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좋아 시 한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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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프렌드 (210.♡.14.195) 댓글 3건 조회 9,121회 작성일 06-06-05 14:00본문
봄꽃만 축복이 아니다
내게 오는 건 다 축복이었다
고통도 아픔도 축복이었다
뼈저리게 외롭고 가난하던 어린 날도
내 발을 붙들고 떨어지지 않던
스무 살 무렵의 진흙덩이 같던 절망도
생각해 보니 축복이었다
그 절망 아니었으면 내 뼈가 튼튼하지 않았으리라
세상이 내 멱살을 잡고 다리를 걸어
길바닥에 팽개치고 어둔 굴속에 가둔 것도
생각해 보니 영혼의 담금질이었다
한 시대가 다 참혹하였거늘
거인 같은, 바위 같은 편견과 어리석음과 탐욕의
방파제에 맞서다 목숨을 잃은 이가 헤아릴 수 없거늘
이렇게 작게라도 물결치며 살아 있는 게
복 아니고 무엇이랴
육신에 병이 조금 들었다고 어이 불행이라 말하랴
내게 오는 건 통증조차도 축복이다
죽음도 통곡도 축복으로 바꾸며 오지 않았는가
이 봄 어이 매화꽃만 축복이랴
내게 오는 건 시련도 비명도 다 축복이다.
댓글목록
권보님의 댓글
권보 아이피 (211.♡.244.110) 작성일봄날 다 지났지만 졸다가 눈이 번쩍 뜨입니다. 그럼? 내게 오는 건 시련도 비명도 다 축복이다.고 노래하시는 도종환님도 깨친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시 한 수, 감사합니다.
메주님의 댓글
메주 아이피 (211.♡.47.183) 작성일
축복을 당장 아이 학부모홈피에 나르고 오는 중입니다.
프렌드님께 축복과 감사를 드립니다.
권보님, 저도 이 시로 도정환님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그네님의 댓글
나그네 아이피 (210.♡.164.211) 작성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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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하늘은 있는가?
나는 지금 소풍 왔는가?
그런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