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첫 단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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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 (211.♡.169.27) 댓글 5건 조회 5,271회 작성일 08-07-12 11:47본문
이러해야 한다, 저러해야 한다,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 이런 생각들, 믿음들은 전부 거짓말입니다. 누군가가 주입시킨 거짓말입니다. 진실은 should(...해야 한다, ..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 be(..이다)입니다.
아직 제가 인정하지 않는 제 안의 모습들이 많아서... 그런데 진정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해방의 첫 걸음인 것 같아서 저 자신에게 쓰는 일기처럼 한번 써 볼까 했는데... 오늘 아침 레너드 제이콥슨의 새 책을 번역하는데, 마침 이런 구절이 있네요.
깨어나기 위한 첫 단계는 당신이 깨어 있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첫 단계는 그 아픔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화로부터 해방되는 첫 단계는 그 화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는 첫 단계는 그 두려움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지금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결코 자유로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을 인정할 때는 사랑, 받아들임, 연민, 그리고 어떤 판단도 없이 그렇게 해야 합니다.
김기태님의 말씀이 얼마나 제대로 이해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김기태님의 말씀도 동일합니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진정으로 인정하고 가슴 깊이 받아들이는 것...
참 단순한데... 처음에는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지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합니다. 이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야 해.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믿습니다. 다음에는 그 믿음에 따라,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을 거부하고 저항합니다. 그리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자꾸, 오히려 더욱 의식하게 됩니다. 또 거기에 대해 저항하고 거부합니다. 피하려 하고 숨기려 합니다. 억압하려 합니다. 그러면 다시 더욱 의식하게 됩니다. 그래서 심지어... 심장이 쿵쾅거리고, 숨이 가빠지고, 얼굴이 붉어지고,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입이 덜덜 떨릴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 다시 또 저항이 일어나고 거부하게 됩니다.
나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야 한다..?
아니, 나는 지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의 진실입니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지 않으면, 의식하지 않는 것이 그 순간의 진실입니다.)
나는 지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어. 이렇게 인정하고, 말하고, 고백하는 것, 그 사실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는 마음과 몸짓을 그치는 것.. 이것이 인정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인정해야 하는지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인정해 버리면, 다음에는..? ..하고 다음의 결과도 함께 상상하기 때문에 인정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김기태님이 수없이 많은 말을 하는 것은 아마 이 점을 이해시키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해하기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거부하고 저항하는 마음 때문에 모든 고통이, 끊임없는 반복과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그냥 그럴 뿐인 것이지요. 왜 그러면 안 됩니까? 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면 안 됩니까?
이것은 모든 것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보죠.
나는 두렵다. 나는 불안하다. 나는 우울하다. 나는 무기력하다. 나는 외롭다. 나는 괴롭다. 나는 비열하다. 나는 이기적이다. 나는 남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초라하다. 나는 비참하다. 나는 열등하다. 나는 슬프다. 나는 말을 더듬는다. 나는 강박증이 있다. 나는 대인공포증이 있다. 나는 심심하다. 나는 지루하다. 나는 무식하다. 나는 어리석다. 나는 잔인하다. 나는 무책임하다. 나는 무능하다.
이렇게 그냥 인정하는 것입니다. 말로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표피적으로만 대충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 깊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말로 인정하는 것만도 도움이 되고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인정하고 인정하고 또 인정하는 것입니다. 필요하면 수천 번이라도... 이것이 자유의 첫 단계라고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착각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예컨대, 나는 비참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인정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생각과 인정은 다릅니다. 생각에는 저항이 있지만, 인정에는 저항이 없습니다. 인정은 자기 비하나 자학과도 다릅니다. 자기 비하나 자학에는 판단, 비판, 비난이 들어 있지만, 인정에는 그런 것들이 없습니다. 그냥 순수한 인정일 뿐입니다. 실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다 보면, 그 차이를 분명히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인정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이완될 것입니다.
그리고 감정들은 그냥 느끼면 됩니다. 비참하면 그냥 그 비참함을 느끼고, 우울하면 그냥 그 우울함을 느끼고, 초라하면 그냥 그 초라함을 느낍니다. 경험합니다.
쉽게 인정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지만, 인정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모습도 있습니다. 그리고 내면에서만 이루어진다면 괜찮겠는데, 몸이 보이는 과잉 반응들은 견디기 어렵게 합니다. 저 역시 아직까지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들이 많이 있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믿을 만한 분들이 그것을 자유의 첫 걸음이라고 하니... 우리 스스로 실험해 보고 확인해 볼까요? 정말 그런지...^^
댓글목록
여기지금님의 댓글
여기지금 아이피 (58.♡.133.78) 작성일
글 감사합니다.
평소에 많이 생각해오던 것을 김윤님의 글을 읽으면서 좀 더 정리가 되어지는 것 같습니다.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211.♡.174.147) 작성일
여기지금님, 안녕하세요?
촉촉히 비가 내리네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김기태 선생님에게 배운 것을.. 바이런 케이티, 레너드 제이콥슨에게 배운 것과 곁들여 정리해 보았습니다. 요즘은 그동안 배운 내용을 일차 정리해 보는 기간인가 봅니다.
주말 편히 쉬세요..
옆에머물기님의 댓글
옆에머물기 아이피 (122.♡.97.6) 작성일
오..감사합니다.
should 와 be 너무 명쾌하게 정리해주셨네요^^
should 는 노력이나 뒤에 숨겨진 의도-인정을 하면 뭔가 변하겠지? 가 개입합니다
반면 be는 노력(의도)이 점차 힘을 잃습니다. 그냥 예!그렇습니다. 나는 ~입니다. 로 끝나는것같습니다.
인정해서 그뒤에 뭘 어떻게 하겠다는 의도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글을 읽고 그래 나자신을 인정해야 돼 ! 라는 결론을 가지고 인정하려고 노력한다면 should (해야해)
여전히 인정하지못하고 저항하고 있는 자신을 그대로 그렇다라고 한다면 be (이다)...겠죠? ^^;
만약 내가 대인공포가 있다면 올라오는 대인공포는 대인공포가 올라온다.
내 마음이 그 대인공포가 너무 싫다면 나는 대인공포가 너무 싫다.
대인공포를 인정하려하니 너무 큰 저항을 느낀다면 대인공포를 인정하려니 너무 큰 저항을 느낀다.
이런방식으로 그냥 끊임없이 예 예 예 해 나가는건 어떨까요? 무엇을 위해서가아니라 그것이 지금의 진실이기때문에요
틀린점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
대원님의 댓글
대원 아이피 (211.♡.76.29) 작성일
모든것은 나가 있음으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나을 찾아보세요, 어디에도 나라고 할만한 나는 없어요.
그저 사람들이 꿈같고 환같은 나을 세워서 온갖 망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몸을 나라고 한다면 그것은 크나큰 착각입니다. 이몸은 지각작용을 못해요 , 알고 모르고 도 못해요.
살덩이가 말을 하지 못하지요.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해요,
참으로 나라는 이것은 허깨비요.허깨비을 나로 알고 내가 무엇을 했다고 해요.
변하는 것은 내가 아니요, 태어나사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것이 있어요. 주방에가도 그곳에 있고 안방에 가도
그곳에 있고 직장을 가도 그곳에 있습니다.
어머니 배속에서 부터 가지고 나온것이 있습니다.
보고 듣고 배운것은 내것이 아니요.
이것은 지금 눈앞에서 분명히 빛나고 있어요.
이것은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소,
더러운데 가도 더럽지 않고. 깨끗한데을 가도 깨끗함이 없어요.
참으로 청청하고 환히 비추는 영성은 끊어짐 없이 빛나고 있습니다.
김윤님의 댓글
김윤 아이피 (211.♡.169.27) 작성일
옆에 머물기님, 반갑습니다.^^
우리들을 힘들게 하는 주범 가운데 하나는 should(..해야 한다. ..하면 안 된다) 형태의 생각과 믿음인 것 같아서..
should와 be에 대해서는 언젠가 따로 얘기해 보고 싶은 주제인데,
님께서 그 핵심과 차이를 아주 잘 정리하고 보완해 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예.. 그렇게요.. 그때그때 변하는 지금 이 순간의 진실을 순간순간 인정하는 것이죠.
끊임없는 예.. 예.. 예..
should 유형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각을 분석하다 보면,
자신이 얼마나 많이 should 유형의 생각과 믿음들에 의해 지배받고 있고,
그런 생각들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또 should 유형 생각에 대한 믿음은 지금 이 순간의 진실(be)을 거부하게 만들고
become(..이 되는 것)으로 데려가기 때문에.. '지금 여기'와 분리시킵니다.
그러면 모든 문제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알다시피, 김기태님의 '불상현'(도덕경 3장)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should(..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에 대한 믿음과
그로 인한 become(어떠어떠하게 되려는...)하려는 노력을 그치고,
그냥 be(지금 이대로 존재하기)하라는 것입니다.
let it be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생명수를 만나는 자유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간단한 원리죠.
하지만 뿌리깊은 믿음과 습관이 180도 변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회피해 온 고통스런 감정들도 묵은 숙제를 하듯이 경험해야 하기 때문에
마땅히 치러야 할 고통들도 치러야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직면' 외에는 자유에 이르는 다른 길이 없는데요..
그리고 그 길은 힘들기만 한 길이 아닙니다.
힘든 고비를 넘을 때마다 그만큼의 해방과 자유, 힘, 더 큰 용기, 이완, 평화...
이런 것들이 보상으로 주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또 힘을 얻어 집으로 가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