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개방, 제2의 부안사태가 되지 않으려면..../ 강영진 교수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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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보 (58.♡.146.62) 댓글 0건 조회 12,019회 작성일 08-05-07 15:02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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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개방, 제2의 부안사태 되지 않으려면… | |||||
[기고] 방치ㆍ묵살하면 '엄청난 저항' 초래할 것 | ||||||
2008-05-07 오후 2:45: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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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새 정부 출범 직후 시민적 저항에 봉착한 사건이란 점이 그렇다. 노무현정부는 출범 4개월여만에 부안사태를 맞았다. 2003년 7월 11일, 당시 부안 군수가 기습적으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방폐장) 유치를 선언했다. 정부는 즉각 받아들였다. 부안군민들은 바로 반대운동에 나섰고, 이로 인해 참여정부는 임기 중반까지 내내 시달리게 되었다. 이명박정부는 출범 2개월여만에 이번 사태를 맞았다. 언제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둘째, 정부의 대응방식이 쏙 빼닮았다. 노무현정부는 △방폐장은 절대 안전하다 △주민들은 유언비어와 선동에 넘어가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이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백지화는 결코 있을 수 없다며 강행방침을 고수했다. '방폐장'이 '미국산 쇠고기'로, '유언비어'가 '괴담'으로, '백지화'가 '재협상'으로 가사 일부가 바뀐 것을 빼면 동일한 레파토리의 복창이다. 그런 식의 대대적 홍보, 그리고 미봉책과 회유책이 안 통하자 부안의 경우엔 결국 물리력에 의존하게 되었다. 인구 6만의 군에 무려 8천여명의 경찰을 투입, 이른바 경찰계엄이 삼엄하게 펼쳐지기도 했다. 셋째, 사안의 본질적 성격과 전개과정이 거의 판박이다. 특히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게 된 근본 이유와 과정이 놀랍도록 흡사하다. 부안 사태나 미국 쇠고기 수입문제의 핵심 쟁점은 두 말 할 것 없이 안전성이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이 공분을 느끼며 거리로 나서게 된 것은 비단 그 때문만은 아니다. 또하나의 중대한 요인이 있었다. 바로 절차상의 문제다. 5년전 부안군수는 방폐장 유치신청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하며 주민들을 안심시켰었다. 그러다가 하루 아침에 뒤집고 유치신청을 해버렸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사는 완전히 무시된 채 군수의 배신적 행위 때문에 주위 환경과 생활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받게 된 것에 분노했다. 생전 안 해본 시위를 1년 넘게 계속하며 군수와 정부를 상대로 싸우게 된 주 동력은 그런 분노의 힘, 그리고 자신들의 생활방식과 환경을 지키려는 생명력이었다. 미국 쇠고기수입문제가 최종 결정된 과정도 비슷했다. 우리 국민들과 밀접한 기본적인 먹거리의 안전성이 걸린 문제인데도, 자칫하면 뇌에 구멍이 숭숭 뚫려 죽는 사태가 자신 혹은 주위 사람에게 닥칠 수 있는 일인데도, 이명박 정부는 부시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에 뚝딱 해치워버렸다. 국민들의 의사를 물어보기는커녕 이전까지 지켜왔던 쇠고기 수입-검역조건도 내팽개치고, 스스로 세웠던 협상원칙도 허물어가면서 합의해주고 박수치며 자축했다. 그로 인해 시민들은 앞으로 매끼마다 불안감을 안고 식탁을 대해야 하게 된 데에 분개하는 것이다. 안전 욕구, 자기결정권 침해로 시민들 분노 촉발 이러한 절차적 부당성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로 인해 시민들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고 갈등이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자신의 운명과 행동양식 그리고 기본적 생활환경에 대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결정하며 살고자 하는 강한 욕구(needs)가 있다. 이는 안전 정체성 등과 함께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자 천부인권이기도 하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의 핵심이 바로 자기결정권이다. 특히 쇠고기는 우리 음식문화의 특성상 각 개인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식재료다. 광우병이 걱정돼 안 먹으려 해도 자기도 모르게 섭취하게 돼 있다. 이처럼 선택권, 자기 결정권이 안 통하는 음식재료인데도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채 수입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는 것이다. 탤런트 김민선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그러한 문제점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나란 인간은 인간이기에 언젠가는 죽을 것이란 걸 안다. 하지만 나란 인간은 그 언젠가 죽는 순간이 왔을 때 곱게 이쁘게 그렇게 죽고픈 사람인 것이다. 머리 속에 숭숭 구멍이 나, 나 자신조차 컨트롤하지 못하는 나란 사람은 상상하기도 싫으며 그렇게 되어선 절대로 안된다. 그렇기에, 그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고 쓴 것은 결코 과장만은 아니다. 삶의 진실을 담고 있는 얘기다. 자기 운명을 자신이 통제하고 결정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에게 목숨 못지 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소중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그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오클라호마 폭발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1995년 미국인에 의해 미국 본토 내에서 벌어진 사상 최대 규모의 테러사건이다. 주범은 티모시 맥베이. 한 종교집단에 대해 연방경찰이 과잉진압해 수많은 사상자를 낸 것에 반감을 품고 오클라호마의 연방빌딩에 폭탄테러를 가한 죄로 사형선고받았다. 그런데 수사-재판과정에서의 절차상 하자가 발견됐다. 재심을 청구하면 최소한 사형 집행을 연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거부했다. 자신의 마지막 운명만이라도 남이 아닌 자신이 결정하겠노라며… 얼마후 그는 내 운명의 선장은 나(I am the captain of my fate)라는 시를 외우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렇듯 절차상 문제, 자기결정권의 문제와 겹치면서 국민들 사이엔 안전성 문제가 더욱 예민하게 부각되게 되었다. 국민들이 느끼는 위험도가 정부 당국자나 일부 전문자들이 주장하는 객관적 혹은 과학적 위험도와 괴리가 벌어지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어떤 사안의 안전성-위험도 문제로 갈등이 생겼을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위험 혹은 피해가능성(Risk)에는 두 가지가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과학적 위험(Scientific Risk)만을 앞세우는데 사회적으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체감 위험(Perceived Risk)이다. 체감위험은 과학적 위험을 포함, 제반 요인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실체다.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위험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대응방식을 보면 5년전 부안사태에서 했던 것에서 한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그대로다. 근거없는 유언비어 괴담 운운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만 강변하며 국민들을 훈화-계몽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부안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실패할 가능성이 많은 접근법이다 1년반 지속된 부안사태보다 잠재적 폭발력 클 수도 이번 사태의 향후 전개방향과 관련, 몇가지 중요한 면에서 부안사태와 다른 점도 발견된다. 첫째, 부안사태는 지역적으로 부안이란 특정 지역에 국한된 국지적 사건이었다. 반면, 미국 쇠고기 수입문제는 전국적 차원에서 그야말로 범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키는 사안이다. 부안의 경우 농어촌의 특성상 시위 참가자들이 대부분 50~60대층이었던 반면, 이번 문제에서는 정반대로 청소년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학교 급식을 통해 우선적으로 피해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듯하나, 우리 사회의 앞날과 관련한 정치사회학적 함의는 자못 깊다. 그동안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발언을 금기시해온 연예계의 분위기를 깨고,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없이 발표하기 시작한 것도 의미심장한 징후다. <쇼생크 탈출>의 팀 로빈스, <데드맨 워킹>의 수잔 서랜든 같은 영화배우들이 미국의 9.11사태나 아프간침공 등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용감하게 발언해 시민들과 정서적 일치감을 이루는 것과 흡사한 풍경이다. 둘째, 정치적 배경에서도 두 사태간 차이가 존재한다. 5년전 이맘 때 노무현대통령의 지지도는 57.3%였다(2003년 5월.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조사). 지난 4월말 조사된 이명박대통령 지지도는 이미 35.1%로 역대 최저수준이었다(CBS-리얼미터 조사). 부안사태와는 달리 이번 문제의 경우 정권에 대한 불만이 이미 상당히 쌓인 상태에서 발화된 셈이다. 정부측 주장대로 이번 사태의 정치적 배후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중고생들이 대거 촛불을 들고 나서게 된 데는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소의 불만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단순 비교는 힘들겠으나, 잠재적 폭발력 면에서 이번 사태가 부안사태보다 더 높다고 볼 수 있는 요인이다. 집중력이나 지속성 면에서는 어떨지 의문이다. 또 한가지, 이번 문제가 부안사태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부안사태가 순전히 국내문제였던 것과는 달리 쇠고기수입문제는 미국이란 상대방이 있는 사안이란 점이다. 정부로서는 이 점에서 가장 갑갑한 상황일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번 문제의 결자(結者)는 미국이 아니라 이명박정부임은 분명하다. 이명박정부의 선택에 달렸다 여기서 어떤 구체적 해법을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듯하다. 다만, 현 시점에서 한가지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있다. 안전의 문제는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안전 자결 등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침해되어 벌어지는 갈등은 침해 상태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이번 사태의 향배를 얼추 짐작할 수 있다. 부안사태는 결국 지역사회에 엄청난 상흔만 남긴 채 1년반만에 정부의 항복선언으로 끝이 났다. 정부가 국민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 사안의 성격상 더더욱 그러하다. 생명-신체의 안전은 어떤 국익보다 중요하다. 거래나 타협도 불가능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기본 임무다. 민간에게 알아서 하라고 맡길 일이 아니다. 결국 이번 사태의 향배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미국 축산업계, 그리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부시정권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안전한 먹거리와 생계 보장 그리고 주권을 외치는 대다수 한국 국민과 축산농민, 음식점 종사자들의 분노에 찬 함성 혹은 절규에 귀 기울 것인가. 부안에서처럼 국민들과 맞서 싸우다가 끝내 항복하고 물러날 것인가, 아니면 국민의 뜻을 따를 것인가. 이명박정부가 선택할 문제다. |
강영진/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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