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생일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아줌마1 (59.♡.149.146) 댓글 2건 조회 6,995회 작성일 06-02-25 09:49

본문

내생일이랑 신랑생일은 사나흘 간격이다.
늘 둘이 생일을 합쳐 친정식구들과 밥한끼 먹곤했다.
작년에 친정부모님은 엄청나게 큰 고통을 겪으셨다.
그중에 노후를 위해 모아둔 재산을 뭉텅 잃으신것도 포함된다.
남은건 달랑 집한채뿐.
무얼 먹고 살아야할지 막막해서 울고, 꼬이고 뒤틀린 삶이 아파 울고, 상실감에 울고
몇달을 한숨과 비통속에서 지내셨다.
아버지야 원래 잘 받아들이는 분이어서 좀 편찮으시다가 금방 적응하셔서
'되는대로 살다가 죽으면 된다'하시며 불행에 대해 불평없이 그러려니하고 사신다.
엄마는 성취욕도 강하고 예민한 스타일이라 한참을 지옥속을 헤메고
원인을 따져보고 후회도 하며 아픔이 더 컸다.
지금도 그속에서 지내시지만 다행스럽게도
절망속에서 삶이 주는 선물을 하나씩 건져올리고 계신다.
재산을 잃고 사람을 잃고
자부심을 잃고 건강을 잃고
갑자기 너무나 초라해져버린 비참함속에서
엄마는 과거 자신의 교만을 발견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상처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미안해한다.
'나는 노후준비 다 되어있어 떳떳하고 자식들 이렇게 잘 키워놨어'하며
자랑하며 그렇지못한 사람들에게 상처주었음에 화들짝 놀라며
더이상 자랑으로 상처주지않게 된 자신에 대해 감사해하신다.
자신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이었던가를 보기시작하면서 마음이 퍽이나 순진해지셨다.
아무리 똑똑해도 계획을 아무리 잘세워도 그런 것들을 아무 소용없게 만드는
나를 능가하는 큰 힘을뚜렷하게 느끼면서 겸손과 사람에 대한 이해에 큰폭으로 마음이 열렸다.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잠못이루고 여전히 고통스러우면서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애쓰며 남아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를 깊이 느끼고 계신다.
나는 엄마가 죽도록 싫었었다.
사춘기때는 엄마가 죽기를 바라면서 살았다.
엄마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증오였다.
엄마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세상 흐름을 보는 눈이 있어서 언제나 아버지보다 한수 위였다.
이북출신이라 가진거없고 장사수완없어 죽어라 일하고도 돈과는 거리먼 아버지만나 엄청 고생했다. 자식들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느라 악착을 떨고 그 힘듬을 자식들에게 푼거같다.
그중에서도 맏이였고 아버지스타일인 나는 거의 총알받이였다.
여린 나는 반항도 못했고 엄마의 요구를 만족시켜주시도 못했고 얼뜨게 굴어서 늘 야단맞고
매를 맞았다. 기억으로는 거의 매일 불시에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억울하게 맞고는
수도없이 자살을 가출을 생각하고 생각했었다.
엄마덕에 대학을 갔고 취직도 했지만 엄마에 대한 감정은 풀어지지않았다.
언제였던가
엄마에게 내느낌을 얘기했는데 우리는 둘 다 깜짝 놀랐다.
엄마의 기억속에는 나를 때린 적이 없고 나를 위해 한 희생만이 줄줄이 있고
죽도록 고생해 키운 사랑하는 딸이 냉냉한것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나는 엄마가 나를 때린 것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것이 어이없고 기가 막혔다.
엄마는 서러워서 통곡을 했는데
나는....... 참....... 뭐, 이런 경우가 다있냐.....
그뒤로 엄마는 그랬구나,내가 그랬었구나 하면서 미안해하고 사과하는 마음이라며
안그래도 된다는데도 손수 옷을 만들어주고 기어이 김장을 담아주고는 한다.
한번씩은 '야, 누구네 할마씨는 지금도 딸한테 지독스레 구는데도 그집 딸은 엄마를
얼마나 좋아하고 잘만 하더라' 하며 투덜댄다.ㅋㅋ
울엄마 참 귀엽다.
너무 열심히 살아서 똑똑한 나머지 고집이 세고 자기 뜻대로 해야만해서
주위를 많이 피곤하게 하기도 하지만 삶에 대한 열정이 커서
늙었음에도 자신에 대한 성찰에 진지하고 내적성장에 대한 기대와 감사로 새로와지는 것이
보이고 느껴진다.
오늘....
점심먹으러 신랑이랑 애들이랑 친정에 갈거다. 동생네 식구도 올거다
늘 식당에서 먹곤했는데 엄마,아버지가 게삶아서 먹이고 싶다고 노래를 해서 그러시라고 했다.
이나이에 우리 부부 생일을 부모님이 차려주시는게 민망하지만 원하시는대로 해드리는게 좋을것같다. 엄마는 오늘 점심해먹이는 기대와 준비로 한 보름은 행복해한거같다.
돈이 없어 우리 아들 입학선물 못주는걸 가슴아파해서 나는 아무도 몰래 엄마에게 오만원을
드릴 생각에 기쁘다.

이따가
늘그막에 재산잃고 초라해진 늙은 부부랑
부모의 불행에 아무도움도 못되고 저혼자만 잘먹고 잘사는 무능하고 가슴아픈 딸년이랑
나름대로 마음고생 심하고 공부못해 괴로운 열심히 반항중인 사춘기남매랑
사업에 실패하고 빚지고 사는게 고달파진 노부부의 아들부부랑
이제 막 초등학교에 갓들어간 이쁘고 귀여운 쌍둥이 남매가
모두 함께 맛있게 게를 먹을거다.
행복하고 따뜻한 가슴아픈 내 생일이다.

댓글목록

김기태님의 댓글

김기태 아이피 (219.♡.207.207) 작성일

나도 마음으로 함께 가서 기쁜 마음으로 노래 불러 드릴께요.

Happy birth to you~~~

아줌마1과 같은 분을 이 세상에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매년 한 번씩 다시 태어나는 우리 모두에게 과거의 상처와 아픔들 모두 잊고, 그로 인해 더욱 성장하며, 진실로 오늘을 감사할 수 있는 은혜와 지혜가 충만하기를~~~

다시 한 번 아줌마1님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공자님의 댓글

공자 아이피 (218.♡.67.226) 작성일

야단맞고 매를 맞았고. 거의 매일 불시에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억울하게 맞고는...

정말 그간 마음에 상처가 크고 매우 고통스러웠겠군요.

중요한 사람한테 장기간 그런 대접을 받았다면 본인의 고통이 크지요.

그래도
울엄마 참 귀엽다 하시니 마음이 다 풀렷나 봅니다.

용서하는데 실패하게되면 용서받지 못한자가 아니라 용서하지 못한자에게 지옥이 만들어 진다 하더군요

지옥에서 벗어나 천국을 맛보고 게시니 참으로 부럽고 대단하십니다^^

Total 6,232건 247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82 너른들판 7454 06-03-13
81 이 디 아 8173 06-03-11
80 11793 06-03-11
79 김기태 8056 06-03-09
78 void 7991 06-03-08
77 무무 7781 06-03-06
76 이디아 7186 06-03-06
75 윤양헌 8065 06-03-05
74 강인한 11472 06-03-05
73 공자 8035 06-03-04
72 토담(올림) 7254 06-03-04
71 토담(올림) 8464 06-03-04
70 송정식 7002 06-03-03
69 아줌마1 7367 06-03-03
68 이디아 7134 06-03-03
67 김기태 8207 06-03-02
66 없음 7449 06-03-02
65 아줌마1 7103 06-03-02
64 이디아 7477 06-03-01
63 河下下 7853 06-03-02
62 강인한 7484 06-03-01
61 이디아 7115 06-02-27
60 새봄사랑 7078 06-02-27
59 바람 7397 06-02-26
열람중 아줌마1 6996 06-02-25
게시물 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10,696
어제
15,801
최대
18,354
전체
5,607,944

Copyright © 2006~2018 BE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