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으로 최면을 깨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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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abo (222.♡.102.160) 댓글 3건 조회 6,162회 작성일 09-02-26 10:15본문
최면술사가 피최면자에게 몇 가지 협조를 요청하는 것을 보게 된다.
최면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원한다면
전적으로 최면술사의 말을 신뢰하고
최면술사가 유도하는 대로 따라와 달라고 근엄하게 요구한다.
그리고는 넌지시,
최면에 걸리지 않으려할수록 사실은 최면에 더 잘 걸리고,
머리가 좋을수록 최면에 잘 걸리지요, 라고 암시를 한다.
피최면자의 희망과 최면술사가 유도하는 말이 만나지면
피최면자는 점점 자신을 최면술사의 유도에 맡기게 되고,
그의 말과 뜻과 이미지를 따르면서 점점 이를 사실처럼 믿고 수용하게 된다.
최면 상태에서,
설탕을 주면서 소금입니다, 라고 말하며 맛을 보여주면 금세 인상을 찌푸린다.
맛이 어때요? 하면, 짜요, 라고 대답한다.
차가운 얼음물에 손을 넣게 하고 따뜻한 물입니다. 라고 하면
오랫동안 얼음물에 손을 담근 채, 따뜻하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당신이 최면에서 깨어나도 내가 박수를 한번 치면
당신의 두 발이 땅에 붙어 움직이지 않습니다.’ 라고 암시를 주고
피최면자를 최면에서 깨운 후,
피최면자가 걸어갈 때를 이용해 박수를 한번 치면
두발을 땅에 붙이고 옴짝달싹도 못하는
거짓말 같은 진풍경도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최면에 걸리도록 유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말이다.
최면을 유도하는 것은 언어이다.
단순한 소리로써의 말이 아니라
그 말 속의 이미지와 그림, 그리고 뜻과 가치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도 이를 수용하는 마음이 없다면,
수용하려는 희망이나 바람이 없다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최면을 통해 우리는 ‘일체유심조’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그렇게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가장 근원적인 원인은 결국 마음인 것이다.
마음이라는 바탕 위에 어떤 이미지를 그리고
그 이미지를 각인시키면
마음은 그 그린모양대로 그림을 나타낸다.
높음, 낮음, 더러움, 깨끗함, 가까움, 멂, 좋음 나쁨, 선, 악, 신, 악마, 부처, 중생,
깨달음, 미망, 개념, 지식, 자기정체성, 가치관, 국가관, 감정, 감각, 생각, 꿈......
이 모든 것들이 실은 어떤(?) 최면술사와 자신의 마음이 합작해서
각자의 속에다 심어놓은 것들이다.
최면을 원하는 사람은 무수히 많다.
자신의 문제를 최면을 통해 해결하려 하거나
더 나은 삶으로 바꾸려 한다.
최면은 언제나 새로운 그림을 제공한다.
마치 색 바랜 거실의 그림을 바꿔 달아주는 것과 같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그림은 언제나 다른 그림으로 교체할 수 있고
최면이 이를 가능하게 이끌어 준다.
그림을 그리려면 반드시 그림바탕이 있어야 한다.
그림을 그릴 도화지가 있어야 한다.
마음이 그것이다.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有心이 그 조건이다.
하지만 우리는 최면에서 깨어나기를 원한다.
하지만
최면에서 깨어나기 위해 다시금 최면술사의 도움을 빌어야 한다면
이것은 매우 절망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최면술사는 늘 그림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면에서 깨어난다는 것은 도화지 자체를 없애는 일이다.
그림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림틀을, 그림바탕을 치우는 일이다.
마음바탕을 치우는 일이다.
즉,
무심(無心)이 그 조건이다.
도화지가 있는 한 최면술사는 그 위에 어떤 그림이라도 그릴 것이다.
심지어 공(空)이라는 그림도 그릴 수 있다.
깨달음도 그릴 수 있다.
최면에서 깨어난 이후까지 최면이 지배할 수 있는 저 위의 사례처럼
최면으로 최면을 바꿀 수는 있지만
진정 최면으로 최면을 깨울 수는 없다는 사실...
우리가 마지막까지 경계하는 일이다.
댓글목록
피리소리님의 댓글
피리소리 아이피 (210.♡.203.130) 작성일
최면 힌마디로 ㅈ 까는 소리입니다.
이것도 눈감고 돈벌이에요. 내가안해본것이없으니.....
둥글이님의 댓글
둥글이 아이피 (121.♡.243.79) 작성일
과히 면밀히 뜯어볼만 합니다.
긴 글도 잘 쓰시는구만요.
긴 글 못쓴다고 여기던 아상?을 탈피해서 견성하셨나봅니다. ㅋㅋ
동네아저씨님의 댓글
동네아저씨 아이피 (211.♡.209.55) 작성일
최면은 상대를 암시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깨어나게 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과 기억과 관념과 가치의 최면과 암시에 빠져서
스스로 암시된 그것을 실체인양 붙들고 고통스럽다 한다.
최면은 스스로 견고하게 다져진 의식의 방어막을 깨고
내면 무의식의 보지않으려 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려 저항한 마음을 보게한다.
최면은 거는것이 아니라 깨어남이다. - 대구최면 심리상담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