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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은 붓다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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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자몽 (210.♡.107.100) 댓글 2건 조회 4,242회 작성일 08-05-0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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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중순 무렵이면 전북 장수군의 사과 과수원을 방문하여 농촌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농번기에 사과 꽃과 열매를 제때 따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발 벗고 나서게 된 게
인연이 되어 벌써 3년이 흘렀다.
사월이면 붉은 사과 꽃봉오리가 조그맣게 영글다가 하얗게 피어나는 계절이다.
가지마다 무성하게 매달린 꽃 중에서 어떤 사과 꽃을 솎아내야 할지 교육을 받는다.
그 요령은 가장 실한 꽃을 남겨두고 간격을 두면서 나머지 꽃을 따버려야 한다.
그러나 다양한 위치와 비슷한 꽃들이 뭉쳐 있을 때면 갈등을 하게 된다.
혹시라도 엉뚱한 걸 따거나 실수라도 하면 어쩔까 조바심이 난다.
그런데 꽃을 과감히 따지 않으면 적화 작업이 느려져 일을 진행할 수가 없다.
사과나무 한 그루에 어떻게 그리 꽃이 많이 피어날까 생각해 본적이 있다.
병충해로 상할 사과, 새나 짐승이 먹을 사과, 바람에 떨어질 사과 등을 짐작해서 그런지
나무에는 족히 수 백 개의 꽃이 피어난다.
나무가 미리 무수한 가능성을 펼쳐 놓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꽃이 전부 열매로
맺힌다면 영양분이 분산되어 사과는 볼품없이 작아져 버려 상품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조밀한 꽃 분포를 분산하여 알맞게 밀도를 낮추어 주어야 한다.
마치 논밭의 잡초를 뽑는 김매기나 마찬가지다. 그래야 튼실하고 당도 높은 사과를
수확할 수 있다.
예쁜 사과 꽃을 무정히 꺾어내야 하는 마음을 견뎌내야 한다.
어차피 사과는 먹어야 하는 열매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일도 선택과 집중, 결단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자신이 가진 재량과 힘을 한 곳에 집약시켜야 인생은 비로소 값진 결과를 겨우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사과는 대구 이남의 산지에서 자라다가 평균 기온이 차츰 올라가
재배지역이 북상하고 있다. 전북 장수는 사과 재배에 투자하여 지금 결실을 얻어내고 있다.
사과 재배는 세월이 지나면 경기도와 강원도로 또 북상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기후가 올라가는 이유는 온실가스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지구와 생태 환경보존을
위해 많은 대안 에너지와 재생 에너지가 거론되고 있다.
바쁜 농사철과 맞물려 농촌에는 일손을 구하지 못하여 애를 태우는 농가가 많다.
허리가 굽은 할머니와 아주머니들과 함께 힘들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사과 꽃을
제 때 따주지 않으면 시기를 놓쳐 버리고 만다. 그러면 무성한 열매가 맺혀 올바른
과실을 내지 못한다.
가만히 보면 사과나무는 초식동물인 토끼나 쥐를 닮았다. 무한한 생식과 多産(다산)
의 전략이다. 결국 열에 아홉은 자신이 살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열매나
새끼를 다른 생명을 위해 내어 놓는다. 보시의 삶이다.
인간에게 많은 고통과 번뇌가 있다. 그러나 하나 하나는 자신의 피와 살과도
같이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태어난 자식들이다. 알고보면 사과꽃처럼 정말 사랑
스럽고 아름다운 자식들이다. 태어난 뜻과 의미가 분명한 생명들이다.
하지만 그것을 포기하고 내어 놓을 때, 깨우침이 실답게 자라날 수 있다.
인간 개체 모두는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실험일 뿐이다. 그 중 대부분이
씨알로 썩거나 싹을 틔우다가 죽어 없어질 것이다. 적은 수 만이 겨우 살아 남을 것이다.
여러분도 붓다라는 씨앗이다. 어떤 누가 살아남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산 자도 결국 죽은 자의 공과로 이루어진 결실일뿐이다.
번뇌는 보리이고 중생은 붓다의 어머니이다.

댓글목록

김재환님의 댓글

김재환 아이피 (211.♡.174.131) 작성일

자몽님, 카페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카페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제안을 올려놓으셔서 저도 관심있게 봤습니다.
카페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의 의견을 말하고 싶어서요.

개방형이냐, 폐쇄형이냐의 문제보단 올라오는 글들의 성격이 인스턴트적인 머리에서 나오는 글들을 담을것인가 아니면 글을 쓰는 이들의 마음을 담은 글들을 담을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된다고 봅니다.
게시판의 글들을 쭈욱 읽으면서 느껴지는건 대다수의 글들이 인스턴트적인 성격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읽고 돌어서면 생각나지 않는 글들이 많았습니다.
다시 말해 글을 쓴 사람과 소통하기위해선 글속에서 글쓴이의 경험이 녹아있어야 하는데, 대다수의 글들에선 이런 삶의 경험을 얘기하는게 아닌, 삶에 대한 생각들을 말하는것이 느껴졌습니다.

마음공부의 주제가 어찌보면 보이지않는 것들을 얘기하는 것들이라, 솜사탕의 실체를 찾기위한 아이의 혓바닥처럼 허덕일수 있지만...
얼마전 둥글이님과 '도와 밥'에 관해 주고받던 메멘토모리님의 글에서 느껴지는 그런 진정성이 담겨있어야,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마음이란 개체에 보다 더 구체적으로 다가갈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진정성은 각자 살아오면서 겪어온 삶의 관점들이 될것이구요.

어느 과학자의 4차원에 대한 설명입니다.
평면인 2차원 세상속에 사는 개미 한마리가 있다.
그런데 평면위에 사각형의 벽을 만들고 그 안에 빵을 넣어 놓으면 2차원세상속의 개미는 절대 그 빵을 먹지못하지만, 3차원 관점에서 우리는 그 빵을 쉽게 먹는다.
연장선상에서 4차원을 설명하면...
금고안에 돈을 넣어놓고 자물쇠로 꽁꽁 잠가놓으면 3차원세상속의 우리는 금고안의 돈을 절대 빼낼수가 없다.
그런데 4차원의 관점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인지는 몰라도 2차원과 3차원의 관계를 비춰볼 때 금고안의 돈을 쉽게 빼간다는 걸 알 수있다.

진리의 단 한마디가 갠지스강의 모래알만큼의 금은보화보다 더 큰 보시라고 하잖아요.
저 과학자의 설명이 저에겐 보이지않는 것들을 인정할 수 있는 또하나의 좋은 법문으로 느껴졌습니다.

자몽님의 댓글

자몽 아이피 (210.♡.107.100) 작성일

김재환님 말씀대로 그런 면이 다분합니다. 글이란게 인스턴트인가 진중한 성찬인가는 바라지는 않고
(그것 또한 욕심인지도) 사람들이 좀 더 진지하고 적극적이면 좋겠다고 바라지만 대부분 기웃거리거나
자료를 퍼가기 위해 임시로 가입한 사람들이 대부분일줄 압니다. 그것 자체로도 베푼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고요. 온라인이나 글에 어떤 한계란게 있겠지요. 국내 대부분 명상 사이트가 빈사 상태인걸로
압니다. 그나마 사람이 왔다갔다하는 온기라도 느껴지는 게 다행이겠지요.

4차원은 속과 안이 서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즉 자기가 자기를 볼수도 있고 자기 속 안의 오장육부도
자기가 볼 수 있지요. 그런 개념 입니다.

의인 10명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여기지만 이 또한 집착일 뿐이고....

2달에 자유게시판 1600편의 글,  회원수 116명.....그 모든게 허수란 걸 잘아는 주인으로서
실다운 사람 한 명이 소중 한 것이겠지요.

김재환님 같은 분이 많이 오기를 바래 봅니다.

도덕경 사이트에서 글다운 글이 있습니까? 감흥을 느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처지나 현상이 명상 사이트와 도판에 만연해 있습니다. 그나마 신생 카페로서
선전하고 있다고 자평해 봅니다.

도판에서 내 마음에 드는 글이 단 한 편도 없기에 그걸 찾아 보고자 자가 생산하고
있지만 나 역시도 헛소리 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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