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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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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줌마 (59.♡.149.192) 댓글 3건 조회 4,983회 작성일 08-12-1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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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와보니 익숙한 이름들, 얼굴들..
참 반갑네요. 여기는 제게는 친정같은 곳입니다.
마음공부라는게 이세상에 있는지 처음 안곳이거든요.
사는게 넘 힘들고 무섭고 까마득하고 억울하고 힘들었었어요.
빨려들듯 강의에 몰두해 참 행복했고 한걸음 한걸음이 경이롭기도했고
여전히 초라한 자신에 수도 없이 절망도 했고요.
거칠고 서툴고 우스꽝스런 내모습들이 생각납니다.
때로는 들떠서 게시판에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방방떠 수다떨어대던 ....
오래전에 게시판에 제아들에 대해 쓴 적이 몇 번 있어요.
지금 하고자하는 건 제아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제아들 얘기를 하자면 시아버님 얘기도 해야합니다.
제게는 엄청 무서운 분, 끽 소리도 못내고 복종했던 분.
아버님은 당신 존재를 제아들에게서 확인받으려는듯 온힘을 다해 집착하셨어요.
시시콜콜 숨쉬는것조차 허락받아야할만큼요.
결국 아들은 시들시들 말라가고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매일 죽고싶다는 얘기, 숨쉴때가 없다는 얘기로 나를 울게 만들었어요. 근데도 보호해주지 못했어요.
나하나도 감당이 안되었기에 아들의 고통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보호해줄만큼 힘도 없었어요. 그냥 막막하기만 했어요.
그러다가 마음공부를 하면서 하나둘 보이고 힘이 생겨서 아이가 중3일때 아버님께 물러나
주십사 정식으로 청했지요. 물론 엄청난 난리가 나고 죽어라 미움받았지요.
그때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앞이 보이지 않을때 미영이랑 기태가 큰 힘이 되어주었어요.
용기를 주었고 확신을 주었기에 두려움을 박차고 있는 힘을 다해 치러낼수 있었어요.
아들은 모르는 일이지만 두사람의 큰 도움이 아들의 인생을 바꿀수 있게 해주었어요.
두고 두고 감사한 일입니다.
어렵게 아버님과 분리를 시켰지만 또다른 어려움에 절망했어요. 분리만 시키면 만사해결될줄
알았는데 그동안 억눌렸던 영혼이 회복되는 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걸 몰랐어요.
그리고 아버님이 빠진 그자리를 꿰차고 에고를 휘둘러대는 내꼴이라니...
아들과의 전쟁에 연전연패를 거듭하면서 급기야는 밤을 새워 울고 보따리싸서 집을 나갔어요. 눈탱이가 방탱이가 되어서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다가 준희한테 전화했는데 고맙게도 달려와줘
위로해주고 티박주고 정신차려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죠. 에미라는 사람이..ㅋㅋㅋ.고마워.
그뒤로 아들의 전면에 나서지 않으려 애쓰고 기다리려고 애쓰고 믿으려고 애썼어요.
내 뜻과는 많이 달랐지만 아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하게 해주려 애썼어요.
아들의 삶은 전적으로 아들의 것임을 내게 되뇌어 얘기해주었지요.고3이 되어서도 바람직한 학생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어요. 늦잠자고 야자빠지고 노는 날이면 축구장가고...
급기야 과외선생님까지 돈받기 부담스럽다며 제발 그만 하자고 하시고...
기다리고 믿어주는게 흔들리지 않았다면 새빨간 거짓말이에요. 아들방앞에서 혼자 에휴~
수도 없이 한숨쉬었거든요. 그저 아들의 생명력을 믿으면서 길게 기다리리라 다짐하면서
기도하고 마음공부하자 다짐하며 졸아가면서 책도 읽고... 강의도 들으러 다니고...놀러도 다니고... 그랬어요. 그런데 나름 서서히 아들의 회복되어가고 자라고 있었나봐요. 꿈을 키워갔나봐요. 이번 대입에서 원하는 대학 두군데에 합격했어요. 원하는 대학이 일류대가 아니긴 하지만 정말 공부하고싶은 분야들이래요. 인생을 대충 살고싶지는 않다고, 가슴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네요. 두 군데 너무나 가고 싶어서 밤새 고민을 하며 고르고 있더군요. 이제 대학을
가면 정말 열심히 할 수 있다며 자신있대요. 참 기뻐요. 너무나 감사하고요.
앞으로 많은 어려운 일도 겪고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일어서면서 자라겠지요.
이제 집을 떠나 자신의 세상을 향해 달려갈 거에요. 나로서는 상상이 안되는...
상상이 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부모의 영역을 벗어나 독립된 한 존재로서 살아갈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그의 앞에 펼쳐지는 거니까요.

댓글목록

김미영님의 댓글

김미영 아이피 (59.♡.241.231) 작성일

다시 한번 축하해,,언냐^^ 내 언젠가 이럴줄 알았다니까..ㅋㅋ 자식한테 집착해서 그의 성취에 목매달기보다는 조용히 한발 물러서서 아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주는거 보고 대단하다 싶더라..그게 그렇게 쉽진 않았을텐데......
Finally you made it !!!!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아이피 (124.♡.177.20) 작성일

난 세 사람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정희와 아들과 미영이에게....
자기 자신 위에 우뚝 서는 것으로 모두를 살리는 아름다운 사람들....
감사, 또 감사
그리고 축하 또 축하♡

김양희님의 댓글

김양희 아이피 (124.♡.102.98) 작성일

방정희 선배님 맞죠?
지난번 전국모임 때 친절히 잘해주셔서 이번 모임때도 뵙고 싶었는데....
고3 아들이 있었군요??
그때 선배님의 이야기를 듣고 좀 안다고
글을 보니 공감이 가고, 이해되고, 반갑네요~~~
그래서 이렇게 몇자 적습니다.
저도 아들이 고3을 치렀고 대학을 보내봐서 아는데요.
아무것도 한거 없는 것 같았어도 지나고 나니 고생을 했더라구요.
축하드려요!!!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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