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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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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줌마 (59.♡.149.162) 댓글 8건 조회 7,062회 작성일 06-06-0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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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세월 가슴졸이며 산 덕에 나의 병명은 홧병.
다른 증상은 접어두고 간이 갈때까지 갔다하는데 정말 그런것 같다.
극심한 통증이 없어 자꾸만 병을 까먹고 무리하는 바람에 고생이 더하다.
어제도 정은씨 신랑 연주구경가서 너무 신나게 잘놀고 술 딱한잔 마셨는데
오늘 오전내내 시체놀이를 했다.
지난주에 이리저리 재미나게 잘 돌아다니고나니까 온몸이 후두두 떨리면서 좌악 가라앉는데
장난이 아니다. 일주일째 청소를 못하고 있다가 도우미아줌마 부를까말까 몇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방하나 청소하고 10분 누워있고 또하나 청소하고 또 10여분...몇시간에 걸쳐 겉만 대강
치웠다. 마음은 뻔한데 꼼짝을 못할땐 비참하기까지 하다.
아이들 간식이며 맛있는 반찬 만드는 재미도 쏠쏠한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것두 비참하다.
그런 반면 좋은 점도 많다.
일단은 건강회복을 위해서 매일 산을 걷는다.
산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있다.
요즘 산에는 으아리꽃이 한창이다. 희고 우아한 꽃이다.
신기한 건 보통 꽃잎수가 종류에 따라 정해지기 마련인데 으아리꽃은 꽃잎수가 제멋대로이다.
보통은 4장, 때로는 5장, 심지어 7장, 며칠전엔 9장짜리까지 보았다.
그리고 보랏빛고운 땅비싸리꽃. 이꽃은 질때면 빛깔이 점점 연해진다.
찔레꽃은 거의 다졌고 아카시아는 마른 꽃잎을 사르르 사르르 흘려내리고 있다.
첨엔 숲속에 엄청 많은 벌레들이 움직이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아카시아 마른꽃잎 내려앉는
소리가 온 숲속을 가늘게 흔들며 도도독...도도독...끊임이 없었다. 감미로운 소리였다.
바람이 불면 나뭇잎은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바람을 춤추며 바람이 된다.
이 계절에 부는 바람은 우아하고 섬세하고 감미로우며 고상하다.
온산 가득한 아찔한 꽃향기의 정체는 쥐똥나무꽃이다. 아파트주위에 많이 심기도 하는데
숲속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온 산 가득 아찔하고 행복한 향이 가득하다.
바람결에 실려오는 꽃내음은 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바람에 온몸을 맡기게 한다.
그리고 산딸기, 뱀딸기... 맑고 투명하게 빛나는 새빨간 보석 알갱이가 여기저기
투둑 투둑 함부로 마구 던져놓은것 같이 산을 화려하게 꾸며주고 있다.
내키면 아무거나 한 알 따서 먹고는 기분좋은 새콤함에 잠시 부르르 떨곤 한다.
땀나고 목이 마르면 멀리 있는 숲을 바라보며 물병을 쥐고 꿀꺽꿀꺽 마실땐 ....정말 행복하지.
늘 걷는 길이다보니 때로는 나보다 발이 더 길을 잘 아는 것 같다.
별 의식없이 걸어도 발이 알아서 척척 장애물을 피해가는것 같아 신기할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느닷없이 달려드는 자벌레들은 발도 어쩔수 없다.
보이지도 않는 외줄하나에 몸을 맡기고 나무에서 툭툭 떨어져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자벌레들을 알아채기는 쉽지가 않다.
때로는 내가 그들의 줄을 끊어놓기도 하고 모르고 상처입히기도 하고 다행히 먼저 발견하면
잠시 구경좀 하다가 안전한 나무에 줄을 달아붙여놓고 가기도 한다.
첨엔 징그러웠는데 자꾸 보다보니 꼬물꼬물 움직이는게 참 귀엽기도 하고 색깔이 은근히
예쁘기까지 하다. 산에는 사랑스러운 친구들, 생명가득한 친구들이 참으로 가득하다.
내가 만약 아프지 않았으면 이 게으른 사람이 절대로 그렇게 자주는 산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에고 귀찮아...하고 억지로 나서서 가는 산으로의 산책길...
아프길 잘했지 싶기까지 하다. 얼마나 멋진 시간들인지.....

댓글목록

미영님의 댓글

미영 아이피 (59.♡.228.116) 작성일

아 언니는 좋것다.투병생활도 하고..ㅋㅋ. 난 평일에 아프면 큰일나는데..그래서 몸도 알아서 일욜에 지랄같이 딱 아프더라고. >.<

인디고님의 댓글

인디고 아이피 (211.♡.184.159) 작성일

아줌마님의 간이 튼튼해져서 간 큰 아줌마가 되시길... 님의 쾌유를 빕니다^^

메주님의 댓글

메주 아이피 (211.♡.191.68) 작성일

지난 글들을 자주 읽어 보곤 합니다.
님의 글에서 참으로 여리고 섬세하고 따뜻한 인간미를 엿보곤 합니다.
또한 거침없는 솔직함을 대하고, 제겐 덕지덕지 붙어있는 가식을 부끄러워 했구요.
님 덕분에 몇몇 야생화도 검색해 보기도 했습니다.
  홧병
저도 여러 원인으로 마음병을 앓기도 했고, 또 여전히 본향으로 가기 전까진
그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물론 무의식에서조차도 자유인을 세뇌시킬려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지만요.^^^

간에는 식이요법이 중요하다고 하데요.
아! 그리고 과중한 스트레스는 안좋다고 한다지만, 저는 님의 강건을 위해 평범한
이런 말로 마무리 하렵니다.
 스트레스를 피하지 말고 단련 시키자.
이미 이 경지를 넘어선 분께 주제넘은 사족을 보탰으나, 사랑으로 포용하시리라
믿습니다.  꼬~~옥 건강하십시요. 꾀병을 부려서라도 많이 휴식을 취하시고요.

아줌마님의 댓글

아줌마 아이피 (59.♡.149.162) 작성일

염려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사실 오늘 많이 울었어요. 간경화초기라는 쪽으로 실감이 이제야 났거든요.
저는 제병이 어떻게 내몸속에 자리잡고 있는지 잘 알아요. 너무 많이 참으면서 살았거든요. 착한병.
종교에서 가르친 인내,희생, 순명에 가랭이가 찢어진 거에요. 예수근처에도 못가는 그릇이면서 나의 비참함과
비굴함을 눈뜨고 보기 두려워 예수옷을 살짝 걸쳐입고 죽으라고 예수흉내를 냈어요. 물론 근처에도 못가고
말았지만요.당분간은 운동조차 하지말고 밥은 하루 한끼만 먹고 죽먹으라고 하니까 젤로 서럽더라고요.
그래도 감사한것이 죽음에 이르기전에 치료받을 길이 생겼고요. 자식들에게 어미노릇도 했고.
남편이 정말 가슴아파해요. 지켜주지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가슴을 치는데 정말 고마웠어요.몰라주는 신랑도
많거든요. 나 도덕경하는거 싫어라하고 도덕경 사람들하고 상종하지 말라고하던 남편이 담주부터 꼬박꼬박
도덕경모임에 나가 선입견버리고 잘 들어보겠다나하네요. 남편이 딱딱하던 고정관념과 틀로부터 자유로와질수
있음을 생각하면 참 기쁜 일입니다. 남편이 자유로와지기를 바래요. 많이 싸우기도하고 죽어라 미워하기도했던
사람이지만 돌고돌아 다시 만난 남편은 제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고 제 사랑이거든요.슬픈건 슬픈거고  기쁜건
기쁜거고 여튼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푹쉬고 요양하고 건강해질께요. 감사합니다.

홍어님의 댓글

홍어 아이피 (59.♡.72.248) 작성일

언냐 부디 몸조리 잘해라.
나도 몸이 영 예전 같지가 않아 우울 하다.

아줌마님의 댓글

아줌마 아이피 (59.♡.149.162) 작성일

제대로 진단을 받아보니 다행히 간경화는 아니라네요. 간경화라고 생각하고 울면서 덕분에 화가 많이 녹은거같아요. 뭐 여전히 간이 심각한 상태라 여러가지 면에서 조심을 해야하고 힘든 과정이 남아있지만 간경화가 아니라하니 공짜같네요. 먹는것도 세끼 다 먹어도 되고 몇가지정도만 조심해야한다하니 참 좋아요. 먹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데 죽먹고 살생각하니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싶었는데 세끼 다 먹어도 된다니 어찌나 좋은지...
성급하게 촐싹을 떨어서 창피하네요. ㅎㅎㅎ

메주님의 댓글

메주 아이피 (211.♡.47.167) 작성일

참으로 감사한 소식입니다.
사실 간경화 초기라는 말씀에 너무 마음이 아파서, 검색창으로는 여러번 오갔지만
더 이상 그 아픔에, 설익은 대면을 차마 못했더랍니다.
 이제 더 많이 현존을 챙기실게지요?
화를 품지 말고 내색하시길...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더 큰 마음을 내시길...
님의 건강은 이미 혼자의 몫이 아님을 아셨을테니 주변을 피곤케(?)하시와요.
다행히 부군의 협조도 있을테이니 맘껏 이기적(?)이시길 바랍니다.그런점은 부럽기까지 합니다.
제게도 아들이 한 녀석  있습니다.
그 성장중인 아이에게 어미의 존재감이란!!!
 진심으로 님의 경과를 축하드리며 전국모임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서, 제게
축하주 한잔을 주시길...
그 때는 주책맞은 동생의 입장에서  언니로 맞겠습니다.

아줌마님의 댓글

아줌마 아이피 (59.♡.149.162) 작성일

참으로 다정하신 메주(?)님, 님의 친절에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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