제를 잔인하게 엄지손가락으로 툭하고 반으로 쪼갰다. 진통제는 둘로 갈라지며 흰 속살을 드러냈다. 반쪽 하나는 다시 집어넣고 나머지는 입에 털어 넣었다. 통 속으로 고꾸라진 진통제는 반쪽이라도 살았다는 감격에 플라스틱 바닥으로 떨어지며 느꼈던 충격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저 흰 심장만 두근거릴 뿐. 당장은 운이 좋았지만 반으로 쪼개지며 드려난 흰 속살 덕분에 다시 뚜껑이 열리면 자신 차례란 걸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다. 죽고 싶지 않다. 계속 살고 싶었다.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는 반쪽 진통제는 통 속에 가만히 하느님께 기도한다. '저 멍청한 손가락이 나를 찾지 못하게 보호해 주시옵고, 나 말고 옆 친구를 데려가게 해주시옵소서'
햇살이 따뜻하다 느껴질 때면 이젠 자연스럽게 광합성 하는 나무처럼 햇볕 쬐며 몸을 조금씩 풀고 있다. 하나 고백하자면 몇 년 동안 쬔 햇볕의 양보다, 최근 며칠 사이 햇볕을 쬔 양이 훨씬 많다. 시계를 봤다 12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2시 모임이니 얼른 광합성으로 해 둬야 한다. 나는 집 밖(문에서 3m 거리)에 나가 등으로 온전히 햇볕을 느끼며, 가슴 높이 정도의 화분에 양 판을 걸친다. 몸에 힘을 최대한 뺀다. 발뒤꿈치를 살짝 들어 종아리 근육을 활시위 마냥 팽팽하게 당겨본다. 오른쪽 엉덩이에서 느껴졌던 통증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어느새 왼쪽 엉덩이로 도망쳐 숨어있다. 다행히 조금씩 움직이니 몸에서도 반응이 온다는 건 희망이다. 이제 막 6월이지만 한 여름 햇볕이라 해도 믿을 만큼 뜨거웠다. 나는 온전히 햇볕을 만끽하며 눈을 지그시 감고, 2시에 선생님을 다시 뵐 수 있다는 설렘에 빠져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