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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태양..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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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 (211.♡.173.110) 댓글 14건 조회 8,752회 작성일 08-07-0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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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라더니 유난히 덥네요.
책상에 앉아 교정을 보다가 졸려서 잠깐 밖에 나갔다 왔습니다.
여름 하늘.. 특히 여름에만 볼 수 있는 흰구름들이 아름답네요.
어렸을 때는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 수 있는 여름을 참 좋아했습니다.
더위에 지치면 동네 정자에 누워, 시원한 산들바람을 맞으며
또 하늘소의 울음 소리도 들으며 낮잠을 자곤 했는데..
신선 놀음이 따로 없었지요.
여름만이 줄 수 있는 모든 풍경들, 경험들, 아름다움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여름이 싫어졌습니다.
누군가가 제게 어느 계절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저는 주저없이 대답했지요.
다른 계절은 다 좋아하는데 여름만은 싫다고..
아마 무더위가 땀을 많이 흘리게 하고 지치게 만들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여름이 다시 좋아진 것은 인도에 가서였습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먼저 태양이 좋아졌다고 해야겠네요.
인도에서 명상을 하다가 에너지에 눈뜨게 되었고,
태양의 에너지가 가장 강력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다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제겐 그랬습니다.
아침 해, 낮의 해, 저녁 해... 모두 다른 느낌이지만,
해를 의식하며 그 아래 가만히 앉아 있으면
강하고 따뜻한 에너지가 들어왔고 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해를 좋아하게 되었지요.
태양이 뜨겁기로 유명한 인도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태양은 자기를 사랑하는 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태양은
자기를 피하려 하는 사람은 한없이 힘들고 지치게 만들지만,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한없는 에너지와 힘을 주고 무럭무럭 자라게 합니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태양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그를 싫어할 때는 해로운 것으로 보이고,
그를 사랑할 때는 축복과 은총으로 변한다는 것이...
뭔가와 너무 비슷하네요...^^

댓글목록

여기지금님의 댓글

여기지금 아이피 (58.♡.174.88) 작성일

문득 처갓집에 맡겨둔 아들놈 생각이 나면서 마음이 짠해지네요.

글이 참 편안하게 잘 읽혀져서 좋네요.

감사합니다.

여기지금님의 댓글

여기지금 아이피 (58.♡.132.247) 작성일

문득 님의 글을 읽으면서 답글을 달고 싶은 마음이 이네요.

요즘 아기를 보다가 아침 나절에 함께 나와서 집 근처 방둑을 거닐 때면 머리 위로 비추는 햇볕이 뜨겁지만 따사롭게 느껴졌던 기억이 듭니다.

아직 아기가 어려서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노라면 흐뭇하죠.

요 몇일 아기 보면서 힘들어서 처갓댁에 오늘 맡겼는데 눈에 아른아른 거리네요.

햇볕에 말린 이불 냄새.. 저도 한 번 맡아봐야겠는 걸요.

감사합니다.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61.♡.135.215) 작성일

원주노자님, 반갑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시간인가요?

재미있네요.
태양의 치유력에 대해서도 얘기해 볼까 하다가 말았는데, 님께서 말씀하시는군요.^^

예.. 태양은 위로해주고 치유해주지요.
물질 세계는 내면 세계의 반영인 것 같은데, 태양은 생명의 근원이니까..
그러니까 태양을 무엇과 같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 그냥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인용하신 월든의 구절.. 공감합니다.
자연은.. 신은.. 그렇지요.
태양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며 
가만히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도 그 존재만으로 모든 일을 하듯이..
누구도 가리지 않고 똑같은 사랑으로 존재하지만
각자가 내민 그릇만큼 그 사랑을 담아가듯이..

소로우가 말했듯이, 우리가 지금 여기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알게 되겠지요.
황제가 우리를 부러워하고, 궁전이 이곳을 부러워할 것이라는 것을...

좋은 글 올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61.♡.135.215) 작성일

여기지금님, 반갑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즘 힘든 일이 있으신가 봅니다.
누구도 님의 힘듦을 헤아리기 어려울 텐데..
부디 이 역경의 시절이 님에게 유익한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대로님의 댓글

그대로 아이피 (125.♡.147.226) 작성일

초등학교 시절, 20리나 되는 먼 산길을 걸어서 다니면서 한여름 땡볕에 가끔씩은 쓰러져 죽을 것같다는 생각으로 공포스러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넘치도록 충분히 받은 태양 에너지가 지금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걸까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무기력증과 우울증으로 휘청거리면서도 용케용케 버텨나가는 자신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윤님이랑 원주 노자님이랑... 따스한 마음으로 올려 주시는 글을 읽으면서 그 온기도 함께 받습니다. 태양 에너지와 닮았군요. ^^

방학이 되면 원주 노자님이 누구누구 초대하겠다고 꽤 오래 전에 말씀하셨던 걸 기억합니다. 왜냐 하면, 감자 같이 굵은 별이 머리 맡으로 쏟아지는 밤(시골 밤은 얼마나 깜깜한지요!)에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참 행복하겠구나... 그 때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

손수 한 빨래가 보송하게 말라가는 그 자리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매일 매 순간이 기쁨이고 감사일 것이나, 저는 여전히 '쉬고 싶다'고 아우성치며 여름 방학을 기다립니다.

-춘천에서  _()_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211.♡.169.3) 작성일

그대로님, 반갑습니다.^^

한여름 땡볕에 20리나 되는 먼 산길을 걸어다니면, 일사병에 걸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어린 나이에 정말 먼 길을 통학하셨네요.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무기력증과 우울증...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런데 혹시 그건,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자기가 제발 날 좀 봐!라고 부르는 소리가 아닐까.. 
아니, 사실은 그게 바로 경험되어야 할 나 자신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저는 잘 모르지만...

님의 글에서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걸요..

님도, 저도 자신 안에 있는 태양을 만났으면..
아니, 자신이 바로 태양임을 알고 태양으로 존재했으면.. 좋겠습니다.

호반의 도시, 춘천... 참 좋은 동네에 사시는군요. 방학이 코앞이네요.^^

원주노자님의 댓글

원주노자 아이피 (121.♡.6.96) 작성일

그대로님..정말 반갑습니다...
춘천에 사신다니 더욱 반갑고 꼭 옆집에 사는 느낌입니다...

님의 초등학교시절, 학교다니면서 많이 걸은 이야기를 보니 오래전 과거의 한아이가
생각납니다

 
외아들이라고 그당시 명문 사립학교에 입학했는데, 갑자기 집안이 어려워져 학교버스를
타지 못하고 혼자서 집까지 멀리 걸어가던 아이.
한달 버스값이 350원이었는데 타지못하고, 버스를 타던 모든 아이들이 어린마음에
얼마나 부러웠던지...
너무나 낡아서 책이 쏟아질까봐 두손으로 책가방을 꼭 움켜쥐고 터벅터벅 걸어가던 그 아이...
도시락반찬으로 쏘세지 한번만 싸가면 소원이 없을거라고 생각하던 그 아이,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도 길쭉한 옛날 쏘세지만 보면 미친듯이 가슴이 뜁니다..
지금 그아이에게 다가가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고 싶네요...
왠 주책인지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네요.......

님의 글을 읽으니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뭔가 좋은 말을 해주고 싶은데, 이건 능력이 안되니 제마음만 받아주세요^^

여름방학하면 매일매일 세악동들과 뭘하고 놀까 계획을 짜고 있어요..
님도 재미있고 푹쉬는 방학되세요...

늘 행복하시길....

그대로님의 댓글

그대로 아이피 (125.♡.147.226) 작성일

_()_

김윤님,
레너드 제이콥슨의 아름다운 책을 또 번역 중이시라고요. 작년에였나, 다음 책 언제 나오느냐고 재촉했던 기억이 납니다. 침묵의 향기에서 내시는 깊게 따듯한 책들을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요즘 내내 우울하고 때때로 무기력감에 시달리는 이유도 저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화를 내는 데서 기인한 것임을 별 수 없이(!) 인정합니다.  현재 고2, 중3, 중1인 세 아이가 일으키는 '질풍노도' 앞에서 무참히 부서지는 저 자신을 직면하기 싫어하는 마음이 있네요. 거침없이 가슴에 날아와 박히는 아이들의 칼날 같은 말에 흔들리고, 분노하고, 노여움에 출렁이고... 아주 멀리 도망쳐 버리고 싶고, 그렇답니다. 그런 밑 마음에는 '최선을 다한 나한테 너 그럴 수 있어, 감히?' 하는 유치함이 꿈틀거리고, 그러한 저 자신에게 다시 화가 나고... ^^

몇 년째 이어지는 상황에 '이제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하는 마음으로 상당히 침체되어 버렸고, 사실 아직도 여전히 울적합니다.
방,학,하,면,
단 며칠만이라도 훌쩍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볼까 계획 중입니다.

 이보시오. 저것들 때문에 내 가슴은 아주 시커멓게 타 버렸소.

했더니, 남편은 냉큼 대답합니다. 어어, 아직 내 것은 하얀데?!
느긋한 남편 덕분에 그나마 근근이 버텨내는 것이지요.

님의 따스한 위로에 감사드립니다.

그대로님의 댓글

그대로 아이피 (125.♡.147.226) 작성일

^O^

원주 노자님,
님의 마음(눈물!)을 가슴 한 가득 받아 안으니 이렇게 충만합니다.
도시락 반찬으로 쏘세지가 있다는 걸 저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알지도 못했네요. 늘 김치와 멸치, 무 장아찌... 순 이딴 거만 먹었거든요.^^

그래도 초등학교 시절을 가장 행복했다고 기억하니 그것만으로도 저는 복 받은 거예요. 물론 그 당시에는 그걸 알 도리가 없었지만요.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산길을 혼자 걸을라치면 문둥이가 그 꽃나무 뒤에서 뛰어나와 제 간을 빼 갈까봐 울지도 못하고 걸음을 재촉했던 기억-. 하지만 이제는 그 산길이 흔적조차 없고, 학교도 폐교 된 지 오랩니다. 뭐든지 늘 변한다지만 참 쓸쓸합니다.

언젠가 노자님께서 김기태 스쿨 스튜던트가 되어 변화 성장(!)하는 빛나는 과정을 쓰신 걸 읽은 적이 있답니다. 가슴이 저리고, 기쁘기도 하고... 그랬었지요. 그러면서 저는 그냥 바라보기만 하고 있습니다. ^^  재작년쯤엔가 친환경 건축가 이재하님의 소개로 이 곳을 알게 되어 자주 들르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아름다운 분들을 만나게 되어 좋습니다.

악동들과의 방학을 기다리시는 모습이 눈에 삼삼합니다.
늘 행복하시기를  .................    _()_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211.♡.169.4) 작성일

그대로님, 안녕하세요?

그러고 보니, 전에 모 사이트(^^)에 가서 책을 홍보했는데, 춘천의 어느 여성분이 격려의 말씀을 남겨주셨지요.
말씀이 너무 따뜻하고 아름다워서.. 보살처럼 느껴졌는데, 그대로님이 그분 아닌가 싶네요.
아니래도.. 분위기가 비슷해요.^^

예.. 제이콥슨의 새 책을 틈틈이 번역하고 있습니다. 정말 좋네요..
이런 맛에 산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질풍노도를 겪고 있는 무려 세 아이를 상대하시느라 얼마나 힘드실까요.
저는 한 아이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데.. 저라면 아마 사흘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무참히 부서지는... 거침없이 가슴에 날아와 박히는
아이들의 칼날 같은 말에 흔들리고, 분노하고, 노여움에 출렁이고... 아주 멀리 도망쳐 버리고 싶고... 

이런 말씀을 들으니, 직접 경험하지 않았는데도.. 막 상상이 되려고 해요~~
정말 그럴 것 같구요. 저도 많이 무참히 무너져봤고, 칼날 같은 말들에 많이 베여봤거든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하느님은 참 잔인하다는...^^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들어버리잖아요.. 도망칠 수 없게.. 옴짝달싹 못하게...

얼른 방학이 와서 그대로님이 숨을 좀 쉬기를.. 저도 응원할게요.

댁이 춘천 호반과 가깝나요?
참 좋던데요. 섬도... 몇 번 가봤는데, 뭔가 다른 세상 같았어요.

그대로님의 댓글

그대로 아이피 (125.♡.195.3) 작성일

네, 김윤님, 그 때 그녀가 이녀 그대로예요. ^^

[마음은 도둑이다], [지금 이 순간], [영원으로 가는 길], [지금 이대로 완전하다], 그리고 [아잔차 스님의 오두막]을 지극한 행복 속에서 읽으면서 이런 책을 내시는 분은 또 얼마나 아름다우실까, 내내 그런 생각을 했었답니다. 그래서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이지만 '김윤'님은 이미 제 마음 속에 있습니다. 오랜 친구처럼요. (^.*)

자식 키우는, 남들 다 하는 평범한 일 앞에서 이렇게 난동을 부리니 저도 참 못난이지요? 책을 읽으면서는 뭐든지 다 인정할 수 있을 것 같고,  있는 그대로가 모두 마땅하고 진리 그 자체이지 싶은데 실전 앞에서는 형편없이 구겨지는 것이 그렇게 화가 나니 십 년 공부 도로아미타불이에요.

 엄마, 명상 한다면서 대체 달라진 게 뭐예요? 그럴 거면 마음공부 뭣하러 해요?

딸아이에게 요런 말을 들을 때면 아예 땅속으로 꺼져버리고 싶거든요. ^^
전생에 지은 죄업이 많은가보다,라고 하면 남편이 엄청 싫어해요. 다들 저러면서 크는 거라네요. 에구, 지긋지긋지긋... ^O^

낮에는 학교에서 그런 것들 만나 깨지고(저는 남자 중학교에 근무해요.), 밤에는 집에서 이런 것들에 부딪혀 무너지고...  아아, 품위 유지하며 살긴 영 글렀다 싶네요.

예, 산과 강, 호수로 둘러싸인 춘천, 후평동에 살고 있어요. 언제 또 춘천에 오세요?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신다면 꼭 알아볼 것 같은 심정인데, 그럴 리는 없겠지요??  ^^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211.♡.116.110) 작성일

우와~ 정말 그녀가 이녀였네요..ㅎㅎ
다시 한번 정말 고마웠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날 이후 그대로님이 제 가슴에 콱 박혔답니다.^^

저는 그대로님과 똑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랍니다.
때로는 처참히 무너지고, 때로는 괴롭고, 때로는 슬프고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도망치고 싶고...
때로는 기쁨으로 가슴이 들뜨고, 평화롭고, 세상이 다 아름다워보이고...
혹 깊은 상처가 건드려지면 미칠듯한 분노와 잔인함이 솟구치기도 하고...
그런 평범한 사람..

아이들에 관한 님의 얘기를 듣자마자.. 바이런 케이티의 <네 가지 질문>이 떠올랐는데,
이미 읽어보셨을 것 같아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왜, 우린 알면서 안 되는 일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런데 혹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꼭 권하고 싶어요.

오랫동안 안 읽고 있다가, 얼마 전 어떤 독자분이 책에 대해 질문하길래, 앞부분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첫 번째 사례를 읽다가 그만 감동해서 눈물이 다 나려고 하더군요.

남들 다 하는 평범한 일... 그런데 그 '남들' 모두가 다들 너무너무 힘들어하고 있던데요? ^^
그대로님이 이 지극히 힘든 문제를 잘 풀어서.. 님처럼 고생하는 많은 주부님들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네요..

못난이.. 책을 읽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전에서는 형편없이 구겨지는.. 십년 공부 도로아미타불..

맞아요.. 우리 모두 그렇죠.
그런데..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대로님의 자녀들은 최고의 스승들이에요.
그만한 스승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님께서 아마도 놓치고 있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가차없이, 사정 봐주지 않고...

따님의 말.. 처참하게 무너질 때 제가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네요.
그런데 그것은 마치, 신의 질문 같아요..^^ 
대체 우리는 뭐하러 마음 공부를 하고 있는 걸까요..
대체 왜 십년 동안이나 마음 공부를 해 왔는데도 달라지지 않는 걸까요..
뭐가 달라져야 하는 걸까요..

어쩌면 우리는 전제부터 완전히 잘못되어 있는지 몰라요..

학생들도, 자녀들도.. 신 같아요.. 스승 같아요.. 정말 좋은 스승..
내게 계속해서 진실을 가리키고 있는 스승들.. 품위를 유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내 안의 날것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인정하기를 요구하는..
진실을 보라고 요구하는... 내가 쌓은 것들을 모조리 무너뜨려 버리는...

이론은 3급인데 실전은 9급인.. 못된 훈수쟁이가 또 훈수를 두었습니다.^^

그대로님의 댓글

그대로 아이피 (125.♡.147.226) 작성일

참 이상도 하지요.

김윤님께서 번역하신 책들을 아마 거의 다 읽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 <네 가지 질문>은 자꾸만 비껴가는 거예요. 서점에 가면 없거나, 딴 책에 눈이 팔려 깜빡 잊거나... 이렇게요. 엊그제도 잠깐, 아 참, 그 책을 사서 읽어야겠네, 하곤 또 지나쳤더랬는데 님께서 그 책 얘기를 탁, 꺼내셨을 때 순간적으로 온 몸의 솜털이 일어서는 느낌이었어요. 책과의 만남도 시절 인연이 닿아야 하는가 봅니다.

어제 서점에 전화해서 아예 꺼내 놓으라고 하고는 퇴근하면서 곧바로 가서 샀지요.
지금 조금씩 읽고 있는데, 어느 구석에선가 마구마구 거부하는 감정이 느껴져요. 그렇게까지 하기 싫어! 분명히 애들 때문에 힘든데 뭘, 하는 아우성.
하지만 아마 끝까지 다 읽을 거고, 쉬엄쉬엄 '작업'을 시작할 거예요. 그리고 어쩌면 그 결과를 가끔씩 님께 보고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

예, 주변의 모든 대상은 스승이고, 특히 요즘 저에게는 세 아이들이 대단한 스승이에요.
남편이 반 편성을 했는데, 큰 딸은 심화반(엄마를 가장 뒤집어지게 공부시키고 있으므로!), 작은 딸은 기초반(거저 크고 있는 중), 막내 아들 녀석은 보통반(심화반으로 월반 시킬까 고민 중). ^^

결국은 제 안에서 일어나는 파도들이에요. 방학 하면 좀 쉬면서 꼼꼼히 작업에 착수할까요?

좋은 책 번역 중이라 하셨으니 새 책 나오면 제목 등등 책 소개 올려 주세요. 한 걸음에 책방으로 달려갈게요.

여전히 무더운 여름, 건강하시기를.  _()_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211.♡.172.178) 작성일

그대로님,

저는 님께서 저의 못된 훈수를 보고, 화가 나서 다시는 저를 안보겠다고 하실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놀랍네요... 

그대로님의 마음.. 잘 읽었구요.
정말 고맙다는 말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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