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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님에게 : 별이 빛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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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1건 조회 6,274회 작성일 07-09-2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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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현존하는 고흐 진품 그림이 시가 3000 억원을 넘는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가면 고흐 그림이 아주 많습니다.
이 글은 고흐 전기에서 반 정도 빌려왔고 나의 상상을 반 정도 보태어
쓴 글입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고흐의 정신 상태는 이랬을 것이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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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생각과 감정이 머리속에 떠오르면 피가 들끓어 곧장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안되었어요.
어떤 처녀를 무척 사랑했지요.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어요.
그녀의 집에 달려가 그녀를 한 번 만나게 해 달라고 간청했지요.
그런데 그 집 어머니와 아버지가 딸을 숨기고 없다고 시치미를
딱 떼지 않겠어요. 식탁 위에 그녀의 자취가 남아 있는데도.
그 순간 내 마음은 미쳐서 돌아 버릴 것 같았어요. 숨조차 내쉴수
없었어요. 테이블 위에 타오르는 촛대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나는 촛불에다 얼릉 손가락을 집어넣고 말했습니다.
제발, 내 손가락을 이 촛불 속에 집어 넣을 동안이라도 보게 해 주세요.
살 타는 연기가 피어 오르자 그제서야 공포에 놀란 그녀의 부모가 딸을
불러주었어요.
물론 그녀는 나의 눈빛이 두려워 참새처럼 벌벌 떨며 나를 멀리 했지요.
세상에서 막장에서 일하는 광부보다 더 불쌍한 인간은 없어요.
나는 그들을 사랑하기로 작정했지요. 벨기에로 달려가 함께 일했어요.
내가 번 돈을 고스란히 그들에게 주었지요. 나중에는 신던 양말과 내의
까지 주어버리고 나는 추위와 곤궁 속에 떨었지만 행복했어요.
그들이 날보고 미쳤다고 멀리하기 전 까지는요.
나는 고갱이란 친구를 좋아했어요. 이 친구와 함께 지낼 때 기뻤지요.
그런데 이 친구가 나와 거리를 둘려고 하지 않아요. 나는 그 친구의
살과 뼈까지 사랑할 수 있다고 그에게 웃으면서 면도칼을 내밀었어요.
그런데 도망을 가버리더군요. 나는 너무도 슬펐어요. 그날 밤 내 귀를
면도칼로 도려내어 성냥갑 속에 넣어 그 친구에게 전해 달라고 매춘부
에게 시켰지요. 그냥 나의 진심을 보여주려는 맘 뿐이였어요.
나를 좀 이해한 사람은 동생 테오 뿐이였어요. 나는 날마다 테오에게
편지를 썼어요. 나는 이 세샹에 아무것도 아니다. 벌레이다. 하는 일마다
실패자이다. 나는 이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영원한 이방인 같다.
제발 나와 함께 살아다오. 테오야. 하지만 테오 조차도 나를 버렸어요.
나의 광폭과 변덕을 견딜 수 없다고 그러더군요. 단지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만 도와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그 때부터 나는 나 자신이 서서히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어쩌면 정말
까막득히 미쳐버릴지 모르겠다. 정신병원이란 정말 끔직한 곳이 거든요.
그래서 그림을 그렸어요. 내 피의 열기 같은 대담한 색채와 나의 뒤틀린
핏줄처럼 꺽어진 線. 어떤 왜곡점에서 사물은 모두 그 생명의 힘을 작약처럼
터뜨리며 맥동했어요.
나의 내면에는 언제나 순류와 역류하는 두 가지 기운이 부딪쳐 항상 회오리치며
소용돌이로 회전했어요. 한 순간 녹색의 삼나무가 그 힘을 주체 못해 화염처럼
이글거리더군요.
때로 나도 인간이라 어떤 섬찍한 죽음의 예감이 센찬 물살처럼 흐르기도 했어요.
나는 항상 비참했고 스스로 깊은 상처를 내고 그것을 감당하지 못했지요.
무엇이든지 촛불처럼, 별처럼, 밀밭처럼 타오르지 않으면 미쳐 버릴 것 같았어요.
때론 나도 차분하고 온화한 빛에 잠겨 무량한 평화에 잠기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때가 아를르의 시절이였지요. 평온이 찾아와 나의 존재는 하늘과 별 속에서
잠시 쉴 수 있었어요. '한 밤의 카페' 정경 그림을 보면 내 마음을 좀 이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는 날 밤, 나와 인생을 돌이켜 보니 외로움, 절망, 병, 실패로 점철된 나 자신이
가련하여 견딜 수 없더군요. 이 불쌍한 고흐에게, 이 강건치 못한 나의 영혼에게,
안식과 평강은 없다. 나는 버러지이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짐 밖에 되지 못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눈물이 비오듯 쏟아져 내리더군요. 한참을 울다 권총을
내 배에다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어요. 불덩이에 달구어진 빨간 작은 인두가
몸 안에 쑤셔박혀 내장을 태우는 듯한 끔직한 고통이 찾아오더군요.
아래를 내려보니 배에 검은 구멍이 뚫려 그곳에서 검붉은 피가 꾸역꾸역
흘러 나오더군요. 아~ 이래서 사람은 죽는거구나, 나는 죽는 것 조차 더럽게
죽어 사람을 괴롭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눈물이 또 앞을 가려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나는 수건을 배에 둘러매고 깨끗한 바지와 셔츠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수와 면도를 했지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그때는 눈물 조차 말라버렸습니다.
그리고 나는 코트를 꺼내 입고 하나씩 하나씩 단추를 잠구고 내 방으로 돌아와
테오에게 마지막 메모를 남겼습니다.
나의 일을 위해 나는 내 생을 걸었다. 그러다 내 이성 절반은
그냥 허물어져 내렸던거야
그리고 침대로 돌아와 얌전히 누워 불을 껐지요. 고통의 끝, 환영 속에서
내 어릴 적 보았던 밤하늘이 펼쳐지더군요. 하늘의 별은 어렴풋히
깜박이는 작은 구술이 아니라 거대한 불의 화차가 되어 회전하며
유성처럼 쏟아져 내리더군요.
그 별빛이 내 몸을 관통하며 스쳐 지나자 타오르는 해바라기와 밀밭과
울퉁불퉁 구부러진 길과 누우런 황무지가 나타나고 그기서 날아오르는
까마귀 떼를 보았어요.
그것은 하나님이 이 가련한 육체에 임시로 거하시며 산과 길과 땅과 별을
좀 더 가까이 보라고 일러 주는 것 같았어요.
불우와 고뇌에 떠는 내가 어쩌면 저 머나먼 별이 빛나는 세계로
갈 수 있을까, 저 세계에 닿을 수 있을까 어렴풋히 생각하다 숨이 끊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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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고흐는 이 그림과 관련하여 동생 테오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 가득히
왜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댓글목록

그냥-님의 댓글

그냥- 아이피 (121.♡.214.114) 작성일

고흐는 제가 잘 알지 못합니다.
단지 어느날 태양이 작렬하기에 고흐 그림이 문득 생각났기 떄문에 인용을 하다보니
마치 제가 고흐에 대하여 많은 관심이 있는듯 서술되었습니다.

야튼 이러히 고흐에대한 단편을 올려주시니 고마을 따름입니다.
글을 맛있게 잘 쓰십니다.
저는 게으른 편이라 잘 씌어지지가 않습니다.
인연이 동하면 쓰여지겠지요.
감사합니다 자몽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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