兩水里에서 / 권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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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리랑 (222.♡.195.141) 댓글 2건 조회 8,260회 작성일 06-10-30 10:57본문
江에서 사는 사람들은 江을 닮아간다
그물을 올리며 그들은 자기 가슴에 남은 양식을 확인한다
인자한 아버지처럼 칭얼대는 물의 투정 위에 돛대를 풀어 놓고
말없이 강바닥을 넓혀가는 그들
그물을 따라 자주 세월의 아픈 흔적도 따라 올라와
멀리 流轉하는 구름 한번 바라보며 고개 숙이면
사무친 물 속 깊이 올라오는 물방울들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철없는 물고기떼 무심히 지나갈때
홀연 슬픔이 많은 모습으로 저녁 햇살은 떨어지고
물살에 입술 비비는 노을 애태우지 않아도
알지 내 알어 고개 끄덕이며 자기 가슴에 묻고
지금 살아 있는 것들
무수히 파닥이는 것들 다스리며 돌아오는 그들
그윽한 깊이 감추며 後光에 비치는 붉은 얼굴
모두들 쳐다볼 때
히 , 손 한번 흔들어 물 속에 어우러지는 그들
햇빛에 탄 팔뚝은 푸드득 튕기는 한 마리 잉어처럼
그물을 펼쳐 생기찬 양식을 풀어 던질때
물풀같이 미그러운 女子들의 손가락
물의 깊이를 헤아려
가슴에 江이 흐르는 女子들은 얼마나 따듯할까
젖은 몸 푸릇한 내음 풍기며
낮게 낮게 가라앉는 풀잎
멀리 눈을 들어 젖은 머리카락 돌아서는
물푸레나무 그림자 길게 드러눕고
어슴푸레 짙어오는 어둠 속으로 일찍 돌아가는 그들
알고 있는 것일까
두 갈래의 물이 만나는 슬픔
어우러져 한데 흘러가야 할 세월
밤이 되자 물새알 같은 달이 부풀고
강의 아픈 늑골로부터 피어오르는 안개 , 안개
물의 조상으로부터 받은 계시
그들의 法으로 잠든 밤 이 밤에 벌어질 반란을
절룩거리며 절룩거리며 수없이 밀려오는 강의 역사를
안개의 아픈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일까
고요와 적막에 묻혀
물 뒤쳑이는 소리 깊은 밤
그래 알지 알어 꿈속에서도 물과 함께 어우러져
江에서 사는 사람들
江이 흘러가야 할 세월을 다스린다
<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댓글목록
과메기님의 댓글
과메기 아이피 (211.♡.189.4) 작성일
참 좋은 시이군요.
잘 계시죠? 안을수님!
가사일은 잘 하고 계신지요^(^
늘 애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언지 한번 뵙 날이 있겠지요...
합장
아리랑님의 댓글
아리랑 아이피 (222.♡.195.136) 작성일
총무님 건강하시죠
가사일은 덕택에 잘 하고 있습니다
저도 시간이 지나면 도덕경 모임에 적은 도움이라도 드리겠습니다
들떠있던 마음이 늘 대구로 향했는데... 이제는
선생님 말씀처럼 편한 시간에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 청주는 빗방울이 내릴것 처럼 흐려 있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십시요
총무님 하시는 일마다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합장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