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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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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시오 (210.♡.226.245) 댓글 3건 조회 6,252회 작성일 14-10-2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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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인도하심에 너무 재미졌던 일이 몇 주전에 있었다.^^ㅋㅋ 
 
난 올해 초 부터 1가지의 습관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미래에 대한 진로고민이었다.
"전역하고 뭘하지?ㅋ 경찰공무원? 아냐, 노무사 시험? 청와대 경호원? 아냐, 사회복지사? 아냐"ㅎㅎ
 
여름쯤에 진로 고민으로 대굴빡이 돌아버리는 숨막히던 시절...어느 날 우연히 그냥 온전히 흔들려보았을 때
"아~어떤 직업이 중요하냐가 아니라, 흔들릴 때 흔들리는 내 모습밖에 없었구나~"를 알게
된 후 더 이상 진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계획하지 않았다...만, 다시금 가을 이후
진로에 대한 생각이 슬글슬금 올라오더라. 그래서 노트에 전역 후의 계획을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 통장엔 현재 잔고가 400만원 가량이 있다. 작년 알바하며, 군에가서 쓸려고 모아놓은 돈인데,
입대 후 1년이 지났건만 거의 쓰지 않았다. 술도 못 마시고, 담배도 안 피고, 여자는 좋아하지만 유흥에는 흥미가
없어서 아가씨가 많은 곳엔 가지도 않아 돈 쓸 일이 없었다. 그래도 전역 전까진 이 돈을 좀 써보잔 생각에
마찬가지로 노트에 사용할 목록을 작성해 나가고 있었다.ㅡㅡ
 
이러면서 동시에 한 번씩 내 가슴을 툭 치고 올라오는 질문이 있었다.
"과연,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건 계속 (지금, 여기에) 시선을 두기 위해 애써야 하는가?"
그러면, 곧바로 마음 한 구석에서 "아냐, 나로 존재하는 건 애씀이나 노력따위가 아냐" 라고...
 
근데 한 번씩 지금 이 순간에 시선을 두기 위해 애써야 하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냥 그런가보다...며 살다 몇 주전, 이불 뒤집어쓰고 노래를 들으며 다시 노트를 꺼내
전역 후의 알바와 공부계획, 돈을 어디에 쓸지에 대한 목록을 작성하는데 가슴 한 구석이 콱 막히듯이
힘들더라. 답답했다...뭔가 잘못됐다는 나만의 신호였고, 그럼에도 꿋꿋하게 계획을 작성해나갔으나
너무 답답하여 계획서를 덮었다. 그리고 잠시 지나 그 계획서를 열어보는데...오 마이 갓~
 
내가 살아가면서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무엇을 해선 안 된다는 거.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획과 지나온 일에 대한 후회와 집착이 날 꽁꽁 묶는 수갑들이었던거다.
 
난 언제나 멋져야 해, 신사적이어야 해, 착해야 해, 더러운 섹스는 안 돼, 돈을 훔쳐선 안 돼,
공부를 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데, 몇 년도까진 완성이 되어야 해, 그 때 내가
왜 그랬을까? 다시 그 때로 갈 수 있다면...최소한이 이 정도였다. 아마 더 많겠지...
 
무엇을 해야 한다, 해선 안 된다, 계획, 지나간 일에 대한 집착 따위가 얼마나 날 힘들게 하는지...
 
우린 지금에 존재할 수밖에 없고, 거기서 벗어날 수 없지만 저 따위 것들이 있는
한 시선을 뒤로 돌릴 수밖에 없음을 알았다. 그래서 그 계획서를 찢어버리고
"에라이 내 미래 될대로 되겠지~"란 생각을 하는 순간 끝이 보이지 않고 혼돈의 미래가 펼쳐질 것
같아 두려웠지만, 그 두려움을 받아들이니 '혼돈속에 정렬이 같춰지리~'란 멋진 말도 내뱉게되더라^^
 
돈도 쓸 때가 없음 그냥 두는거지, 억지로 액수를 맞추거나 어디 써야함을 멈추니 다시 있으나 마나였다.^^
 
해야 할 것, 말아야 할 것, 계획, 과거...그리고 분별하는 생각을 거두니 저절로 지금으로
시선이 돌려지니, 내가 지금. 여기에 시선을 두기 위해 애써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을 맞출 필요도 없었다^^
 
난...물론 생각도 나의 일부다. 근데 난 생각으로 날 정의하거나 풀어내진 못한다.
내가 올 여름에 성장통을 겪을 때, 늘 생각으로 "나"에 대해 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그럴수록 늪에 빠진 것처럼 더욱 힘들었었다. 아니다. 생각이란 녀석의 영역은 2차원적일 수밖에 없었다..
난 존재의 영역. 다른 말로 느낌의 영역이었다. 분별없는 생각...바람이면 바람 그 자체..벌벌 떨 때 떠는
그 두려움...난 그렇게 성장해지고, 완성되어져 가는 존재와 느낌의 영역임을...그래서 스스로
족쇄를 채울 뿐, 그 어떠한 것도 날 족쇄채울 건 없었음을 배우는 뜻깊은 10월 한 달이었다^^
 
지금에 머무니 재미난 것도, 배우는 것도 많다~
 
ps: 요즘 드래곤볼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는데, 거기서 무천도사가 멋진 말을 해서 공유하고자
적습니다. 손오공이 이제 갓 무술을 배우고 대회에 나가서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승의 문턱에서
손오공을 준우승 시킨게 무천도사였고 제자의 우승을 가로 막은 이유를 다른 선수에게 요렇게 말해줍니다.
 
"오공은 너무 어린데, 거침 없이 성장하여 일찍이 정상의 맛을 봐버리면 후에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아니하고 넘어져도 일어날 수 없다. 크기 위해선 넘어지고, 내 위엔 끝 없는 강자가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내가 변장해서 이 대회에 출전한거라네. 제자에게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
 
무천도사란 캐릭터를 다시 보게 되었지요^^ㅋㅋ 즐건 주말들 보내세요~

댓글목록

루시오님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210.♡.226.245) 작성일

게시글을 질의응답에 적었었네요ㅋㅋㅋ 죄송혀유^^;

봉식이할매님의 댓글

봉식이할매 아이피 (175.♡.214.244) 작성일

마음의 미로 속에 숨어서 루시오님이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몸과 마음이 원하는 걸 찾는게 우선

노력하는 일 < 즐기는 일 < 모두에게 이로운 일

괜히 드래곤볼이 아니져. ㅎㅎㅎ

루시오님의 댓글의 댓글

루시오 아이피 (210.♡.226.245) 작성일

봉식이할매님, 미워ㅠㅠㅠㅠㅠㅠㅋㅋㅋ 반은 미웠고, 반은 고마워요.ㅋㅋ

제가 맘이 가는대로 게시 글을 적긴 하는데, 많은 분들이 그에 보답을 해주시는 댓글들을 적어주시면 전
놀라서 벌벌 떨어요^^;ㅋ

봉식이 할매님 댓글보고 화들짝 놀랐다만, 화들짝 놀라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밉다는 것도
감사한 에너지의 표현이니 오해 말아주세요^^

마음의 미로라...좋은 표현이네요~~~ 그냥 물 흐르듯 언젠가 만나게 되는 수순이 '나' 자신이자
기차처럼 연결된 거 같아요. 드래곤볼이든 뭐든..ㅋㅋ

봉식이 할매님, 전 드래곤볼 보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겠네요.ㅋ 아마 다 보게 되면, 내년이
되있지 않을까 싶어요..ㅋㅋ 댓글 감사해요~

뒤늦게 댓글 좀 수정할꼐요^^; 드래곤볼 하니까 하고픈 말이 막 솟구쳐가..ㅋㅋ
드래곤볼 보면서 애니 속 이야기가 다 우리의 이야기라 너무 좋아서요.ㅎㅎ

재채기를 하면 착한 여자, 또 재채기를 하면 난폭해지는 나쁜 여자로 변하는 런치.
이 것도 다 우리의 모습이잖아요?

승리를 위해 다양한 술수를 쓰는 어린 크리링과 레드리본군. 다 우리의 어렸을 적
사랑을 받기 위해 온갖 거짓과 술수를 썼던 우리의의 모습.

드래곤볼 7개를 모아 신룡을 부르면 소원이 이루어지지만, 소원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드래곤볼을 모으려는 인간들의 모습...이건 정말 과거의 제 이야기였어요.

채널링을 해서 외계인을 만나야 진정한 친구를 만날 것 같았던...
착하고 성실해져야 남들에게 인정을 받을 것 같았던...
엄마 말씀 잘 들어야, 동생에게 간섭해야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을 것 같았던...
소원들이 끝이 없었어요.

싸가지 없어져도 괜찮고, 외로워도 괜찮고, 욕 먹고 상처받을 때 상처받는 대로...
그대로의 날 수긍하는 순간 더 이상 저에겐 드래곤볼과 소원을 빌요치 않음을
애니메이션에서 보고 너무 감명 받았어요~

그리고 주인공 손오공...그 아이는 누구에게 인정받거나 지위가 높아지기 위해
싸우지 않잖아요? 전투민족 사이어인으로서 태어나서 그냥 싸우는 게 그의
존재 목적이에요. 그는 그냥 싸울 때가 가장 즐겁기에 그냥 싸울뿐인데
지구를 구하고, 훗 날 드래곤볼z라는 속편에서 우주 최강의 전사로 성장해가는
그 모습이...

우리도 우리의 각자 모습에서 날 알고, 날 만나며 끝 없이 우주 최강의
'나' 로서 성장해가는 그 모습이 너무나 같아서...손오공을 힘 껏 응원하며
만화보고 있습니다~^^

다들 드래곤볼이라는 만화 강추합니다ㅋㅋㅋ

댓글 넘 길게 적어서 죄송해요^^ 굿 밤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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