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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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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0건 조회 4,252회 작성일 08-01-0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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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을 넘어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하고
오십이 되면 나이값도 따져야 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느새 나도 마흔 중반이라 여기저기 노화 현상이 생겨난다.
정신이 가물해지고 마음이 약해지고 새로운 변화가 버겁다.
건강에도 그리 자신이 없다.
人世의 네거리를 걷다보면 다른 사람은 이 生을 어떻게 사누하는
관심이 생겨 아파트 수위, 시장 사람들, 식당 주인, 청소하는 사람들을
눈여겨 본다.
한 길 물속은 알아도 열 길 마음 속을 모른다지만 사람은 오랜 세월
자기 생각과 하는 일에 따라 자기 얼굴을 만들어 나간다는 말은
맞는 말 같다. 살아간 나이테가 얼굴에, 손에, 허리에 몸에 아로새겨진다.
풍상을 많이 겪은 사람은 짙은 자국이 남는다. 우울과 한탄이 알코올에
젖어 눈동자가 게슴츠레 해지고 탁한 소리를 낸다.
삶의 고통이 켜켜히 쌓여 악과 한이 몸 어디선가 출렁거리는 듯한 모습은
시장 바닥의 장사하는 아줌마들에게서 느낀다. 독한 마음을 내어 삶을
지탱하였지만 그 독이 미쳐 빠지지 못해 뚱한 표정이다.
이 세상에서 챙겨온 틀과 옷이 좋아 관상학적으로 보면 호인인데
배우지 못하고 직업과 하는 일, 어울리는 사람이 나쁘다보니
그만 얼굴과 몸에 걸맞지 않는 듯한 행동과 언행이 드러나
하품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키도 작고 얼굴도 볼품 없었는데 행실이 올곶고 부지런하다
보니 틀에 비해 뚝배기 진품이 나중에 드러나 보이는 사람도 있다.
간혹 쳐다보면 마음 구석이 아픈 사람도 있다. 착하고 여리며
아름다운데 인생살이가 버거워 화초처럼 시들시들 삭아가는
사람들이다. 이 분들은 대체로 신경질환의 病이나 가난 속에 사신다.
콘크리트 균열 틈사이의 강아지 풀이나 구석진 창가에 거미줄을 치고
꼼짝도 않는 거미를 보는 듯 하다.
조화옹이 '이런 꽃도 보고 살아라'하듯이 팜므 파탈의 수로부인 같은
미색과 부귀를 지닌 아름다운 여인도 관상용으로 세상에 내어 놓으셨다.
佛道와 인연이 깊어 날마다 절간과 경전을 찾으시던 분의 늙어가는
추세를 보니 어느날, 눈섭에 하얀 서리가 내려 3cm 정도 치렁하게
내려와 볼이 홍안처럼 붉어신 체 웃고 계셨다. 어느듯 사찰에 걸린
신선도와 독각승의 풍모를 닮아 있었다. 마음이 한결같이 그 곳을
향하다 보니 저절로 그림 속으로 들어가신 듯 하다.
나는 어떤 얼굴과 몸을 하고 있는 걸까. 내가 만든 나의 꼬락서니는
어떨까. 진중하지 못하고 촐랑댄다는 말을 듣는다.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려 위태위태하게 걸어가지만 넘어질 듯 하면서 비틀비틀 잘 걷는다고
가까운 분이 말씀하신다. 껌을 짝짝 씹듯이 율동이 가벼운 것은
내 안에 숨겨진 존재의 무거움이나 긴장을 스스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국 나의 숙제는 조용히, 보이지 않게 흐르는 江이 되어야 한다.
깨달은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누 꼼짝달싹 할 수 없는 난제의 질문으로
그를 떠볼 것인가. 그 사람의 무형지기 氣道로 알아 볼 것인가.
그 사람이 설파한 책에 있는가.
어느 날, 나는 어떤 산의 암자에 들러 한 때 차 공양을 받은 적이 있다.
겨울 산의 작은 방은 가구도 없이 그냥 단촐하고 깨끗한 벽지만 발라져
있었다. 석양의 노을이 빈 방을 조용히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내어 놓은 찻잔에 김이 피어 오른다. 불러난 차잎의 다기 속이 깊은 물 속을
들여다 보듯이 고요하다. 주지는 부엌 보살이 불러 나갔다.
멀리서 꿩 울음 소리가 공간을 잠시 짧게 흔들어 대었다.
한산한 벽면에 마지막 노을 빛이 은은히 감돈다.
깨달은 이는 자기 마음 속에 환한 등불을 켜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나는 이리 후하게 점수를 주는데 왜 그렇게 요즘 보기 힘들어졌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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