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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그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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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주노자 (121.♡.6.96) 댓글 8건 조회 5,431회 작성일 08-07-0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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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각각의 두려움이 있습니다.
저에게도 몇가지 두려움이 있습니다..
다른사람들은 웃겠지만 공사판 노가다입니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하고 머리만 쓰고 살아와서 생긴 아무도 모르는 두려움입니다
단 한번도 해보지 못한 두려움,
예전에 친구들이 노가다 하고 왔다고 하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두려움...
난 평생 하루도 못하고 끝날것 같은, 가지 못한 길의 두려움...
오늘은 그 두려움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지난 주말 기태형님 서울강의를 한번 듣고싶어 서울에 갈까 망설이고 있는데
이재하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작년말 전국도덕경모임에 갔다가 밤에 우연히 대화를 나눴는데 그분의 진실함에 빠져 고향에 온뒤로 제가 가끔 전화를 드려서 가까워졌다.
어느덧 그 형님도 제게 전화를 해주셔서 좋은 말씀을 들려주시곤 했죠.(목소리에서 그렇게 강한 진정성이 묻어나오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그 형님이 전화하셔서 아우님, 머리만 쓰지말고 내가 흙집짓는 현장에 와서 땀 좀 흘려보게나
하시는데 제가 평소에 갖고 있는 그 두려움이 엄청나게 밀려왔다.
형님이 보고싶어 가고는 싶은데 두려움때문에 오랫동안 망설였다.
드디어 결심하고 아침일찍 출발...
하필이면 비는 쏟아지고 출발전에 돈문제로 아내와 다퉈서 마음도 안좋고, 그냥 고향에 가서
바람이나 쐬고 집에 가고 싶더군요.
힘들게 금산현장에 도착하여 저녁식사 후에 형님과 둘이서 카페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물어 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형님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결정타를 날려 주시더군요.
아우님은 기태형님에게 물어보고 나에게 물어보고 또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맨날 그렇게
남에게 물어만 보면서 살건가! 자네를 믿어보게나...
그날밤 그리고 집에와서 며칠지난 지금도, 그말이 나를 떠나지 않네요.
그리고 이제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은 욕구가 사라졌다...정말로 말끔하게...
다음날 아침 팀원들과 같이 흙집 현장에 갔다
마침 금산간디학교 옆이라 대안학교에서 가르치는 나로서는 여러가지로 둘러볼수가 있어서
좋았다.
잠시동안 내자리를 찾지못해 눈치보다가 드디어 형님에게 일을 지시받았다.
4인 1조가 되어 바닥에 흙을 2층으로 올려 벽에 쌓거나 치는 일이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흙을 난간에서 받아 반장님이 흙벽치기 할수 있도록 전달하는 일인데
다른 사람들 일도 조금씩 해보니 그나마 내 일이 쉬운 일이었다.
드디어 내가 공사판 노가다를 42살 먹고 처음 하는 것이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모두 성격이 좋아 잘 버텨낼수 있었다.
제일 밑의 잡부로서 젊은 목수들이 너무도 멋있게 보였다.
간디학교에서 점심밥을 먹는데, 목수대장님이 예전에 도덕경 식구였고 대안학교 교장을 하신 분이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후에는 서서히 힘이 빠져 힘들었지만 재미있게 하려고 애썼다.
정말로 깨달음이니 마음공부니 하는 모든 생각이 사라진 무념무상의 상태였다.
집에서 하고 싶을때만 하는 농사나 책상에 앉아 수업준비를 하거나 공부하는 일이 참 편안한 일이라 생각됐다.
6시가 넘어 모든일이 끝나고, 목공예가 취미인 아내를 위한 선물로 조각나 버려진 나무들을 다섯푸대 담아서 마지막 남은 힘으로 차까지 나르는데, 이걸 보고 자기 최고야하며 활짝 웃을 모습을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역시 내 예상은 적중했다).
온몸에 흙칠을 한 내모습이, 일은 혼자서 다해버린 모습이라고 모두들 웃었다.ㅋ ㅋ
저녁식사를 한후에 내일 학교에 가야되서, 9시쯤 그사이 정든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너무 고마운 형에게 인사를 하는데 형이 봉투를 건네주었다
한사코 받지 않으려고 하는데 잡부 일당이라고 꼭 손에 쥐어주셨다
차를 몰고 오면서 본 봉투속의 8만원이 내게는 말로 형용할수 없는 값진 돈이었다
예전에 밤새 우유배달하고 낮에 우유값 수금까지 해서 받았던 30만원 보다도 내겐 더욱 값진
돈이었다. 오랫동안 나만 알고있는 두려움속으로 들어가 벌은 돈이기때문이다..
오면서 기태형에게 전화를 했다.
형, 제가 너무도 뜻깊은 8만원을 벌었는데, 내게 가장 소중한 아내와 형에게 4만원씩 드리고 싶어
젊은시절 노가다에 잔뼈가 굵은 형이 진정으로 기뻐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그날 밤, 너무 피곤한 몸으로 집에까지 어떻게 왔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역시나 월요일부터 허리도 아프고 온몸이 쑤셨지만 마음은 너무 평화로웠다.
이제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는 기태형에게도 더이상 묻지않고, 내안의 소리를 들을것이다...
그리고 내게 남은 여러 두려움 속으로 한발 한발 다가갈 것이다.

댓글목록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211.♡.171.241) 작성일

원주노자님,
오랫동안 글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는데, 드디어 올리셨군요.^^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재하형님과 함께 흙집을 지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좋았다니 다행입니다.
얼굴은 많이 탔을 테고, 온몸은 며칠 동안 뻑적지근하고 쑤시겠지만,
마음만은 훨씬 더 건강해진 것 같습니다.

두려움 속으로 한발 한발 들여놓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진행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글을 읽노라니,
인간적인 다큐 프로인 '인간극장'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선수가 운동장에 나가서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이에요.

여기지금님의 댓글

여기지금 아이피 (58.♡.132.222) 작성일

행복하시겠습니다. 지니가다가..

원주노자님의 댓글

원주노자 아이피 (121.♡.6.96) 작성일

감사합니다...
오랜세월 너무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님의 말씀을 들으니 많이 낯설고 여러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안좋은 일이 여러가지 있지만 행복한 것도 많이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아! 이 아름다운 소리... 제가 혼자 말하니,
아들이 무슨 소리가 아름답냐고 묻습니다..
응,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아들이 이상하게 바라봅니다..

결혼할때 산 10년도 넘은 세탁기가 자꾸 고장나서 새로 사야하는데,
물가는 많이 오르고 무슨 돈으로 사야되나 며칠을 고민했는데
아 글쎄 오늘 아침 시원하게 돌아가지 않습니까??
그러니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예요...

늘 행복이 함께하시기를....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아이피 (124.♡.179.41) 작성일

이제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는 기태형에게도 더 이상 묻지 않고, 내 안의 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리고 내게 남은 여러 두려움 속으로 한발 한발 다가갈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네가 네 안에서 성장하고 자라가는 그 모습이 참 대견하고 기쁘고 또 고맙구나, 상규야.
언제나 그렇듯
누구보다도 큰 박수와 사랑으로 네게 응원을 보낸다.
화이팅~~!!!

원주노자님의 댓글

원주노자 아이피 (121.♡.6.96) 작성일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난 여름 대구에서 형님을 처음 뵈었으니 벌써 1년이 다가옵니다...
그동안 내가 조금이나마 나아지고있나 조바심도 냈으나 이제는 마음이 편안한 편입니다.
아직도 어린아이 짓이 올라오곤 하나 이제는 그 어린아이를 따뜻하게 바라보려 합니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대문앞에서 홀로 울고있던 어린시절의 그 가여운 어린아이...
그 어린아이를 철저히 미워하고 거부만 했으니...

오전에 아내와 시장에 다녀오는데, 아내가 갑자기 손을 잡으며 말합니다.
그래도, 당신만한 남자 없는것 같애
언제나 표현을 하지않는 아내였으니, 얼마나 놀랬겠어요...
모두가 형 덕분입니다...

세상의 일은 하나도 변함없이 힘들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많이 힘들지 않습니다.
아직도 창피한 어린아이 짓이 올라오지만 잘 대처하리라 내 자신을 믿어봅니다...
늘 형이 저를 믿어주는데, 저도 자신을 한번 믿어볼랍니다...

이곳도 어제부터 무척 더워요.
대구는 훨씬 덥겠죠....
무더위에 건강조심 하시고 방학때 뵙기를 기원합니다.............^^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211.♡.173.95) 작성일

원주노자님, 주말 편히 쉬셨는지요?

아침에는 안개비가 내려 시원하더니, 이제 제법 무덥습니다.
반바지를 입고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다리와 등에 계속 땀이 찹니다.

여름의 모든 모습을 한껏 경험할 때.. 가을이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겠지요.
겨울의 모든 모습을 한껏 경험할 때.. 봄이 더욱 소중하고 경이롭게 느껴지듯이...

어제는 가족과 함께 무심선원 김태완 원장님의 서울 개원 법회에 다녀왔습니다.
수원에서 할 때는 멀다는 핑계로 가지 않았는데,
이제 매월 1주, 3주에 남산에서 하게 됐으니, 빼먹지 않고 꼭 참석하려고 합니다.
반가운 도덕경 가족의 얼굴들도 보아 더욱 좋았습니다.

김기태 선생님을 만난 것만도 큰 행운인데, 도반들까지 하나둘 만나게 되니... 꼭 보너스를 받는 기분입니다.
원주노자님의 삶을 담은 글들은 제게 좋은 자극도 되고 더욱 용기도 내게 합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저도 찾아뵙겠습니다.
1, 3주 일요일만 빼고요.
가족도 모두 평안하시길...

원주노자님의 댓글

원주노자 아이피 (121.♡.6.96) 작성일

깊이 감사드립니다.
얼굴 한번 뵙지 못하고 글로만 주고받으니 꼭 외국사람과 펜팔하는 기분입니다.

오늘은 세악동들이 개교기념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아서 저와 같이 지내고 있어요..
뭐가 그리도 셋이서 즐거운지, 너희들은 참 복받았다고 항상 생각합니다.
올챙이,무당개구리를 마당에서 둘러싸고 앉아서 재미있다고 깔깔거립니다.

학원 하나 다니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공부잘하며 즐거워하니 참 다행입니다.
부모가 열심히 놀으라고만하니 오히려 자신들이 알아서 공부합니다.
나중에 명문대 못가고 사회적으로 성공 못하면 어떻습니까?
지금 이순간 하루하루가 너무나 즐겁고 재미있다는데 더 무얼 바라겠어요..
아침에 아빠와 놀게 학교가지말라고 하면 막 화를 냅니다.
학교가 너무 재미있다나요!!!!!(저는 학교에 관한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으니...)

내일 가르칠 수업준비를 해야하는데, 날씨는 덥고 게으름만 피우고 있어요.
이곳도 이렇게 더운데, 도시나 서울은 얼마나 덥겠어요.
이런날, 이불을 햇빛에 말려서 밤에 덥고자면 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저절로 행복감이 밀려옵니다.

지난번에 김태완님의 대승찬을 사다 읽었는데, 저도 법회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군요.
기태형님 강의도 못가고 있으니...
참, 재하형님이 침묵의향기 블로그의 바이런게이티 동영상보여주어서 잘봤습니다.
이런 좋은 곳을 왜 진작 몰랐을까요????

사실 저는 별볼일 없는 사람이고, 집도 누추해서 오신다고해도 좀 걱정입니다.
그래도 특별한 사정이 없길 바랍니다.(일요일은 기태형님이 절대 안오겠죠, 형수님 church!!!)
더위에 항상 건강하세요...^^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211.♡.116.97) 작성일

예.. 세 악동들, 정말 복이 많네요.

저는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하나 있는데,
제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던 때가 꼭 에덴동산이었던 것 같아서
아이가 어릴 때만이라도 자연 가까이에서 살게 하고 싶어
2년 전 이곳으로 이사왔는데, 역시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아파트 단지 근처에는 작은 숲들도 있고, 주변에 논도 있고..
딸아이는 날마다 동네 아이들과 밖에서 어울려 뛰노느라 집에 들어올 생각을 안 합니다.^^

바이런 케이티 말씀하시니.. 우리나라에서도 케이티의 네 가지 질문을 이용해
사람들과 작업하시는 분들이 나오면 좋을 것 같아, 재하님에게 부탁한 적이 있는데,
자기는 적임자가 아니라며 거절하더군요.ㅠ.ㅠ

원주노자님이 별볼일 없는 사람이면 저도 별볼일없는 사람입니다.
사실은 '저야말로'라거나 '저는 더욱'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지나친 자기비하인 것 같아서 그냥 '저도'라고 말했습니다.^^

가족 모두 더욱더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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