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맛 떨어지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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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둥글이 (218.♡.241.146) 댓글 0건 조회 5,808회 작성일 06-09-19 16:19본문
박성수기자 |
초등학생용으로 만들어진 반제국주의 스터커. |
몇몇 분들이 왜? 멀리서 여기까지 와서 캠페인을 하냐고 의문스러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지한 관심을 가져주셨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서 잠깐 여유가 있을 때 근처 상가에 들어가서 스티커를 배포했다.
그런데 어느 식당에 가서 급히 밥 먹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스티커를 나눠주고 나서 나오려고 하는데 뭐라고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왜? 밥 먹는데 이런 것을 줘요!’라는 소리였다.
고개를 돌려 보니 아가씨가 스티커를 옆으로 획 집어 던지고 있었다.
예쁘장하게 화장하고 잘 차려 입고 품위있는 식사를 즐기던 아가씨들의 모처럼의 만찬을 나는 그렇게 방해한 것이었다. 식당 종업원도 좀 당황한 듯 그것을 회수했고, 나도 그것을 되받아서 나왔다.
그렇다. 밥 먹을 때 저런 스티커를 나눠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 밥 먹고 있는데 저러한 처참한 장면이 있는 스티커를 나눠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 나는 늘 나의 서두름에 의해서 빚어지는 사려 깊지 못함에 대해서 그 댓가를 치루곤 한다.
그러나... 과연 저 사진이... 저 장면이... 그 아가씨에게는 단순히 ‘밥 맛 떨어지게 하는 그것’의 의미밖에 없어야만 하는 것일까?
나름대로 저 장면을 사진으로 접하면서 그 가슴 무너지는 아픈 심정은 말로 다 할 수 없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현실이 있음을 귀뜸해 주고 싶었다.
밥 먹다가도 문득 밀려오는 슬픔에 밥알을 깨물지 못하고 질질이 눈물 흘렸던 이유가 바로 저 장면들 때문였는데... 그 아가씨는 과연 저 장면 속에서 ‘밥 맛 떨어지는 장면’만을 봐야만 했는가?
이렇게 내가 저 장면들 속에서 발견한 것을 그 아가씨가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은 나의 ‘독단’일까?
세상은 이리 아프지만... 왜 그 아픔이 자신의 것임을 알고 있는 이들은 이리 부족할까... 왜 사람들에게 이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 나서는 나는 ‘밥 맛 떨어지게 하는 놈’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을 접하면서 많은 활동을 하면 할 수록... 해야할 많은 일들이 눈에 보인다.
그러한 문제까지가 '나의 것'임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진정 자유로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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