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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미레(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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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효선 (125.♡.61.141) 댓글 0건 조회 6,726회 작성일 06-09-1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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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념 좀 갖고 삽시다
글쓴이/ 평미레
인터넷 게시판은 살벌한 곳이다. 공자 가운데 토막 같은 말을 해도 욕먹고 마르크스가 머리칼 곤두세울 얘길 해도 욕먹는다. 광개토대왕이나 세종대왕 이야길 해도 욕먹고 김좌진 장군이나 안창호 선생 얘길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김구나 이승만, 김대중이나 박정희, 노무현이나 이회창, 유시민이나 이명박 같은 정치인 얘길 꺼내면 반드시 욕을 들어먹게 돼 있다.
인터넷 욕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는 욕을 위한 욕이고, 둘째는 쫌 잘해 보라는 욕이다. 이른바 '반대를 위한 반대'와 '건설적인 비판'이다. 때로 그 둘이 헷갈리기도 하지만 잘 읽어보면 구분은 된다. 어떤 주제를 꺼내도 적어도 한 종류의 욕은 얻어먹는다. 그건 관점과 수준들이 다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이 두 가지 욕은 피할 필요 없다. 하나는 무시하면 되고 다른 하나는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세 번째 욕은 사정이 다르다. 개념 탑재 요망이라는 욕이다. 초등식 표현으로는 즐이라고 한다. 얼른 봐서는 욕이 아닌 것 같지만 실은 가장 심한 욕이다. '니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개념 좀 갖고 얘기 해보라는 거다. 블로그와 한 두 게시판에만 글을 쓰는 평미레도 그런 욕을 종종 먹는다. 필명이 '평미레'인데도 말이다. 무슨 말이냐....
필명을 '평미레'로 한 것은 바로 그놈의 '개념' 때문이다. 개념의 '개'가 바로 '평미레 개(槪)'다. (평미'레'를 평미'래'로 오인하는 분들이 더러 있는데 이 기회에 바로잡아 드리고 싶다.) 평미레는 옛날 싸전에서 쓰던 둥근 막대기다. 말통이나 됫박에 알곡을 수북히 쌓았다가 싸악 깍아내는 도구다. 평미레질을 하고 나면 '한말' 혹은 '한되'가 된다. 그렇게 정확한 측정이 끝나야 비로소 거래가 이뤄진다.
요즘은 '개념'이 그저 외래어 '컨셉(concept)'의 번역어로만 쓰이는 경향이 있다. '컨셉'이란 임신하다(conceive)의 명사형이다. 마음에 임신된 게 '컨셉'이다. 마음에 떠오른 우수마발이 다 컨셉이라는 말이다. 요즘은 세련시켜서 '일반화/추상화시킨 생각'이라는 용례로 쓰인다.
그러나 개념(槪念)의 어원적인 뜻은 컨셉과 다르다. '평미레질이 된 생각' 즉 '정확히 다듬어 진 생각'이라는 말이다. 찬성과 반대를 떠나서 적어도 그 뜻이 명확한 생각이어야 개념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개념'이라는 말은 19세기말까지 한국에 없었다. 최초의 근대식 사전이라는 <한불자전(1880)>과 <한영자전(1897)>에 나와 있지 않다. 또 <독립신문(1896-99)>과 <대한매일신보(1904-5)>에도 용례가 전혀 없다. 토박이말은 아니라는 말이다.
강신항 교수에 따르면 '개념'은 일본식 한자어다. <새국어생활(1995, 5권2호)>에서 그렇게 주장했다. 일본식 한자어라면 일단 쌍심지 돋구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놈의 일본식 한자어 때문에 한국말 개념이 무너진 게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이 '개념'이란 말은 참 잘 만든 말이다. 학문과 사상을 다듬는 데에 딱 어울리는 말이기 때문이다.
'개념'의 핵심은 '평미레질'에 있다. 아무리 생각이 많아도 평미레질이 되지 않으면 개념이 아니다. 평미레질은 네 단계로 이뤄진다. '모으기, 담기, 흔들기, 깍기'다. 일단 다양한 생각을 모은다. 자료 수집 단계다. 모은 자료는 말통이나 됫박에 담는다. 기준에 따라 분류한다는 말이다.
알곡을 말통에 담은 후에는 흔들어 줘야 한다. 알곡들 사이의 틈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는 자료를 검증하는 단계다. 여러 생각을 차원과 방향에 따라 조밀하게 연결시키는 과정이다. 그리고는 깍아 낸다. 정확성에 도움이 안되면 버리는 단계다. 평미레질이 끝난 알곡의 양이 정확해 지듯이, 평미레질이 끝난 생각의 뜻도 정확해 진다. 그게 바로 개념이다.
이런 식으로 다듬어진 개념은 그 유용성이 뛰어나다. 정확한 뜻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념 단계에 오르지 않은 생각은 혼란과 분쟁을 일으킨다. 요즘 언론이나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는 논쟁의 상당 부분은 '개념'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상식'의 개념은 무엇인가? '원칙'의 개념은 무엇인가? 이런 간단한 낱말 뜻조차도 합의돼 있지 않은 게 많다. 심지어 국어 사전을 찾아본 사람들도 생각이 다르다. 그건 평미레질이 아직 안됐기 때문이다. 국어 사전의 정의와 평미레질이 된 개념은 차원이 좀 다르다. 사전적 정의는 어원적 정의나 실제적 용례와 함께 개념화를 위한 자료일 뿐이다.
그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상식'의 개념화, '원칙'의 개념화, '민주주의'의 개념화, '민족주의'의 개념화가 필요하다. 요즘 첨예한 대립을 일으키는 '자주'나 '사대'도 개념화가 필요하다. 평미레질이 된 알곡이 오해 없이 거래되듯이 평미레질이 된 개념들이 혼란 없이 소통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용어의 개념화에 앞서서 '개념'의 개념화가 이뤄져야 한다. 요즘 쓰이는 '개념'은 평미레질이 안된 게 대부분이다. 서양식 '컨셉'으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아니다.
서양식 인문학/사회과학에서는 개념을 '일반화/추상화된 생각'으로 본다. 이런 컨셉은 개념의 일부일 수는 있다. 그러나 '개념'이 반드시 일반화/추상화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헤겔의 '이성'은 컨셉이지만 개념은 아니다. 추상적이지만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퇴계나 율곡의 '리'와 '성'도 마찬가지다. 그건 서양식 컨셉일지는 몰라도 우리가 앞으로 쓰게 될 개념은 아니다. 평미레질이 끝나면 개념이 될 수야 있겠지만 적어도 '아직은' 아니다.
한편 인터넷에서 욕 대용으로 쓰이는 '개념 탑재 요망'의 '개념'은 어원적 의미의 '컨셉'이다. 그저 마음에 떠오르는 우수마발에 가깝다. 그 욕은 '미쳤냐?'는 뜻에 가깝기 때문이다. '즐'이 '평미레질이 된 생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요컨대 철학이나 사회과학의 컨셉이든 우수마발의 컨셉이든, 컨셉은 개념과 다르다는 말이다.
골 빠개지는 얘길 꺼냈다면 미안하다. 요지는 이거다. 마음에 떠오른 우수마발을 그대로 내뱉는 건 개념 없는 행위다. '즐'이다. 일반화니 추상화 같은 고고한 작업이 꼭 아니어도 괜찮다. 정확하게만 다듬어지면 된다.
말과 생각을 평미레질 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개념을 갖고 얘기하자는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알바들과도 정답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서로 개념 좀 갖고 살자는 말이다.
<서프라이즈 문예방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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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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