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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가진 남자의 유효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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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멍청이 (119.♡.26.175) 댓글 3건 조회 5,453회 작성일 09-08-1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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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결혼 4년만에 이혼한 후배가 지금 사랑에 빠졌다.

그녀 나이 마흔 한 살.

네 살배기 딸아이는 벌써 중학생이 되었다.

성악전공으로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10년간 혼자 딸을 ‘지극정성’ 키워 온 그녀...

난 그녀에게서 여름철 솜사탕을 녹지않게 하려고 애지중지 온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는 한 여성의 처절함을 보아왔었다.

그런 그녀가 쉰두살의 정신과의사(이혼남)와 사랑에 빠졌댄다.

애지중지하던 사춘기 솜사탕은 녹든 말든......^^

그녀는 지금 새로운 솜사탕 하나를 만들어 또다시 녹아내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결코 녹지않을 것같은 딱딱한 50대의 솜사탕이건만.

“선생님, 제가 뫼시러 나갈께요” 꼬박꼬박 존댓말 써가며 걸어서 올만한 커피숍도 차끌고 마중간댄다. “뭐야? 시간도 딱딱 못맞추냐? 너처럼 한가한 사람 아닌거 몰라?” 반말로 찍찍거리며 1분만 늦어도 그 ‘선생’ 짜증 광이란다.

운전도 그녀가 식사비도 그녀가... 모든 걸 ‘다 알아서’ 하는 그녀임에도 그녀는 그 ‘선생’에게 늘 쩔쩔맨댄다. 그러면서 넘넘 사랑한댄다. 그러면서 넘넘 상처를 많이 받아 속상하다고도 한다. 반년쯤 되었으면 그녀가 ‘알아서 해주는’ 그 모든 것들의 10분의 1만이라도 ‘알아서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섭섭한 마음이 든다고도 한다.

이혼한 그녀의 전남편도 이 ‘선생’과 아주 똑같은 유형의 남자였었다.

아주 이기적이고 마마보이 기질 또한 똑같다. 지금의 ‘선생’역시 나이 50이 넘었는데 엄마가 전화해서 위험하니 밤늦게 다니지 말라고 한다며 들어간댄다.

각설하고...

그녀에게 있어 자신의 존재는 ‘완벽한 보호자’일 때에만 의미가 있다.

따라서 그녀는 ‘완벽하게 받기만 하는 남자’에게 끌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녀는 친구들로부터 ‘받는 것’조차 아주 못견딘다. 친구들은 그녀를 ‘엄마’라고 부른다. 맘아픈 친구가 있으면 위로해주느라 어쩌지 못하는 참으로 이쁜 그녀다.

그 착해빠지고 이쁘기 그지없는 그녀가 요즘 사랑에 빠져 힘들어하고 있다.

너무 사랑하는데 그 ‘선생’이 너무 상처를 많이 줘서 점점 힘들댄다.

사춘기 딸도 요즘은 엄마를 무시하고 반항한다면서 더욱 흐느낀다.

즉슨, 사춘기 솜사탕은 녹아내리는 것같아 상처받고

받기만 하는 50대의 딱딱한 솜사탕은 녹아내리지 않아 상처받는 꼴이다.

보호자 역할을 하지않아도 그녀는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녀는 너무 오랜세월 잊어버린 것같다. 자신의 문제는 전혀 인정하지 않는 그녀, ‘모성애가 강한’ 자신을 참으로 괜찮은 여자로 인정하는 그녀, 되풀이되는 그녀의 똑같은 사랑.

결국 나는 언성을 높이고야 말았다.

“보호자 역할을 하기로 자청했으면서 상대방에게 기대는 왜 하느냐?

상대방에게 그저 ‘주는’ 기쁨만 누리기로 작정한 너 아니냐? 그러면 상대방의 어떤 행동에도 상처받지 않아야지.

상처를 받는다면 너도 상대방으로부터 사랑받고 사람대접받고 싶다는 거 아니냐? 그러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겠다면 답은 뻔한 거 아니냐?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면 무조건 주기만 하면서 ‘베푸는 사랑’으로 나갈수 있을 터이고,

상처받는다면 상처받는 이유를 상대방과 나누면서 ‘주고 받는 사랑’으로 만들어 가던지,

상처받으면서도 상대방에게 도저히 내색할 수 없다면 ‘상처 즐기는 사랑’으로 맘 먹던지.

그렇게 너다운 방식으로 ‘사랑’을 하다보면 절로 너자신을 알게 될꺼야. 정말 니가 원하는게 뭔지, 정말 사랑스러운 니가 가장 두려워하는게 뭔지... ”

솔직히 나는 그 ‘선생’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더욱 더 절절해지길 바란다.

동시에 그 ‘선생’이 생각보다 더 딱딱한 남자이길 바란다. 자기 내면을 보지 않으려는 그녀에게 피할 수 없는 절벽이 되기를...

원인이 어디에 있든 사랑받기 위해 만들어낸 ‘보호자 역할’의 올가미가 그녀 스스로의 창작물이듯, 그 올가미를 찢어버릴 수 있는 힘도 그녀에게 있기에 지금 사랑을 위해 겪는 그녀의 아픔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삶 또한 이렇듯 아픔과 고통이라는 축복을 통해 내본연의 힘을 발견하곤 했다. 내 삶에 주목하다 보면 아픈 사건(지나고보면 아주 사소한)을 통해 변화하게 된 내 자신 속에서 아주 작지만 기특한 나의 힘을 알아차리게 되고 동시에 그 작은 힘은 내자신과 삶에 대한 큰믿음의 씨앗이 되어 피하고 싶은 것들을 누리게 되는 지혜와 만나곤 한다.

내게 ‘깨달음’이라는 대사전은 없다.

내가 아무리 많은 요리책을 섭렵한다 하여 나의 배고픔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배고프면 ‘알아야 할’ 무엇이 필요한 게 아니라 무조건 먹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아프면 그 아픈 마음을 먹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그 후배가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상처를 받으며 힘들어하면서도 그만둘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그녀 내면에 아픔을 겪고자(먹고자)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그녀가 자신을 발견해가는 방법이 아닐까?

그녀를 생각하다가 자연스레 김기태선생님을 생각하게 되었다.

서울 도덕경 모임이 다음 달 9월이면 꼭 10년이 된다.

도덕경 1장 첫 강의를 듣던 첫 날을 잊을 수 없다.

마치 알알이 흩어져 있던 내 삶의 구슬들이 정교하게 착착 꿰어지는 듯한 느낌, 그것은 다름아닌 내 마음의 구슬들이었고 나에 대한 확신이었다. 그 간의 내 삶이, 나의 모든 관계가, 모든 인연들이, 내 마음에서 비롯되어 내가 만들어 온 작품들임을 ‘내가 비로소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그 ‘인정’은 내게 더욱 확실한 자존감과 앞으로의 삶에 대한 온전한 책임감에 용기를 주는 ‘천국의 인장’ 같았다.

그 후 나의 특유한 성향은 김선생님의 강의 보다는 그의 삶에 더욱 주목했다. 김선생님 말씀대로 ‘안다는 것’과 ‘된다는 것’이 천지간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안다는 것’으로 권력을 휘두르고 배우려는 자들을 농락하면서 본인의 삶은 영 ‘돼먹질 못한’ 사이비 스승들이 난무하는 세상이기에......

...... 그렇게 벌써 10년이다.

여고에서 교사생활 하신 지 벌써 3년째 돼 가는데도

매일 매일 애들 앞에 서는 것이 오금이 저린다고 하신다.

무서운 아버지와 ‘무관계’를 관계로 자란, 철저히 주눅든 어린아이의 모습을 이제야 늘 만나고 있다 하신다.

늘 강의와 상담으로 타인의 삶에 비료가 되길 원한다던 김선생님께서

스스로 자신의 삶에 비료를 뿌리고 있다.

참으로 믿음이 가는 김선생님의 자기 부활로 느껴진다.

겸손의 모양은 꾸밀수 있으나 겸손한 삶은 꾸밀 수 없다.

10년 전 처음 뵈었을 때 나의 직관 그대로 불러드렸던 이름- “자궁가진 남자”

지금 10년이란 세월을 돌이켜 보면서 김선생님께 다시 한번 큰 감사를 드린다. “자궁 가진 남자의 유효함”을 말씀드릴 수 있게 해주셔서 ㅋㅋ

그것은 나의 직관대로 사는 것이 옳은 것임을 재확인시켜 주는 증거이기도 하므로 ㅋㅋㅋ

매월 넷째주는 부부모임과 겹쳐 서울도덕경 모임에 나갈 수가 없는데

그러나 10주년인 9월에는 서울식구들 보러 꼭 보리밥집에 나가야겠다 ^^

모처럼 김샘과 진한 포옹 해야겠다 ㅋㅋㅋ

기존의 가족 여러부~~~~운 그날엔 꼭 한번들 뵈요 ^^

댓글목록

초심님의 댓글

초심 아이피 (211.♡.219.66) 작성일

오늘 하루 종일 흐리면서 비가 왔는데...

가슴을 따듯하게 해 주는 글을 읽고 행복함에 잠겨 봅니다. ^^

비록 기존의 가족은 아니지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수수님의 댓글

수수 아이피 (69.♡.240.165) 작성일

하하하
세상에는  희귀한 일들도 많은데 자궁을 가진 남자 라 해서
웬일인가 희둥그레 봤습니다
와~ 서울 모임이 9월이 오면 10년이나 된다니....
10년전에 만났던 인연이 이렇게 살아 계신다니 ^^
그래도 아직 남의집 보리밥 식당에서 모임을 이끌고 가신다니....

모든게 경의롭고 감사 합니다

비원님의 인공 무첨가  있는 그대로 천연 거름 ^^
ㅋㅋ 자궁을 가진 남자의 유효함

아픔을 통하고  일어나는  모든 생명에게 찬송을 !
브라보~

김영대님의 댓글

김영대 아이피 (59.♡.72.71) 작성일

멍청이님 첨엔 누구신지 몰랐는데 이젠 분명히 압니다.
뵌지 참 오래 되었지요.
윗글에서 또 한 수 배웁니다. 감사하고요.
이런 싱싱한 살아있는 글 자주 올려 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나의 삶 또한 이렇듯 아픔과 고통이라는 축복을 통해 내본연의 힘을 발견하곤 했다. 내 삶에 주목하다 보면 아픈 사건(지나고보면 아주 사소한)을 통해 변화하게 된 내 자신 속에서 아주 작지만 기특한 나의 힘을 알아차리게 되고 동시에 그 작은 힘은 내자신과 삶에 대한 큰믿음의 씨앗이 되어 피하고 싶은 것들을 누리게 되는 지혜와 만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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