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너른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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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121.♡.22.185) 댓글 0건 조회 17,051회 작성일 09-05-17 17:47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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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몸으로 하루 야영할 곳을 찾는 중에 산 중턱에 암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산속 작은 암자]
그 암자 앞에는 다음과 같은 비석이 세워져 있음으로 나를 더욱 안도하게 만들었다.
[암자 앞 승덕비에 새겨진 글귀]
“피로한 나그네의 길은 멀다하였으니 지루하고 고달픈 나그네 길에 잠시 쉴 곳이 있다면 오로지 부처님 궁전일 것입니다...”
‘오마이 갓~’ 이 암자는 시공간을 초월해서 내가 이날 저녁 지친 몸을 하고 나타날 것을 미리 예견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부처님의 자비로운 은혜여~.
이제 주지스님께 말씀 드리면, “어디 갔다 이제 오시는가?” 하면서 그 너른 부처님의 품에 받아주시겠지. 마침 산책을 시키시려고 개를 끌고 나오시는 스님을 뵙니다.
“스님 여행하고 있는 나그네인데요. 저 앞쪽 빈 공터(주차장)에 텐트 좀 칠 수 있을까요?”
이에 속세를 떠난 자 특유의 흔들림 없는 감정과 표정, 말투로 스님은 한 말씀 하신다.
“여긴 없어요. 할 데 없어요.”
“네~ㅠㅜ”
주차장 자리도 제공 안해주시는데, 빈 방을 내 줄리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나오면서 한편으로 분기가 솟구치려한다.
지치고 의지 할 곳 없는 떠돌이 나그네의 ‘쉬어갈 곳이 되겠다’함은 이 세상 가장 낮고 미천한 이들과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의미의 다름이 아니다. 이는 결국 ‘낮추고’ ‘비우고’ ‘나누는’ 자세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부처께서 가르치시려고 했던 해탈과 견성의 현현 이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심지어 ‘그러하겠다’고 표지석에 ‘떡~’ 하니 새겨 놓은 암자에서 마저 애써 찾아온 나그네를 품지 못하더니...
물론 교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니’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교회들. 나만큼 무거운 짐 진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그 교회 화장실 좀 쓰려고 들어가려다가 닫혀있는 현관 문 앞에서 괄약근을 조이면서 뒤돌아서야 했던 그 아픔은 또한 얼마나 큰 것이었던가. 실천하지 못할 것이라면 인용하지를 말 것이지, 절과 교회들의 가식과 위선으로 지친 나그네의 시름만 더하는구나.
헛... 그런데 암자 앞에 비석을 다시 보니 내가 큰 오해를 했던 듯하다. 이 암자는 나그네가 ‘지친 몸’을 쉬어가는 곳이 아니었다. 내가 뭘 잘 못 본 것이었다.
[지친 나그네의 ‘마음’만 쉬어가는 곳. 몸이 쉬어갈 곳이 아니었던 게다. 그럼 그렇지 속세까지 버릴 만큼의 큰 ‘버림’을 이룬 분들이기에 하잘 것 없는 ‘몸’의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중요하고 귀한 ‘마음’의 문제에만 관심이 있으신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쉴 곳만 제공하시는 거다. 이 깊은 뜻?을 모르고서 투덜 댔다니...]
후기 - 작금의 교회와 절을 비롯한 대부분 종교집단의 ‘관념화’는 참으로 우려할 만한 것이다. 삶 속에서 녹아 어우러지는 믿음, 일상 속에서의 실천은 등한시 되고, 오직 ‘구원’ 오직 ‘해탈’만을 목적으로 하는 믿음들. 이러한 믿음은 ‘현실’과 ‘믿음’ 사이의 간격을 더더욱 이격시키고, 극단적으로 믿음을 관념화 시킨 결과로 세상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멀어진다.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오직 믿기만 할 뿐, 사회의 갖은 병폐, 현대물질문명의 폐해, 붕괴되는 생태계의 문제에 대해서 아무런 해법을 제시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믿음이 관념화 되어 현실로부터 철저히 이격화 되다보니, ‘어떤 게 참 믿음인지’ ‘믿음은 삶에 어떻게 현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이해가 다다를 수 없고, 오직 관념적 집중성과 감상적 충만성을 통해서 기쁘고 평안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고 감사해할 뿐이다. 결국 현실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하고 무실천한 그들 자신들이 세상을 이렇게 흉흉하게 파괴시키는 주체로 작용하는 부조리가 빚어내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 ‘관념적 믿음’에 찌들어 있는 이들은 이런 간단한 사실 조차도 분간하지 못하다. 그들은 이런 사실을 분간할 필요가 없다. 필요한 것은 오직 ‘구원’과 ‘해탈’인 것을... (참조 =>다른 생명을 기회비용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삶 )
* 혹시나 그림이 안보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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