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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오의 10월27일에 있었던 하루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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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루시오 (14.♡.92.167) 댓글 0건 조회 6,192회 작성일 13-10-2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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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쯤이었나? 자기 전 엄마가 지난 달 나 몰래 보험을 들어두었음을 들었다.
약 한 달전, 에버랜드에서 일 할 때, 엄마가 나에게 니 이름으로 보험을 들어주겠다는 걸 나는 거절했던 적이
있었다.  보험의 중요성을 알지만, 엄마에게 손 벌리고 싶지도 않았고 늘 엄마는 지인들의 보험설계사와 엉키셔서 문제를 많이 만드셨었기 때문에 거절을 햇었다. 하기 싫다고...
 
그런데 엄마가 나의 동의 없이 보험에 가입을 했었음을 어제 알앗었다.
 
나의 동의 없이 내 주민번호를 사용하고, 대리 싸인을 하셨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는 너무 화가 나서
엄마에게 따졌다. 왜 그랬느냐고? 과거에 엄마에게 화를 내도, 금새 그 화를 억제하던 습관이 툭 튀어나와
순간 내 뒷 목덜미가 땡기며 몸이 아프더라. 뒤늦게나마 나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를 찾아온 분노야. 미안하다. 지금이라도 마음 껏 분노해라. 마음의 평안 따위 바라지도 않는다. 날 집어 삼키든
죽이든 해라." 라고 마음 먹고 분노의 상태를 허용해주니, 얼마 있지 않아 분노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은 사라지더라.
 
다음 날인 오늘 아침 엄마에게 카톡으로 이렇게 보냈었다. "엄마가 날 위해서 보험을 들어준 건 고마운데, 내가
싫다는 걸 무시하고 내 개인정보를 함부러 사용한 엄마에게 서운하고, 밉다. 아니 무서워. 그러니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줘. 부탁해" 라는 메세지에 엄마의 답장은 "용서해. 그런데 니가 더 커야 알거다."라는 답장에 그만 폭소의
웃음이 나오더라. 그렇다...그제서야 비로서 엄마가 보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언제나 기독교와 엄마 본인의 생각 외에는 모두 이단, 비정상을 취급하며 살아오신 엄마.
자신의 이득을 위해 언제나 부정한 방법을 서슴치 않으셨던 엄마. 그게 엄마였다. 엄마는 그런 존재로 늘
언제나 존재하셨다. 나는 그런 엄마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었고, 늘 설득을 하려 햇었구나...저 모습이
엄마이거늘. 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엄마이거늘...
 
한 편으로는 나의 거부에 편법을 써서라도 보험을 계약하는 엄마의 모습이...불쌍하다는 생각 마저 들었다.
마치 부모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요구하다 거절당하여 훔쳐서라도 장난감을 가지는 모습처럼...
나는 더 이상 엄마에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아니 엄마의 그런 모습을 인정하기에 다시 답신을 보냈다.
 
"그래. 내가 더 커야 알겠네..엄마. 나의 거만함을 용서하셔. 교회가서 기도 잘 하고 와.
들어준 보험은 고맙게 잘 받을께. "라고...
 
(주환아. 어제 분노라는 나를 잠시 거절하였지만, 뒤늦게나마 나를 허용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 그리고 힘을 내어
엄마에게 잘못되었음을 항의하는 힘을 내주어 고마웠고, 엄마는 원래부터 그런 엄마임을. 그 존재임을 인정해주어
고맙고 비로서 엄마를 봐주어 고맙다. 또 내가 엄마 입장은 생각치 아니 한 채, 너무 이기적이었음을 알게 해주어
고맙다. 잘 했다. 정말 잘했다 주환아. 사랑한다....)
 
그리고 오후에 군 입대 한다고 친가 친척들에게 인사하러 갔었다. 과거에는 내가 엄마와 산다고 친척들을
등한시하고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며 8년 가까이 연락하지 않고 살다가, 작년에 처음 뵈었었다. 그 땐 그들이
나를 뒤에서 욕하고  학벌이나 군 문제나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고 무시하는 눈초리로 본다고...
그들을 원망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1년 만에 다시 찾아 뵌 오늘의 친척분들은 그 모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엄마처럼 그냥 자신들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툭툭 내던지시는 말투나 그냥 무표정. 그러나 그 외적인
모습에서 나에게 인사해주시는 모습, 용돈을 건네주시는 모습, 같이 술잔을 기울이던 모습이...1년 전과 같은 모습일 뿐인데 달리 보였다. 아니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과거에 나의 임의적인 해석으로 그들이 날 무시하고,
미워할 거란 생각이었지만 오늘 다시 만난 그들은 한 없이 자신들로서 존재하시며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심을
느꼈었다. 그들은 그들로서 존재하셨을 뿐인데...너무나 착하고 좋으신 분들인데....나 혼자의 해석으로 그들을
나쁜 사람들로 만들었었구나... 속으로 너무 죄송스러워 죄송하다고...그리고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다.
내일 일어나는 대로 친척 어른분들에게 고맙다는 메세지나 전화라도 꼭 드려야겠다.
 
있는 그대로의 친척 분들을 다시 뵙게 되어 정말 감사할 뿐이다. (잘 했다...사랑하는 주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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