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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서 후회하는 후레자식들 -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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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210.♡.211.184) 댓글 0건 조회 14,361회 작성일 08-05-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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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서 후회하는 후레자식들'
- 반죽은 떡이 될 수 있지만 떡은 반죽이 될 수 없듯이...


입력 : 2008년 05월 10일 (토) 10:55:29 / 최종편집 : 2008년 05월 10일 (토) 11:12:52 [조회수 : 222] 당당뉴스 편집실webmaster@dangdangnews.com



어젯밤 저는 충북 청원군 미호천 팔결교 다릿목에서 잤습니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한반도대운하 반대) 도보순례에 하룻밤 동참한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려고, 코앞에 흐르는 미호천으로 내려갔는데 차마 손을 담글 용기가 나지 않더군요. 한쪽 구석 풀숲에 팔뚝만한 잉어 한 마리가 배를 뒤집어 하늘을 향하고 떠 있었어요. 죽은 지 여러 날 된 것 같았습니다. 세수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더러워진 강, 물고기 주검과 함께 썩어가는 강, 그 강이 저를 보고 가까스로 한 마디 하는 것이었어요.

“이제 오느냐?”

무슨 일로 그렇게 바쁜지, 고향에 어머니 홀로 계신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어머니 중태 급래 요망’이라는 전보를 받고 허둥지둥 내려온 못난 자식의 심정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제가 어머니를 제대로 공경할 줄 모르는 불효자식은 관두고, 어머니를 능멸하며 업신여기는 천하에 몹쓸 후레자식인 것을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잘못 살았습니다. 용서해주세요. 다시는 어머니를 등지지 않겠습니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신음소리조차 없이 무겁게 흐르시는 어머니를 내려다보았어요. 어머니가 마지막 남은 기력으로 저를 안아주시는 느낌이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함께 100일 순례를 하고 있는 도반들을 보았을 때, ‘아하, 저들도 돌아서서 참회하는 후레자식들이구나!’ 감동이 일더군요. ‘한반도 대운하’라는 이름의 배달부가 전해준 ‘어머니 중태 급래 요망’이라는 전보 한 장이 우리를 이렇게 한 줄로 서서 걷게 하는구나! 걸으면서 참회하고, 가쁜 숨 몰아쉬는 어머니에게 절하고, 다시는 물 한 방울 쌀 한 톨 우습게 여기지 않겠다고, 그분들을 본디 자리인 부모님 상석에 모시고 공경하며 살겠다고 다짐하게 하는구나!

제 눈에는, 극소수의 깨친 이들을 제외하면, 오늘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인간이 영락없는 후레자식들입니다. 50평 아파트에 살다가 80평 아파트로 옮길 욕심으로 고향의 마지막 남은 어머니 집터마저 팔겠다고 우기는 어이없는 후레자식들입니다.

다만, 자기가 후레자식임을 깨닫고 돌아서서 참회하는 후레자식들이 있고, 제가 어머니에게 무슨 망나니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아직 모르는 후레자식들이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저는 희망을 품습니다. 뉘우쳐 돌아선 후레자식은 더 후레자식일 수 없으니까요. 반죽은 떡이 될 수 있지만 떡은 반죽이 될 수 없듯이, 한번 돌아선 후레자식은 돌아서기 전의 후레자식으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발표했을 때 세상은 그를 미쳤다고 비웃으며 옥에 가두었지만 그러나 ‘미친 갈릴레이들’의 수는 오히려 늘어만 갔고 마침내 인류 전체가 의식의 임계점을 통과하여 지금은 아무도 “해가 지구를 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보십시오, 돌아서서 참회하는 후레자식들은 그 수가 갈수록 늘어날 뿐, 결코 줄지 않을 것입니다. 대운하를 놓겠다는 미친 후레자식들과 그들을 말리는 돌아선 후레자식들의 씨름은 그러므로 벌써 결판난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강물 따라 걸으며 얻은 소중한 교훈과 지혜를 삶 속에 녹여, 할 수 있는 만큼 아파트 평수도 줄이고, 승용차도 더 작은 걸로 바꾸거나 아예 없애고, 영화구경도 좀 덜 하고, 밥도 좀 덜 먹고, 아무튼지 간에 지금보다 더 가난해지는 데 진심을 모으는 것입니다. 그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을 수 없는, 어머니의 회생을 위하여!


이현주 목사/드림실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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