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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맛 떨어지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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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218.♡.241.146) 댓글 0건 조회 6,281회 작성일 06-09-1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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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군산에서 직도폭격장 반대 집회와 촛불 시위를 한다기에 현재 유랑캠페인을 하면서 머물고 있는 지역에서 저녁 시간에 맞춰서 버스터미널에서 직도 폭격장 반대 캠페인을 했다.
터미널 입구에서 피켓을 매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직도폭격장을 반대한다면서 관련 스티커를 나눠줬다.

초등학생용으로
박성수기자
초등학생용으로 만들어진 반제국주의 스터커.

몇몇 분들이 왜? 멀리서 여기까지 와서 캠페인을 하냐고 의문스러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지한 관심을 가져주셨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서 잠깐 여유가 있을 때 근처 상가에 들어가서 스티커를 배포했다.

그런데 어느 식당에 가서 급히 밥 먹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스티커를 나눠주고 나서 나오려고 하는데 뭐라고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왜? 밥 먹는데 이런 것을 줘요!’라는 소리였다.

고개를 돌려 보니 아가씨가 스티커를 옆으로 획 집어 던지고 있었다.

예쁘장하게 화장하고 잘 차려 입고 품위있는 식사를 즐기던 아가씨들의 모처럼의 만찬을 나는 그렇게 방해한 것이었다. 식당 종업원도 좀 당황한 듯 그것을 회수했고, 나도 그것을 되받아서 나왔다.

그렇다. 밥 먹을 때 저런 스티커를 나눠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 밥 먹고 있는데 저러한 처참한 장면이 있는 스티커를 나눠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 나는 늘 나의 서두름에 의해서 빚어지는 사려 깊지 못함에 대해서 그 댓가를 치루곤 한다.

그러나... 과연 저 사진이... 저 장면이... 그 아가씨에게는 단순히 ‘밥 맛 떨어지게 하는 그것’의 의미밖에 없어야만 하는 것일까?

나름대로 저 장면을 사진으로 접하면서 그 가슴 무너지는 아픈 심정은 말로 다 할 수 없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현실이 있음을 귀뜸해 주고 싶었다.

밥 먹다가도 문득 밀려오는 슬픔에 밥알을 깨물지 못하고 질질이 눈물 흘렸던 이유가 바로 저 장면들 때문였는데... 그 아가씨는 과연 저 장면 속에서 ‘밥 맛 떨어지는 장면’만을 봐야만 했는가?

이렇게 내가 저 장면들 속에서 발견한 것을 그 아가씨가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은 나의 ‘독단’일까?

세상은 이리 아프지만... 왜 그 아픔이 자신의 것임을 알고 있는 이들은 이리 부족할까... 왜 사람들에게 이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 나서는 나는 ‘밥 맛 떨어지게 하는 놈’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을 접하면서 많은 활동을 하면 할 수록... 해야할 많은 일들이 눈에 보인다.

그러한 문제까지가 '나의 것'임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진정 자유로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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