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히키코모리 방구석

페이지 정보

작성자 봉식이할매 (14.♡.227.32) 댓글 0건 조회 907회 작성일 24-06-04 14:03

본문

드디어 3일째 작심삼일을 무사히 넘긴 걸 보니 그냥 말뿐인 다짐은 아닌가 보다. 하루를 놓고 봤을 때 변화는 크지 않다. 다만 내가 그동안 하지 않던 행동을 삶에 살짝 덧붙인 정도라고 할까? 모니터 화면에 붙여둔 3M 메모지같이 입으로 조금 세게 후 하고 불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그런 미미한.

 며칠 전의 나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한 히키코모리의 생활 패턴을 정확히 따라가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동으로 컴퓨터를 켜 배고플 때까지 유튜브나 영화 그리고 게임을 했었다. 배고프면 그제야 방문을 열고 냉장고를 뒤져보다 먹을 것이 없으면 배달시켜 먹었다. 억지로 배를 채우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지루함을 채워줄 것들을 뒤적거렸다.

 도대체 머가 변했길래 이 녀석이 다시 글을 쓰려고 하지? 그리고 운동은 도대체 왜 하는 거야? 정신병이 걸리지 않고서 히키코모리가 집 밖으로 나가려 애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맞아 저 녀석 오늘 배달시킨 음식이 잘못돼서 저런 걸 거야" 맞아, 다 맞는 말이다. 분명 병에 걸린게 맞다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병 말이다.

 10년 전 내가 히키코모리 생활을 청산했을 때를 기억하면 변화의 시작은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붙잡고부터 시작됐다. 그렇게 5년이란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마음이란 녀석이 궁금해서 선생님을 찾아가기도 했고 책 모임에도 열심히 나갔다. 우연히 모임에서 또래의 작가 지망생을 만나 글쓰기 공부도 했었다. 그렇게 조금씩 글이란 녀석과 친하게 지내보려 노력했었다. 하지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무너지는 건강 상태와 복통과 두통이 지속됐다.

 더 이상 이런 몸 상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라는 인간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크게 밀려왔다. 커다란 파도가 나를 덮쳤고 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체 그저 파도에 흽쓸렸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 마음속 희망의 불을 껴버렸다. 그때 내가 나에게 했던 말이 또렷이 기억난다. "역시 나는 안되는구나."

 그렇게 또다시 히키코모리 방구석에서 5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세상일이란 게 참으로 희한하다. 빛도 없는 어둠만 가득한 곳에서 꼼짝할 수 없는 상태로 내몰리고 있는 와중에 왜 자꾸 희망의 불이 켜지는지. 그냥 이유는 모른 체 세상이 환하게 빛났다. "그래 나 아직 할 수 있어."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238건 3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6188 관리자 637 24-07-02
6187 관리자 673 24-07-01
6186 봉식이할매 776 24-06-28
6185 관리자 674 24-06-28
6184 관리자 689 24-06-28
6183 봉식이할매 660 24-06-25
6182 관리자 683 24-06-23
6181 봉식이할매 748 24-06-22
6180 봉식이할매 758 24-06-19
6179 봉식이할매 952 24-06-14
6178 관리자 847 24-06-14
6177 최고관리자 804 24-06-12
6176 봉식이할매 768 24-06-11
6175 봉식이할매 913 24-06-08
6174 관리자 783 24-06-07
6173 관리자 801 24-06-07
6172 봉식이할매 923 24-06-06
6171 봉식이할매 804 24-06-05
열람중 봉식이할매 908 24-06-04
6169 관리자 729 24-06-04
6168 봉식이할매 817 24-06-02
6167 관리자 714 24-06-01
6166 봉식이할매 763 24-05-31
6165 관리자 804 24-05-27
6164 관리자 930 24-05-27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13,126
어제
13,069
최대
18,354
전체
5,877,600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