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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사이전(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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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기수 (121.♡.73.79) 댓글 5건 조회 6,573회 작성일 11-04-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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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사이는 부르 마을에 이르렀습니다. 마을 입구에 큰 동상이 하나 서 있었는데, ‘절을 하면 복을 받습니다.’ 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조금 더 지나가니 큰 나무가 하나 자라고 있었는데, ‘절을 하면 복을 받습니다.’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조금 더 지나가니 큰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절을 하면 복을 받습니다.’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사이는 어느 곳에서도 절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랬더니 몇 사람이 수군거렸고 조금 있으니 마을 치안 담당관들이 와서 김사이를 붙잡아 갔습니다. 마을 법정에서 김사이는 즉결심판을 받았습니다. “부르 마을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동상을 존경하지 않고, 나무도 존중하지 않고, 바위도 떠받들지 않았으니 세 달간 감옥형에 처합니다.”

김사이는 감옥에 갇혔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에 무유선생님에게서 배울 때가 생각났습니다. 옛날 인도에서 부처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 재가신자들은 그냥 무덤 비슷하게 지은 곳에 사리를 모시면서 부처님을 기억했다고, 아예 불상을 만든다든가 그림을 그린다든가 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그렇게 백년 이백년 하면서 세월이 흘렀는데,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동방원정을 시작하면서 페르시아를 멸망시키고 인도의 인더스 강 유역까지 진출하게 되었다고, 그 때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따라온 그리스의 많은 사람들이 간다라 지방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그런데 그리스 사람들은 그리스에 있을 때부터 신상을 조각했으며 간다라지방에 정착하면서도 자신들의 그리스신들을 조각했다고, 그러자 대승불교가 성립되었던 시기에 인도에 살던 불교인들이 그리스인들이 신상을 조각하는 것을 보고 자신들도 부처님의 모습을 조각하기 시작했다고, 그때부터 불상이 제작되었고 처음에는 불상이 그리스풍의 모습이었던 것이 불교가 전파되면서 점차 각 나라의 풍습에 맞게 얼굴 모습이 변화했다고. 그러면서 무유선생님은 김사이에게 물으시기를, 너라면 불상을 어떻게 대하겠느냐고.

김사이는 무유선생님이 들려주신 내용들이 또렷하게 하나하나 생각났습니다. 김사이는 살아오면서 고난과 역경에 처할 때마다 하늘에 빌기도 했고 불상에 빌기도 했고 나무에 빌기도 했고 달에 빌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고난이 끝나기를 바라면서 저 너머 알지 못하는 곳에 큰 힘을 소유하고 있을 것 같은 그런 존재들에게 빌었습니다. 그러던 김사이가 무유선생님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원정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불상에 빌지 않았고 나무에 빌지 않았고 하늘에 빌지 않았습니다.

김사이는 감옥에서 두 달을 보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세계(世界)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김사이는 책에서 본 육입처(六入處)를 세계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책에 나온 대로 <눈, 귀, 코, 혀, 몸, 뜻(意)이 각각의 경계와 접촉해서 생긴 것>을 세계라고 생각하고 다른 것을 세계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면서 김사이는 존재의 수를 증가시키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괴로움은 증가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눈을 감으면 뜻(意)의 세계가 일어나 마음 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김사이는 ‘뜻(意)의 세계를 증가시키지 말자’라면서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뜻(意)의 세계가 일어나면 뜻(意)의 괴로움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뜻(意)이 마음속의 생각을 만났지만 더 이상 세계를 만들지 않으면 뜻(意)으로 말이암은 괴로움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한 순간의 괴로움의 멈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눈, 귀, 코, 혀, 몸의 세계가 각각 빛, 소리, 냄새, 맛, 감촉을 접촉하여 느낌이나 생각이나 형성을 일으키더라도 더 이상 그 각각의 빛, 소리, 냄새, 맛, 감촉에 대해 탐욕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눈, 귀. 코, 혀, 몸의 세계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책에 나온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세 달이 흘렀고 김사이는 감옥에서 나와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댓글목록

무불님의 댓글

무불 아이피 (125.♡.157.21) 작성일

전기수님의 글에 감사드립니다. 

밖에서 눈팅만 하면서 왠만하면 댓글을 달지 않는데 오늘 이렇게 댓글을 다오니 양해바랍니다.

육입처로 들어오는 정보의 양이 적으면 적을수록 뜻의 괴로움도 적어진다는 것을 공감을 합니다.

하지만 끝내는 하나가 남으니 그것이 뜻의 세계를 증가시키지 말자고 먹는 스스로의 마음이 아닐까요?

원시불교가 중생의 고통을 줄이는 데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은

종극에는 이것이야말로 해결해이 되어야할 궁극의 숙제가 아닐까요?

내가 가진 마음이 없어져야 보고 듣는 모든 것이 그대로 완전하다는 말이 나올수 있는데

이공부는 말로, 이해로, 알음알이로는 도달할 수가 없으니

부처님처럼 새벽에 반짝이는  별빛이라도 보는 기연을 만나야 하지 않을까요?

중국에 그 유명한 방 거사가 그랬다고 하지요..

온 세상이 티끌하나도 없이 깨끗하구나!

중생은 경계를 없애려 하고 성인은 마음을  없앤다고 하더군요...

술도 익어가는 것은 느낄 수 있듯이 이 공부도 익어가는 것을 느낄수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댓글을 달게 되었습니다.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기수님의 댓글

전기수 아이피 (121.♡.78.215) 작성일

제 소견을 말씀드리기가 무척 주저됩니다. 그렇지만 제가 책을 읽고 배우고 생각한 것이 아래와 같은 것이오니, 널리 헤아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읽은 책에 의하면, 1 무엇을 하려고 마음먹는 그 행위는 무엇을 하고 나면 없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한 마음이 남아 있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유하면 배가 고파서 밥을 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 마음은 밥을 구해서 먹고 나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듯이, 마지막에 남는 한 마음이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고 이미 떠난 마음이라고 사료됩니다.
2 주관과 객관이 없어진다는 말씀은 원시불교책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이라서 제가 모르겠습니다.
3 이 공부가 말로, 이해로, 알음알이로 알 수 없고, 어떤 기연을 만나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의 경우에는 제 형편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글을 써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정도로 만족하겠습니다.
조언해 주신데 대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제 소견을 말씀드렸다고 해서 무불님의 조언에 반대한다고는 여기지 마시기를 바라오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전기수님의 댓글

전기수 아이피 (121.♡.78.215) 작성일

방거사의 이야기를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전에는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 나오면 제 마음이 불쾌해지려고 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아니합니다. 무불님의 글을 읽으면서 예전의 제 속 좁은 마음이 많이 없어졌고 그 대신 기뻐합니다. 다시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걸어가시는 분이 계시다면 뒤따라오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그 길이 다르더라도 뒤따라가는 저 같은 사람은 앞서 가신 분들에 대해 앞으로도 미움이나 질투나 불쾌한 감정을 가지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겠습니다.

일호님의 댓글

일호 아이피 (14.♡.40.191) 작성일

전기수님께.

올려주시는 글은 아주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미움이나 질투나 불쾌한 감정도 괜찮지 않나요? 미우면 미운거죠, 뭐.

전 이병막도 싫고 딴나라도 싫던데.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이병막이나 딴나라나 멍청하긴 멍청하잖아요.

멍청한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은, 멍청하다고 말해보는 겁니다.

그 말에 화내면 멍청한 사람. 그 말에 화 안내면 안 멍청한 사람.

이병막과 딴나라가 멍청하다는 증거는, 자기들이 멍청하다는 걸 알지 못해서 멍청하다는 말에 화를 내는 것입니다.

그거이 바로 멍청하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 ㅋㅋㅋㅋㅋ

달리 말하면, 자기가 멍청하다는 걸 알아서 멍청하다는 말에 화를 안 내면, 그것은 안 멍청한 것이지요.

멍청함을 알면 안 멍청한 거고. 멍청한걸 모르면 그것이 멍청한 거고.

제가 하는 말은 아니고요.

부지위부지 지지위지지 시지야.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입니다.  그렇죠? 공자님? ㅋㅋㅋㅋㅋ

실개천님의 댓글

실개천 아이피 (124.♡.44.5) 작성일

꽃밭에서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애들하고 재미있게 뛰어 놀다가
아빠 생각나서 꽃을 봅니다
아빠는 꽃 보며 살자 그랬죠
날 보고 꽃같이 살자 그랬죠

작사: 어효선 詩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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