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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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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봉식이할매 (14.♡.227.32) 댓글 0건 조회 101회 작성일 24-06-2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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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만 해도 오늘은 '똥'을 주제로 글을 써야지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똥으로 글을 쓰려니 좀 쑥스럽기도 하고 꾸불꾸불하고 통통한 똥 생김새를 글로 표현하자니 자꾸 웃음이 나와 참는다고 혼이 났다. 그렇게 웃다 참다를 반복하며 어떤 재미있는 글이 나올까 한참 기대를 했는데, 정작 '똥'을 주제로 글을 쓰지 못했다. 인간의 인생을 놓고 보더라도 삶이 계획대로만 흘려가던가. 유달리 나만 그런 건가 싶은데, 어찌 된 게 삶과 계획은 철저히 정반대로 흐른다. 만약 신이 있다면 정말 심술쟁이가 아닐까 한다. 남 잘 되는 꼴을 못 보니 말이다. 아무튼 사건의 전말은 오후에 벌어진 '팬티' 사건 때문이다.

 '똥' vs '팬티'라 흥미진진하다. 내가 히키코모리(10 + 5 = 15)란 건 알고 있을 거다. 히키의 특징은 옷, 밖, 사람 등등을 엄청 꺼린다는 거다. 그중에 팬티도 해당된다. 음.... 나에겐 진통제도 소중하지만 팬티도 무지 소중하다. 팬티 마니아 그런 거 아니고 단 두 장뿐이어서 그렇다. 두 개를 몇 년간 돌려가면서 입었고 팬티의 고무줄이 조금씩 늘어나더니 이젠 엉덩이 아래로 흘려내리는 지경까지 이르렸다. 그래도 참고 입었다. 나가기 싫으니까. 그리고 방에만 가만히 있는데, 팬티가 흘려내릴 이유가 있나, 조금 불편할 뿐이다. 늘어난 팬티가 귀찮은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문젯거리로 등장했냐하면 최근에 나란 녀석이 갑자기 해까닥해서 운동한답시고 머 여기저기(반경: 집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니 이놈에 팬티가 자꾸 흘려내리는 횟수가 많아지는 게 아닌가.

 움직일 때마다 흘려내리니 어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어쩌겠는가 나에게 무지 소중했던 팬티지만 이젠 좀 쉬게 해줄 때가 됐다. 당장은 걷기가 많이 불편하다. 집 앞 슈퍼(왕복 100m) 정도는 어느 정도 심호흡하고 골반을 열심히 풀어주면 가뿐히(중간에 2번 정도 쉬어주면) 갔다 올 수 있다. 근데, 팬티는 근처에서 팔지 않는다. 편의점에도 팬티가 판다고? 나는 편의점 팬티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난 BYC 전문점 아니면 안 된다. 인터넷으로 사면 된다고? 옷을 어떻게 인터넷으로 사냐. 옷은 자고로 입어보고 사야 된다.

 일단, 팬티 치수를 몰라 형 집에서 조카들을 돌보는 엄마한테 전화를 한다. 엄마는 "니가 무슨 팬티를 사냐" 하시며, 화요일 집에 갈 일 있으니 그때 사 오신단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내가 무슨 밖에 나간단 말이냐 아직은 아니다. 그렇게 난 엉덩이 밑으로 흘러내리는 팬티를 손가락으로 잡아 위로 쭉 당겨 입고 엄마가 집에 오시는 날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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