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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 엄마가 원이 아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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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0건 조회 5,649회 작성일 07-11-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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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년전의 편지가 오늘 나에게 다시 읽혀 졌습니다.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Roy Obyson의 'In your dreams' 노래가 그 때도 불리어졌나 봅니다.
흘려 쓰신 언문이지만 눈물이 앞을 가려 읽기가 참으로
힘이 드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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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이 아버지에게 >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 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꿈 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 원이 엄마의 편지
가로 58.5㎝, 세로 34㎝의 한지에 한글로 쓴 편지로 남편을 보낸 슬픔을 담고 있다.
원이 엄마는 남편의 병환이 깊어지자 삼 껍질과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미투리(신)를
삼는 등 정성을 다해 쾌유를 기원했으나 남편 이응태는 30세의 나이에 끝내 숨졌다.
무덤 속에서는 이응태의 형이 쓴 한시 '울면서 동생을 보낸다(泣訣舍弟)' 등의 글과
이불.버선.옷 등 모두 130점이 발굴됐으며 현재 안동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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